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자가 매우 탁월하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 속에 우리의 자녀를 치열한 경쟁 구도에 몰아넣는 일에 모두가 합심이 되어 있다. 다른 한편 이러한 경쟁에 강력히 반발하거나 경쟁의 결과가 희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이 광기 어린 경쟁의 도가니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다른 교육 체계로 자녀를 내보내는 부모들이 늘어가는것은, 탁월함을 추구하되 그릇된 방법을 선택한 우리의 집단적 어리석음에 기인한다.
왜 이렇게 집단적으로 어리석을까? 그것은 현재 이 사회의 중견들이 모두 베이비붐 세대이기 때문이다. 한 반에 많게는 80여 명이 앉아 수업을 들은 베이비붐 세대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학입시를 치렀고, 아마 그런 관점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으로서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실력이 뛰어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 남을 이겨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탁월함이 있지만, 이기고 나면 더 이상 열심히 무엇을 하지 않는다. 경쟁에서 승리했고 목표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남을 이길 능력이 있으나 경쟁이 아니면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 사람들이 탁월함에 이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왔지만, IMF의 추운 계절은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그 논리도 모두가 경쟁이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인생의 최대 가치였기에, 경쟁에서 밀렸을 때 물러나는 것이 정의라고 받아들여야 했던 비극의 세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살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 오늘 내가 경쟁에 밀렸지만 우리 애들만큼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아이들을 사교육의 현장으로 내몰아치는 것이다.
이제 인구가 줄어 학생들은 과거 베이비붐 세대만큼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자리가 생긴다. 그러나 학부모가 된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자녀를 동원해 대리전을 치르게 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사교육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는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경쟁 심리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경쟁의 논리와 그 긴박함에서 벗어나 목표에 집중하고, 자기만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한 경쟁이란 결국 영원한 승리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도대체 이런 게임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교육도 시험 성적이 남보다 얼마나 더 좋은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얼마나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제시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이재영,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pp. 31-41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들의 노트
이재영
한티미디어,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