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법칙

And Everything 2008. 8. 28. 15:58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데 그렇게 집착하는 것은, 그 누구도 이제는 자기 직업을 수행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이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 자기 직업을 잘 수행할 때 놀라기도 한다. 군복을 입은 깡패들이 가스통에 불을 붙이며 시민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깡패에게 맞은 시민이 아니라 군복을 입은 사람을 붙잡을 때 경찰의 전문성을 칭찬하는 식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 세계에는 자기가 직업으로 하는 일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것은 널리 알려진 피터의 법칙 때문이다. 피터의 법칙은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렌스 피터의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대기업 또는 특히 공공기업에서 피고용인이 무능력의 수준까지 승진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즉 특정 분야의 일을 잘 해내면 그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게 되고 다른 분야까지 담당하게 됨으로써, 직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능률과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무능력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츠키야마는 훌륭한 포크레인 운전수인데 인사 책임자로 승진하게 되면, 땅을 파는데는 아주 유능한 츠키야마가 조직 관리에는 무능하다는 것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피터의 법칙이 말하듯이, 회사 조직에서는 규정상 각자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종종 한국의 대통령은 선거 운동 조직에서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인물을 공공기업의 이사나 금융회사의 회장으로 임명하기도 하며, 따라서 많은 공공기업 이사들이 통상적인 업무를 잘 모르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릇된 전문성 의식이 널리 유행하게 된 것은 부정부패의 부수적 효과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즉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거나 또는 제거하기 위해 그가 할 줄 모르는 일을 하도록(돈도 더 많이 주면서) 자리를 옮기게 했기 때문이다. 어느 개인파산 신청자에게 증권 시장 관리를 맡겼고, 청와대의 어느 고위 경제 관리가 해임되었을 때 그에게 OECD 대사를 맡기기도 했다.
국제적 버전의 피터의 법칙은 하위 수준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자에게 더 높은 수준에서 자기 능력 밖의 일을 수행하도록 허락하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한국판 피터의 법칙은 하위 수준에서도 무능력하다고 증명된 자에게 더 높은 수준에서 무능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허락한 것을 가리킨다.



움베르토 에코(1993)와 김운찬이 알면 차분하게 날뛸 법한 궁시렁의 패러디 도전.


미네르바 성냥갑 La Bustina di Minerva
움베르토 에코 지음 /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04




