이스라엘과 키프로스의 정보가 추가된 구글맵스


구글맵스를 휘릭휘릭 돌리다가 아직 정식으로 독립국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팔레스타인을 잔인하게 골려주면서도 깨끗한 척은 혼자서 다 하는 가증스러운 이스라엘의 데이터가 유럽의 여느 나라 수준으로 자세하게 구글맵스에 추가된 걸 보게 되었다. 확대해보면 주유소와 주차장까지 표시되어 있다.
아울러 남북으로 갈려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키프로스도 적어도 도시의 위치는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지명을 영어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 특이사항. 구글맵스의 지명은 현지 언어를 사용한다. EU 회원국인 키프로스는 그리스어를 사용하므로 그리스 알파벳이 괄호 안에 병기되고 그것을 로마 알파벳으로 바꾼 표기를 사용해야 하고(Nicosia는 Λευκωσία (Lefkosia)로 표기), 터키만 인정하는 북키프로스터키공화국은 터키어를 사용하므로 터키어 이름이 표시되어있어야 한다(Famagusta는 Gazimağusa로 표기). (아마 앞으로 업뎃될지도 모르지)



한 달 전만 해도 이렇게 텅 빈 모습이었는데.



그러면 한국은?




가운데 있는 연못이 백두산 천지이다. 구글어스와 구글맵스에서 천지가 몽땅 중국 영토처럼 표시되어 있는 건 오래된 얘기지만 국경이 분쟁지역에나 사용하는 점선으로 표시된 건 도대체 뭥미??? 한 곳도 아니고 압록강 쪽에 3개 더, 두만강 쪽에도 한 군데 이렇게 되어 있다. 게다가 국경을 따라 깍둑썰기한 것처럼 지도가 뚝뚝 끊겨 정보를 표시하지 않은 걸 보면 구글이 중국에게서 모든 국경 주변의 데이터는 받지 못했거나 받았어도 못 보여주는 것 같다. 지도를 확대할 수록 더 많은 부분이 표시되긴 하지만 최대한도로 끌어당겨서 보면 국경을 따라 모자이크로 덮어놓은 것처럼 지도를 가려놓았다.


구글아, 위로 한 칸씩 밀려썼구나.


이제는 서울도 평양도 써 주고 웬만한 강과 (댐으로 생긴 인공)호수는 표시를 해 준다. 하지만 여전히 지명을 일부 외국인들이 선호하지만 한글을 파괴하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으로 표기하고(이건 우리나라의 잘못도 있다;;) 이렇게 강 이름을 한 칸(?)씩 밀려 쓰는 실수도 저지른다.



새신랑 건하

The Universe 2008. 9. 7. 00:46



01 18명이 갔는데 아-무도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내 싸구려(?) 폰카는 아무리 뽀샵질을 해도 이 때의 행복한 분위기를 전할 수 없군. -_-;;;



(내가 알기로는) 01 남자들 중 첫 테이프를 끊은 건하- 행복하게 잘 살기를!
블로고스피어에서 요즘 계속 눈에 띄는 이고 테스트를 볼 때마다 나도 한 범 해 볼까- 하다가 파폭에서는 안 돌아가는 발칙한 사이트에서 제공되길래 굳이 IE를 켜서 하기 보다는 그냥 버럭! 뭐 이딴 사이트가! 하면서 그냥 닫고 말았다가 오늘은 그냥 해 보았다. =_=;;;

그런데 결과를 읽어 보니,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는 분석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거라...
그래서 궁시렁 게시판을 찾아봤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검색해 보니 글이 딱 하나 걸리는데, ㅋㅋㅋ
정확히 4년 전에 나는 이 테스트를 해 봤던 것이다! ㅋㅋㅋ

바로 이 궁시렁 : 성격 진단

결과도 똑같이 무난함이 최고, 침묵은 금이다 타입이었다. ㅋㅋㅋ


아니, 그런데!
이 유쾌한 우연함에 포스팅하려고 다시 테스트를 해 보니,

자꾸 이 결과가 나오네... -_-;;;