서기 2080년경 "넝마 종이1의 페스트"가 수집가들의 세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 기원은 불확실하지만 아마 아시아의 어느 머나먼 지방에서 유래한 박테리아(학명은 코메스토르 린테이 시넨시스Comestor lintei sinensisi)가 서구 세계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모든 넝마 종이를 훼손시켰다. 말하자면 구텐베르크 시절 이후부터 19세기 중엽, 즉 섬유소로 생산한 종이가 사용되기 시작할 때까지 제작된 모든 책이 대상이었다. 정말로 멋진 운명의 장난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까지는 목재로 만들어진 종이는 70년이 지나면 썩지만, 그와 달리 넝마로 만들어진 종이는 당당하게도 썩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 오래 전부터 전 세계의 출판인들은 '중성지'로 만든 고급 책을 생산하고 있었다. 따라서 목재 종이는 아주 깨끗한 고서적들의 신선하고 바삭거리는 넝마 종이에 저항하면서, 오랜 세월에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데 2080년 경에 이르러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목재 종이는 세월에도 끄떡없게 되었을뿐 아니라, 과거에는 인쇄업자들의 영광이었던 넝마 종이는 전 세계의 도서관에서 코메스토르 시넨시스의 음울한 활동과 함께 문자 그대로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맨 먼저 "히프네로토마키아 필리폴리"2 ii의 모든 판본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조금씩 좀이 슬기 시작했다. 이어서 종잇장들은 아주 가느다란 거미줄로 바뀌었고, 결국에는 엄청나게 값비싼 종이들이 완전히 분해되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화학자들의 노력도 소용없었고, 볼록 판형을 만들어 구원해 보려는 불쌍한 시도가 있었지만 너무 늦었다. 책들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아델피 출판사의 "필리폴리" 새 판본(현재 가격으로 1천 글로볼, 그러니까 20세기의 돈으로는 대략 1백만 달러는 호가하는)은 거의 거미줄 같은 페이지를 드러냈고, 최소한 글자의 절반 정도는 이미 상실되었다.
이어서 뉘른베르크의 연대기, 포레스티의 부록들, 타소와 아리오스토 작품의 초판본들, 1623년에 출판된 셰익스피어의 2절판 책들, "백과사전" 전집들이 희끄무레한 구름이 되어 세계의 대규모 도서관에서 이미 황량해진 열람실들에 떠다니고 있었다. 사방에 늘어선 벽들은 모든 보물을 빼앗긴 서가들의 텅 빈 커다란 눈과 함께 그 죽음의 날갯짓을 응시할 뿐이었다.
문화적 상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재난의 즉각적인 경제적 타격은 실로 엄청났다. 1929년 경제 대공황의 가장 음울했던 몇 달 동안처럼, 크라우스3 가문의 상속인들은 뉴요크 5번가의 길모퉁이에서 사과를 팔았고, 베른르 클라브레유4는 센 강변을 따라 오렌지 껍질을 쓰레기통에 주워 담고 있었으며, 런던의 가장 하층 빈민가에서는 파무어 경과 콰리치사5의 직원들이 비쩍 마른 몰골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안개, 불붙은 석탄의 불티가 바람에 흩날리는 가운데 배회하고 있었다. 한 쪽 신발은 굽이 떨어져 나갔고 낡은 긴 외투는 더러운 헝겊을 덧대어 누더기가 되었으며, 한 손으로는 병든 아이를 붙잡은 채 행인들에게 자선을 구걸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스크루지 아저씨처럼 무관심하고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그런 재난에서 품위있게 살아남은 유일한 인물은 마리오 스코냐밀리오6였다. 그는 로고메도7의 어느 빵집에서 특별히 만드는 나폴리식 파이의 소매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는 동안 수집가나 서적상 모두 충격에서 벗어나 서서히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수집가들은 본능적인 수집 욕심에 이끌렸고, 서적상들은 합리적인 '아우리 사크라 파메스'8에 이끌렸던 것이다. 고서적 시장은 근대 골동품을 중심으로 다시 정비되었다. 그러니까 "집 없는 천사"와 쥘 베른의 하드커버 판본들에서 아주 최근의 작품들까지 그 대상이 되었는데, 최근 작품들은 출간된 지 1년도 지나기 전에 벌써 골동품이 되었다(특히 인터넷과 전자책의 승리와 함께 인쇄된 책은 이제 애호가나 실리콘 알레르기가 있는 독자만을 위해 아주 제한된 부수만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탁월한 안니발레 로시의 시집, 존 스미스의 소설, 브람빌라의 경구 모음, 파우타소의 평론집, 로몰레토 피치고니 또는 살바토레 에스포시토의 전집은 벌써 수천만 달러iii를 호가하게 되었다. 20세기 90년대의 어느 잔인한 인물의 책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3백만 달러에 팔렸는데, 일본의 어느 은행이 구입하였다.
물론 그것은 저자의 서명이 들어 있지 않은 판본들이었다. 사실 이제는 골동품 시장의 옛날 법칙을 뒤엎는 또 다른 현상으로서 '비교류 판본non-association copy'이 특히 높게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달리 과거의 작품에서는 가령 '저자 기증'이라는 자필 헌사가 붙은 키르허9 신부의 책은 진본 또는 탁월한 희귀본으로 간주되었으며, 심지어 베빌라쿠아10에게 헌정한 코르델리11의 책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골동품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실 20세기 중엽부터 작가가 책을 한 권 출간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일련의 작업에 연루되지 않을 수 없었다. 1) 출판사 사무실에서 언론(기증 도서), 비평가와 언론 지도자들을 위해 최소한 1백 부에 서명하고, 스웨덴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들, 스트레가 문학상12, 비아레조 문학상13의 심사위원들, 그리고 나중에 캄파엘로 문학상14의 민간 심사위원이 될 수도 있는 베네치아 지역의 환경 운동가나 노동자들에게 나눠 줄 몇백 부에다 서명하는 작업, 2) 이탈리아 100대 도시의 수많은 서점에 앉아서 그곳에 있는 독자 대중을 위해 서명하는 작업, 그리고 3) 서점 상인들을 위한 수천 부에 서명하는 작업. 그런데 서적상들은 나중에 단골 고객들에게 그게 유일한 책이라고 장담하면서 은밀하게 가격을 올려 팔곤 했다. 간단히 말해 실질적으로 인쇄된 책 전체에 저자의 서명이 들어 있게 되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비평가나 기자, 심사위원, 친구들은 서명된 책을 받으면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거나, 또는 감옥(감옥에서는 책장을 마리화나 담배를 마는 데 사용했다)이나 병원(병원에서는 그곳에 서식하는 쥐들이 갉아먹었다)에 기증했다. 그런 사실을 고려해 보면 서명된 책의 유통 부수가 너무 많아졌고, 결국 가치가 떨어져 희귀본 책들의 시장에서 배제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점차 교류의 흔적이 없는 극소수 판본들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2091년에 이미 피암메타 소아베사15는 철저하게 서명이 없는 올리비에로 딜리베르토16의 짤막한 시 "실비아에게"17를 5천만 달러를 매겨 목록에 올려놓았다. 서명이 없는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의 또 다른 짧은 시 "실비오에게"iv는 1억에 메디올라눔18에 팔렸다. 서명이 전혀 없이 깨끗하고, 마르첼로 델루트리19의 애정어린 서문이 실린 보렐리20의 전집(베를루스코니 출판사, 유토피아 도서관)은 2억에 프렐리아스코21의 목록에 오르게 되었다.
마리오 스코냐밀리오는 나폴리식 파이 소매상을 집어치우고 자신의 책방을 다시 열었는데, 줄리오 안드레오티v의 "나의 감옥 생활"22(2001) 깨끗한 판본 하나를 2억에 팔면서 고서적 시장에 의기양양하게 복귀했다. 그 책은 바로 저자가 자신의 친구인 어느 신부(神父)에게 결혼 선물로 보낸 것인데, 일종의 액막이로 일부러 어떤 확인 표시도 하지 않은 판본이었던 것이다.