혼은 없고 껍데기뿐인 생활방식 타입 -ㅇ-;;;

▷ 성격
의지나 이상 같은 것이 전혀 없는 타입입니다. 타인의 비위를 맞추느라 자신의 욕구를 무리하게 억누르며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생생한 본능적 욕망을 상실하고 있는 타입이며... (너무나 참혹한 성질이 줄줄이 언급되어 있어 상쾌한 정신 건강을 위해 과감히 생략)

▷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 연인, 배우자 - 상대방이 여성이고 이 쪽이 느슨한 성격이라면 궁합이 좋아 상당히 잘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역으로 남성이 이 타입이라면 기개가 없다는 점 때문에 포기를 하는 여성들이 많지 않을까요?
  • 거래처고객 - 당신이 예스맨으로 삼을만한 상대입니다. 상대방이 하청업자로서 출입하는 경우에는 매우 원활한 관계가 되어 줄 것입니다.
  • 상사 - 전혀 의지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지위는 반대지만 이 쪽이 주도권을 쥐고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당신 개인의 좋고 싫음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도록 자제하십시오.
  • 동료, 부하직원 - 상대방이 마치 당신의 몸종과 같은 입장이 되는 경우가 많겠군요. 하지만 이런 관계로 두어도 좋을지 신중히 생각해 보십시오.


참나...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자꾸 이게...??)
뭘 잘못했길래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자꾸 이리 저리 바꿔보아도 원래 했던 결과가 안 나와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말아버렸다. ㅋ

엑스퍼태그

Mostly Harmless 2008. 9. 2. 03:12
앗, 세상 사는 건 만만치가 않다가 엑스퍼태그로 다시 지정되었군.
며칠 전에 엑스퍼태그 목록에서 사라졌길래 공식블로그에 물어봤더니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빠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글 몇 개에 이 태그를 추가하니 다시 조건을 충족한 건가;;;

원래는 어른들이 하는 일은 왜 이딴 식이야, 또는 세상 꼴 좋게 돌아간다, 아니면 일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뭐 이런 뉘앙스를 가진 태그로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진짜 삶의 무게가 묻어나는(?) 포괄적인 태그가 되어 버렸다.


엑스퍼태그가 텍큐닷컴의 차별화된 서비스 중 하나로 시작된 건데,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그다지 쓰임새가 많지 않아 보인다. (텍큐의 키워드보다 더...?) 같은 엑스퍼태그를 가진 사용자를 묶어주는 기능 정도...? 이것도 사용자가 많아져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고.
나중에는 비슷한 태그끼리도 인식할 수 있는 스크립트가 개발되지는 않을까? ㅋㅋ와 ㅋㅋㅋ는 같은 의도로 만든 태그일 것이다. 나는 고대라는 태그를 쓰지만 다른 사람은 같은 의도로 고려대, 고려대학, 고려대학교, Korea Univ., Korea University, 민족고대, KU, 기타 등등 수많은 다른 표현으로 태그를 만들 수 있다(한 대상을 많은 이름으로 표현하는 예를 들다 보니 어쩌다 학교가 나왔을 뿐, 다른 의도는 없음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연대로 할 걸 그랬나 -_-;). 어차피 비슷한 스타일의 사용자를 매치시키는 목적이라면 이렇게 발전하는 것도 좋을 듯. (아... 너무 네이버의 검색결과수동조작스러운가...;;;)

아, 그러고 보니 알파벳으로 쓰는 태그는 어떻게 표시되지? 티스토리에서는 그 태그를 가장 처음 입력한 사용자가 쳐넣은 대로 무조건 고정되는 바람에 대소문자 구별이 굉장히 불합리(하지만 시스템 운영상 어쩔 수 없는)했다. 나는 ExperTag라고 입력해도 누군가 expErtaG라고 맨 처음 썼다면 그 뒤로는 대소문자를 어떻게 쓰건 모두 expErtaG로 나오는 것이다. 텍큐닷컴에서는 어떻게 나올까...
(내가 쓴 대로 나오는데 이게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고... ㅎ)


호흡 곤란

Life 2008. 9. 1. 17:45


방금 전 포레스트에게 전화가 와서는 사물함 또 됐다고 자랑질했다.