미네르바 성냥갑 La Bustina di Minerva
움베르토 에코
밀라노, 봄피아니, 2000






= 번역자 김운찬의 주석 =
  1. 서양에 처음으로 종이 제작 기술이 전파되었을 때, 그 주원료는 헌 마(麻)나 아마, 면 섬유 등을 넝마 형태로 수집해 사용하였다. 하지만 넝마는 수집으로 충당하기에는 부족하고 값도 비쌌다. 그러다가 18~19세기에 걸쳐 산업화와 함께 펄프 등 섬유소를 화학적으로 처리한 근대적인 형태의 종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2. Hypnerotomachia Poliphili. 콜론나Francesco Colonna의 작품으로 이탈리아어로는 '폴리필로' 또는 '폴리필로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인용된다.
  3. 현재 미국의 가장 유명한 고서적 거래상들 중 하나.
  4. 현재 파리의 유명한 고서적 판매상.
  5. 1847년 런던에서 창립된 고서적과 필사본 거래 전문 회사.
  6. 1990년 밀라노에서 창간된 골동품 및 도서 애호가들을 위한 전문 잡지의 편집인이며, 고서적 전문 서점을 소유하고 있다.
  7. 밀라노의 구역 이름.
  8. auri sacra fames.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3권 57행에 나오는 표현으로 '황금에 대한 지독한 욕심'을 의미한다.
  9. Athanasius Kircher(1601-1680). 도이칠란트의 예수회 수도사. 철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헌학적 연구, 공상 과학적 해석, 음악, 물리학, 지질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다.
  10. Alberto Bevilacqua(1934-). 이탈리아의 작가로 수많은 작품과 함께 여러 잡지와 신문에 기고하고 있다.
  11. Franco Cordelli(1943-). 이탈리아의 작가로 여러 편의 소설과 평론집, 시집을 발표하였다.
  12. 1947년 일단의 문인들이 로마에서 창립한 문학상으로 매년 현대 소설 작품 중에서 한 편을 골라 시상한다. 현대 이탈리아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꼽힌다.
  13. 1930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주요 문학상 중의 하나.
  14. 1963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문학상.
  15. 현재 로마에 있는 고서적 책방의 이름.
  16. Oliviero Diliberto(1956-). 현재 이탈리아 공산당 계열의 하원의원.
  17. A Silvia. 이 시는 원래 레오파르디의 서정시로 유명하다.
  18. 현재 밀라노에 있는 고서적 책방의 이름.
  19. Marcello Dell'Utri(1941-). 정치가로 1994년 '힘내라 이탈리아Forza Italia'당의 창당 멤버였고 1996년 하원의원이 되었으며, 1999년에는 유럽의회의원, 2001년에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
  20. Francesco Saverio Borreli. 밀라노의 검찰청장으로 1992-1998년에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깨끗한 손Mani Pulite'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21. 현재 토리노에 있는 고서적 책방의 이름.
  22. Le mie prigioni. 원래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던 펠리코Silvio Pellico(1789-1854)의 옥중기. 그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읽힌 감동적인 작품으로 1832년에 출간되었다.


= 궁시렁의 추가 주석 =
  1. 아시아라고 하면 1순위로 갖다붙이는 것이 중국인 것은 에코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ㅅ-;;;
  2. 움베르토 에코의 최신 소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의 주인공인 얌보의 박사 논문이 이 작품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3. 그러니까 미래의 화폐 단위로 따지면 수만 글로볼이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 뒤로도 글로볼은 나오지 않는다.
  4.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밀라노 검찰청장 시절 깨끗한 손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후 장관직을 거쳐 정치가로 변신, 현재 유럽의회의원이며 부패 척결을 모토로 하는 이탈리아 가치당(Italia dei Valori)을 이끌고 있다. 실비오란 물론 이탈리아의 최고 부자이자 AC밀란 구단주면서 깨끗한 손 운동을 피해 힘내라 이탈리아당을 창당한 뒤 온갖 정경유착 의혹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국무총리를 지내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말한다.
  5. 총리를 7차례, 장관을 36차례나 역임했으나 깨끗한 손 운동 이후 열린 1994년 총선에서 패배한 뒤 2억5천만리라(1억3천만원)의 불법 정치 자금 조성혐의로 법정에서 심판을 받았다.


+ 이럴수가!!! 이 쾌활하고 명랑한 글이 움베르토 에코가 쓴 게 아니라 더글러스 애덤스의 컴퓨터에 꼭꼭 숨겨져 있다가 우연히 발견되어 발표된 거라고 해도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믿을 것이다. ㅋㅋㅋ

괴벨스의 입

And Everything 2008. 8. 11. 02:48


움베르토 에코의 최신작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는 (패색이 짙은) 아프리카에서 전투 중인 이탈리아군의 소식을 전하는 신문 기사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라디오 런던(BBC Int'l)으로 영국인이 전하는 전황을 몰래 듣는 모습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신문은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만 기사를 쓰는 대신 적어도 뻥은 치지 않았지만,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 애쓰는 주인공은 그 옛날의 신문을 다시 읽으면서 당시에는 차마 전할 수 없었던 행간에 숨어있는 진실을 짚어낸다.

말하자면, 이 사진을 보고,


아, 그래서 츠키야마가 들고 있던 태극기가 안 보이게 사진을 찍었구나- 라는 걸 알아채는 식이랄까?


물론 나쁜 소식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명바기가 거꾸로 된 태극기를 들고 있는 사진은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수없이 펌질에 펌질을 거듭한 뒤에야 기사가 삭제되거나 다른 사진으로 대체된 뒤 몇몇 언론에 짤막하게 보도되었다.

The magnificently notorious MicroSoft blue screen at the opening ceremony of Beijing 2008 Olympic Games in "Bird's Nest" Stadium. People say it was up there for almost an hour. LOL

8월 4일 한겨례 그림판



권양숙 여사의 20촌이 어쩌구 저쩌구 시끄럽게 떠들던 언론이 쉬쉬하니 당신이 누구의 사촌인지 내가 이름을 모르겠네. -_-



뭐야, 당신 사촌은 당신 모른다고 잡아뗐던데...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기만 해서 몰랐던 거야? -_-
가만히 놔두어도 우리들끼리 알아서 치고 받고 할퀴고 사기치고 망신당하느라 정신 없는 한국인데 일본에서 독도 혹은 다케시마 혹은 리앙쿠르 암초가 자기네 거라고 당차게 또 주장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물론 이 불쌍한 행성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잠자리 날개 끝에 내려앉은 먼지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적어도 구글어스에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와 러시아 연방의 프리모르스키 크라이로 둘러싸인 바다에 한국 쪽에 East Sea를, 일본 쪽에 Sea of Japan을 써 넣은데 반해, 구글맵스에는 터무니없이 불공평하게도 이 바다에 일본해라고 한자, 그러니까 일본어로 니혼카이로만 적혀있는것에 대해 불평불만을 쏟아내다가 손목 관절이 뻐근해져서 뾰루퉁하게 방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다.


독도 @

물론 독도는 궁시렁이 넣은 것이다.


동해는 어디 간 거냐! 독도는 왜 저렇게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고 울릉도마저 이름도 안 나와있나! 라며 격분하면서 독도마저 다케시마라고 되어있을지, 아니면 독도라고 되어있을지, 아니면 리앙쿠르 암초라고 되어있을지, 아니면 울릉도처럼 아무런 표시도 없을지 궁금해지면 구글어스와 똑같은 방법으로 독도를 향해 쾌활하게 돌진해 보자. 다시 말해 마우스 휠을 아래로 굴리면 된다.


뭐야, 이건? 아예 보여주질 않잖아!

라며 앞서 말했던대로 뾰로통하게 울컥해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제아무리 구글맵스라도 우주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변방의 조그만 행성의 모든 부분을 옆집에 널어놓은 빨래가 몇 개인지 셀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커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라고 생각해 본다면...
뭐, 이 정도의 축척이다.


믿든지 말든지 여기는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에서 하품이 나올만큼 멀어져 있고 세계지리에 무진장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분명히 사람들은 바글바글 몰려있는 서울이라는 곳이다.
단박에 여기가 어디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지명 몇 개를 넣어보았다.


물론, 지금의 서울과는 뭔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걸 구글어스로 본다면 잠실에는 롯데월드 대신 뽕밭이 무성하고, 용산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미군부대 대신 모래톱만 자글대며, 월드컵 경기장이 있을 곳에는 아직 쓰레기를 묻기 전인 깔끔한 난지도가 청결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여의도는 아직 섬이 되기 전일 것이다.


서울만 그런 건 아니다. 구글이 언제적 데이터를 긁어와서 지도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인천과 안산은 모래와 시멘트로 오염되기 전의 순수한 모습을 하고 있다.