-_- +++




12초 동안 호흡 곤란. -_-;;;
왜 말도 없이 혼자만 신청했냐고 버럭대니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았다며... (사실... 나도 내가 모르고 있던 게 너무 당혹스러우니 할 말은 없고 흙 ㅠㅠ)

그러고는 와서 손수 당첨 리스트를 보여주더니 어깨를 특유의 괴력으로 주물러(꼭 그렇게 안 해도 너 돌쇠인 거 다 안다 -ㅅ-) 내 정신을 빼놓은 다음 124만원짜리 랩탑이 어떻냐고 물어본 뒤 (자판기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5센트밖에 없다며) 5센트를 뜯어갔다. -_-ㅋ


3일까지 열쇠를 반납해야 하니 비가 그치면 우스꽝스러운 가방을 들쳐메고 짐을 또 옮겨야겠구나. -_ㅜ
많은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자가 매우 탁월하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 속에 우리의 자녀를 치열한 경쟁 구도에 몰아넣는 일에 모두가 합심이 되어 있다. 다른 한편 이러한 경쟁에 강력히 반발하거나 경쟁의 결과가 희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이 광기 어린 경쟁의 도가니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다른 교육 체계로 자녀를 내보내는 부모들이 늘어가는것은, 탁월함을 추구하되 그릇된 방법을 선택한 우리의 집단적 어리석음에 기인한다.
왜 이렇게 집단적으로 어리석을까? 그것은 현재 이 사회의 중견들이 모두 베이비붐 세대이기 때문이다. 한 반에 많게는 80여 명이 앉아 수업을 들은 베이비붐 세대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학입시를 치렀고, 아마 그런 관점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으로서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실력이 뛰어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 남을 이겨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탁월함이 있지만, 이기고 나면 더 이상 열심히 무엇을 하지 않는다. 경쟁에서 승리했고 목표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남을 이길 능력이 있으나 경쟁이 아니면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 사람들이 탁월함에 이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왔지만, IMF의 추운 계절은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그 논리도 모두가 경쟁이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인생의 최대 가치였기에, 경쟁에서 밀렸을 때 물러나는 것이 정의라고 받아들여야 했던 비극의 세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살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 오늘 내가 경쟁에 밀렸지만 우리 애들만큼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아이들을 사교육의 현장으로 내몰아치는 것이다.
이제 인구가 줄어 학생들은 과거 베이비붐 세대만큼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자리가 생긴다. 그러나 학부모가 된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자녀를 동원해 대리전을 치르게 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사교육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는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경쟁 심리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경쟁의 논리와 그 긴박함에서 벗어나 목표에 집중하고, 자기만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한 경쟁이란 결국 영원한 승리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도대체 이런 게임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교육도 시험 성적이 남보다 얼마나 더 좋은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얼마나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제시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이재영,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pp. 31-41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들의 노트
이재영
한티미디어, 2008



이재후 아나운서

올림픽 중계방송 보던 중에 제일 재밌었던 것을 굉장한 뒷북으로 올려봄. (사실은 HDD에서 지우려고;;;)