Leopoldstadt, Wien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까? 이 조그만 행성의 반대편, 그러니까 엄청나게 후진 교통수단인 비행기를 타고 11시간 정도 날아가면 갈 수 있는 빈의 지도를 보면 지난달 유로 2008을 열기 위해 경기 개최 한 달 전에 부랴부랴 주경기장 Ernst-Happel Stadion까지 개통한 빈 지하철 2호선(U2) 연장선은 파란색 U 모양으로 반짝반짝 빛나고있다.



자, 구글맵스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제 뇌를 통째로 튀길만한 의구심이 들어야 한다.

왜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표시도, 하다못해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없는 거지???



답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만 구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처참한 무시를 받는 건 아니다.

키프로스와 사악한 이스라엘


남북으로 갈려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키프로스와 아직 정식으로 독립국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팔레스타인을 잔인하게 골려주면서도 멋진 모습을 잃지 않는 가증스러운 이스라엘 역시 아무런 정보도 표시되어있지 않다.

아르헨티나와 기아나 삼형제(가이아나, 수리남, 무슨 배짱으로 아직까지 독립하지 않는지 알 수 없는 프랑스령 기아나) 및 도미니카 공화국도 아무런 표시가 되어있지 않으니, 한국은 구글에서 필요한 정보를 못 얻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인 셈이다.

구글은 구글어스 업뎃에 필요한 데이터를 달라고 마트에 따라갔다가 먹고 싶은 걸 엄마가 안 사줘서 칭얼대다가 지친 아이처럼 울부짖었는데도 한국 정부는 깜찍하게 거절했다던데, 구글맵스는 세계 어디든지 손에 잡힐만한 굉장한 해상도의 위성 사진을 볼 수 있는 짭잘한 재미를 주는 동시에 불온한 세력에게 과도한 정보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안겨주는 구글어스와는 다른 서비스다. 한국이란 끔찍하게 조그만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 그 수도라는 서울이 어디 있는지, 그 서울에는 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포드 프리펙트라면 서울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도시길래 전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주소 체계를 쓰지 않는지 궁금해하면서 '일부만 무해함'이라고 쓰지 않을까?)


결론은 이렇다. 왜 구글맵스에는 일본해만 표기되어있나? 가 아니다. 왜 구글맵스에는 우리나라의 어떤 정보도 없나? 가 맞다. '동해'라는 표기가 없는 것은 1차적으로 이때문이다. 이건 비단 구글맵스만의 문제는 아닌데, 제일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슬프게도 우리끼리도 아직 모든 것에 대한 정리가 안 된 볼썽사나운 상황이기 때문에 잉글랜드어 위키피디아에서 '한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놓고 Hangul과 Hangeul이 지저분한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래서 편집하던 사람들이 Dokdo인지 Tok-do인지 Tokdo인지 어리둥절해 하다가 모든 것에 귀찮음을 느끼고 파이어폭스 창을 닫아버리는 불상사가 계속 발생한다.





+ 또 트래픽 초과... ㄷㄷㄷ 그림 6장 합해봤자 140KB밖에 안 되지만 일단 다른 계정으로 옮겼다.
++ 등록 시간을 수정했더니 믹시에서 받았던 추천과 조회수가 다 날아가버렸네 -ㅅ-;;;
+++ 트래픽 초기화를 두 번이나 했지만... 결국 5시경에 셧다운... -_-ㅋ 역시 블로거뉴스는 무섭구나. 1.5GB를 17시간만에;;; ㄷㄷㄷ

어째서 19세기의 세계는 시장에서의 교환으로 경제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사회가 온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계제시대의 도래이다. 인간과 자연은 공장이 항상 이상적 가격에 이상적 수량을 생산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5분 대기조로 봉사하는 투입물이 되어야 했다. 윌리엄 블레이크가 쏘아붙인 대로, 이제 그 공장은 인간과 자연을 갈아 마셔버리는 악마의 맷돌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자연을 어느 때이건 또 얼마만큼이건 그 악마의 맷돌이 맘껏 포식할 수 있도록 쉽게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화폐만 내면 마음껏 구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서 노동시장과 원자재 및 곡물 시장을 만들어버리면 된다. 그런데 원래 인간과 자연은 상품이 될 수가 없다. 상품이란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조물주가 언제 판매를 목적으로 토지와 공기를 만들었으며, 인간이 언제 판매를 목적으로 새끼를 낳기 시작했는가. 이것들을 상품인 것처럼 거래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노동', 자연에 '토지 및 원자재'라는 가면을 씌우고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우겨야 한다. 이 노동, 토지, 그리고 화폐조차 상품에 불과하다는 '상품 허구'에 기초하여 성립한 가면극이 바로 19세기에 나타난 시장 자본주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구는 어디까지나 허구다. 인간은 인간이며, 자연은 자연일 뿐이다. 이것을 상품이라고 우겨서 마음껏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인간도 자연도 끔찍한 고통 앞에 발가벗겨 던져지게 된다. 예컨대 누구나 떠들어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말은 쉽게 말해서 고용주가 상품에 불과한 노동력을 맘껏 사고 팔 수 있는, 즉 필요에 따라 맘껏 고용했다가 맘껏 해고할 수 있는 자유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을 위시한 경제학과 교수들은 어째서 종신고용제(tenure)라는 철밥통을 차고 살았던 것일까. 만약 대학의 종신고용제를 없애겠다고 하면 그들은 순순히 받아들일까? 혹시 머리띠 두르고 '노가다'들 마냥 파업 농성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시장 자본주의의 논리를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최전선으로 밀려 나오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인간과 자연, 대학교와 정당과 예술과 산과 강과 들판 모두의 이름과 성격을 결정지은 주체는 현금 수익의 흐름의 논리를 앞세운 대기업과 외국 투자자였다. 삼성이 원하는 이상적 대학의 모습은 전국의 대학 교육에 하나의 헌장을 제시한 셈이고, 심지어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며 비분강개하던 어느 대학교 인문대 교수들이 앞장서서 추구하는 충성의 대상이 되었고, 이상적인 대통령은 어느새 CEO 대통령이라는 담론이 횡행하고 있고, 나라 전체의 살림살이는 대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조건 창출이라는 것이 마치 과학적 법칙처럼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가면무도회에는 엄혹한 네메시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폴라니의 책 "거대한 변형"이 함축하는 바이다. 시장이든 대기업이든 인간과 자연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이름과 성격을 어거지로 마구 뒤집어씌운다면 인간도 자연도 처음에는 그 가소성과 인내심의 극한까지 내몰리게 되겠지만, 일정한 선을 넘게 되면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사회 전체가 실업, 가계 부채, 부동산 위기,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일등 기업'이니 '글로벌 경영'이니 하는 꿈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 가능'할까. 혹시 또 다른 '거대한 변형'이 21세기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홍기빈 (사단법인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고전의 향연
이진경, 이정우, 박혜영, 안광복 외 지음
한겨례 출판사, 2007

1. 亂李 mix |
2. Millennium mix |
3. Hwantastic mix |
4. Silence mix |
5. Album version | 
 反亂 (2005)
 사상 최악의 날리부르스 VCD (2002)
 Live at Hwantastic (2007)
 無敵傳說 (1999)
 Cycle (1997)



원곡과 난리 믹스를 배합한 윤도현의 러브레터 라이브 (2006)
내꼬야! 와 중저음의 저요!에서 두 번 웃으면 된다. ㅋㅋ
방송사마다 저작권 어쩌구 하면서 비공개 파일까지 닥치는대로 지우는 통에 유튜브에 올렸는데
훨씬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는 코드를 걸어놓은 블로그를 우연히 찾았다. ㅋㄷ
대표이미지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도 이 정도면 쓸만하구나 ㅋㅋㅋ



난리 mix (2004)


Millennium mix (1999)
1분 31초에 등장하는 깜찍댄스가 감상 포인트. ㅋㅋㅋ


Hwantastic mix (2007)
비가 그쳐 겨우 살아남은 멋진 폭죽 쇼~!!!