이은경 해설위원은 활시위를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재후 아나운서는 아무리 봐도 개구장이처럼 예이-!!! 하면서 포즈를 잡고 있는 것 같다. ㅋㅋㅋ
그런데 배드민턴 중계할 때는 다른 아나운서들처럼 단정한 모습으로 살포시 나오길래 쵸큼 실망함 ㅋㅋㅋ
택시 기사들과 얽힌 모험은 흥미롭기로 뉴욕을 따라올 곳이 없는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뉴욕에는 온갖 출신과 언어, 피부 색깔의 택시 기사가 있다. 표찰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고, 그 기사가 터키 사람인지, 말레이시아 사람인지, 그리스 사람인지, 러시아계 유대인인지 알아보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의' 라디오와 연결되어 있는데, 방송은 그들의 언어로 말하고 그들의 노래를 방송한다. 때로는 빌리지에서 센트럴파크까지 가는 것이 마치 카트만두로 여행하는 듯하다.
두 번째로 뉴욕에서는 평생 택시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 직업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 실직한 은행원, 갓 이민 온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택시 기사 자리는 집단으로 계승된다. 어느 시기에는 대다수가 그리스 사람이고, 다음에는 모두 파키스탄 사람, 그 다음에는 모두 푸에르토 리코 사람 등이다. 따라서 이민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고, 또 여러 인종의 성공에 대해 관찰할 수도 있다. 어느 집단이 택시에서 사라지면, 그것은 그들이 성공하고 있으며, 소문이 돌아 모두 담배 가게나 야채 가게에서 일하고 있으며, 도시의 다른 구역으로 옮겨 가고 있으며, 그들의 사회적 단계가 상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심리적 차이를 제외하면(히스테릭한 사람, 아주 친절한 사람, 정치적 참여자, 무엇인가에 반대하는 사람 등이 있다), 택시는 최고의 사회학 관측소다.
지난 주 나는 어느 유색인이 모는 택시에 타게 되었는데, 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운 이 기사는 자신이 파키스탄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고(뉴욕에서는 언제나 누군가 다른 곳에서 온다), 나는 한국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계속 질문을 해댔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곧이어 내가 이해한 바로는, 한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한국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어떤 말을 쓰는지도 몰랐다(대개 택시 기사에게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쓴다고 말하면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제 온 세상이 영어로 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한반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가운데에 산들이 있고, 주위에는 해변이 많이 있고, 아름다운 섬이 많이 있다고. 그는 우리 인구가 몇 명이냐고 물었고, 그렇게 적은 숫자에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고는 우리가 모두 황인인지 아니면 혼혈 인종인지 물었고, 나는 원래 완전히 황인 국가였으나 지금은 외국인이 약간 있지만 어쨌든 미국보다는 적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그는 파키스탄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알고 싶어했고, 아마 약간은 있지만 필리핀이나 중국 사람들보다는 적다는 말을 듣고는 실망하는 표정이었고, 무엇 때문에 자기 나라 사람들이 그 나라를 피하는지 자문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서 나는 말실수를 했다. 나는 인도인도 조금 있다고 말했고, 그는 증오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토록 상이한 두 국민을 한데 묶어 놓았고, 또 그토록 불쾌하게 열등한 사람들을 거론하는 실수를 했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우리의 적이 누구냐고 물었다. 내가 미안한데, 뭐라고요? 하고 묻자, 그는 인내심 있게 우리가 영토 회복, 인종적 증오, 끊임없는 국경 침범 등으로 인해 현재 어떤 국민과 전쟁 중인지 알고 싶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인내심 있게 우리의 역사적 적들, 즉 그들이 우리를 죽이고 우리가 그들을 죽이는 그런 적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설명했다. 나는 반복해서 말했다. 우리는 적이 없다고, 마지막 전쟁은 벌써 55년 전에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그 때는 누가 적이고 누가 우리 편이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쟁을 했다고. 그는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다. 분명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적이 없는 국민이 있을 수가 있는가?
일은 거기에서 끝났다. 나는 우리의 무감각한 평화주의에 대한 보상의 표시로 팁을 2달러 주고 내렸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이 에스프리 드 레스칼리에esprit de l'escalier라고 부르는 현상, 즉 누군가와 이야기한 다음 계단을 내려와서야 갑자기 그에게 말했어야 하지만 그 순간에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던 문장이 떠오르는 현상이 나에게 일어났다.
나는 사실 한국인들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어야 했다. 한국인들은 외부의 적이든 뭐든 누가 적인지 설정하는 데 전혀 합의를 이룰 수 없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내부의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자기들끼리 전쟁을 한다. 예전에는 도시 대 도시, 주류 학파와 비주류 학파, 다음에는 계급 대 계급, 정당 대 정당, 정당의 한 파벌 대 같은 정당의 다른 파벌, 그 다음에는 지방 대 지방, 마지막으로 정부 대 경제권력, 신문 대 신문, 개신교 대 다른 종교, 보수 대 진보의 전쟁이다.
그랬다면 혹시 그 택시 기사는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적이 없는 나라에 속해 있다는 보기 흉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1996)와 김운찬이 알면 차분하게 날뛸 법한 궁시렁의 패러디 도전 제 2탄.


미네르바 성냥갑 La Bustina di Minerva
움베르토 에코 지음 /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04



고파스 익게에 사물함 경쟁률을 물어보는 글이 떴길래 응? 하면서 읽어보니 하나스퀘어는 1.03:1이라는 짧막한 댓글 뿐,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재빨리 IE를 띄워서 포털에 들어가서 신청 메뉴에 들어가려고 하니...

기간을 확인해- 메롱~

이라길래 측두엽을 뒤흔드는 불길함에 다시 공지사항을 뒤졌더니 2학기 사물함 신청 기간이 26일부터 29일 금요일, 그러니까 오늘, 오후 6시까지였따...! (궁시렁은 7시 반에 클릭 -o-;;;)





허허허허허허허허허.......................................;;;;;;;;;;;;;;;;;;;;;;;;;;;;;







뭐야... 어째서 사물함 신청 기간이었던 걸 모를 수 있지...?
잠깐. 아니, 벌써 29일이야??? 좀 있음 9월이라고???




어차피 신청해봤자 또 떨어졌겠지 뭐... 하면서 1년 동안 냉장고에 처박혀 있던 피클처럼 쩔어버린 사고 회로를 추스려보려 했지만...
아-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ㅠㅠ
뭐야 이게. OTL

학교에서 공부하지 말까 -_-;;;

피터의 법칙

And Everything 2008. 8. 28. 15:58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데 그렇게 집착하는 것은, 그 누구도 이제는 자기 직업을 수행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이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 자기 직업을 잘 수행할 때 놀라기도 한다. 군복을 입은 깡패들이 가스통에 불을 붙이며 시민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깡패에게 맞은 시민이 아니라 군복을 입은 사람을 붙잡을 때 경찰의 전문성을 칭찬하는 식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 세계에는 자기가 직업으로 하는 일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것은 널리 알려진 피터의 법칙 때문이다. 피터의 법칙은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렌스 피터의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대기업 또는 특히 공공기업에서 피고용인이 무능력의 수준까지 승진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즉 특정 분야의 일을 잘 해내면 그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게 되고 다른 분야까지 담당하게 됨으로써, 직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능률과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무능력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츠키야마는 훌륭한 포크레인 운전수인데 인사 책임자로 승진하게 되면, 땅을 파는데는 아주 유능한 츠키야마가 조직 관리에는 무능하다는 것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피터의 법칙이 말하듯이, 회사 조직에서는 규정상 각자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종종 한국의 대통령은 선거 운동 조직에서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인물을 공공기업의 이사나 금융회사의 회장으로 임명하기도 하며, 따라서 많은 공공기업 이사들이 통상적인 업무를 잘 모르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릇된 전문성 의식이 널리 유행하게 된 것은 부정부패의 부수적 효과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즉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거나 또는 제거하기 위해 그가 할 줄 모르는 일을 하도록(돈도 더 많이 주면서) 자리를 옮기게 했기 때문이다. 어느 개인파산 신청자에게 증권 시장 관리를 맡겼고, 청와대의 어느 고위 경제 관리가 해임되었을 때 그에게 OECD 대사를 맡기기도 했다.
국제적 버전의 피터의 법칙은 하위 수준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자에게 더 높은 수준에서 자기 능력 밖의 일을 수행하도록 허락하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한국판 피터의 법칙은 하위 수준에서도 무능력하다고 증명된 자에게 더 높은 수준에서 무능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허락한 것을 가리킨다.



움베르토 에코(1993)와 김운찬이 알면 차분하게 날뛸 법한 궁시렁의 패러디 도전.


미네르바 성냥갑 La Bustina di Minerva
움베르토 에코 지음 /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