Silence mix (1998)


앨범 버전 (1997)
500명 가까운 팬들이 합창하는 마지막 부분이 화제를 모았다.



Q: The Ultimate Collection이라면서 2003년 끝장 콘서트 실황은 왜 없나요?
A: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외되었습니다.

단짝 친구

And Everything 2008. 7. 17. 16:43
나는 잠깐 얕은 잠을 잔 모양이다. 내 귀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으니 말이다. 찾아온 사람은 잔니 라이벨리였다. 글동무인 그와 나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같은 단짝이었다. 그는 마치 형제처럼 나를 끌어안으며 감격스러워 했고,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벌써 알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네 삶에 대해서는 내가 너보다 잘 아니까 자세하게 얘기해 줄게, 하고 그가 말했다. 나는 고맙지만 파올라가 이미 우리 얘기를 해 줬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기동창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토리노 대학에 진학했고, 그는 밀라노에 가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한 번도 멀어졌던 적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고서적을 팔고 있고, 그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거나 내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저마다 자기 길을 갈 수도 있었을 법 하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한 가족처럼 지낸다. 그의 두 손자는 내 손자들과 놀고, 우리는 크리스마스와 설날을 언제나 함께 보낸다.

움베르토 에코,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p. 71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La Misteriosa Fiamma della Regina Loana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8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이명박 대통령님,
기록 사본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사리를 가지고 다투어 보고 싶었습니다.
법리를 가지고 다투어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람권을 보장 받기 위하여 협상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버티었습니다.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니 설사 법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록은 국가기록원에 돌려 드리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꺼낸 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끝에 답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거듭 다짐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씀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때도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처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를 미루고 미루고 하더니 결국 '담당 수석이 설명 드릴 것이다'라는 부속실장의 전갈만 받았습니다.

우리 쪽 수석비서관을 했던 사람이 담당 수석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가다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록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가지러 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통령기록관장과 상의할 일이나 그 사람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정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 것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해 놓은 말도 뒤집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의 드리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열람의 방법입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 문화에 맞는 방법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까?
적절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기록 사본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정말 큰일이 나는 것 맞습니까?

지금 대통령 기록관에는 서비스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까?
언제 쯤 서비스가 될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셨습니까?
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나의 국정 기록을 내가 보는 것이 왜 그렇게 못마땅한 것입니까?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 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기록에 달려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를 '파탄'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
하느님께서 큰 지혜를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6일
16대 대통령 노 무 현


자, 그러면 미디어는 이 편지를 어떻게 손질해서 내보내고 있을까?

노간지에게 대처하는 조선일보의 자세

노간지에게 대처하는 조선일보의 자세

어익후, 그렇군요. 궁색한 처지가 실감이 나지 않는 노짱은 쌍커풀 수술을 한 눈이 간지러운 듯 눈물을 찔끔 흘리며 명바기한테 더는 못 버티겠으니 택배기사를 부르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양 볼이 발그레해지도록 유쾌한 휴가를 떠난 거군요.


자, 그럼 여기서 돌고래가 점프해서 뒤로 두바퀴 공중제비 돌아 후프를 통과한 뒤 정어리를 입에 물고 입수하는 정도로 간단한 퀴즈.

Q: 이런 기사를 읽고 (혹은 헤드라인만 보고) 예상되는 독자들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진작 그럴 것이지, 이제와서 찌질대기는.
2. '하느님'이 아니라 '하나님'이라능!
3. 좌빨이 놈현 때문에 될 일도 안 돼.
4. 인터넷을 악용한 기회주의자 같으니라고.
5. 역시 노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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