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놔두어도 우리들끼리 알아서 치고 받고 할퀴고 사기치고 망신당하느라 정신 없는 한국인데 일본에서 독도 혹은 다케시마 혹은 리앙쿠르 암초가 자기네 거라고 당차게 또 주장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물론 이 불쌍한 행성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잠자리 날개 끝에 내려앉은 먼지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적어도 구글어스에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와 러시아 연방의 프리모르스키 크라이로 둘러싸인 바다에 한국 쪽에 East Sea를, 일본 쪽에 Sea of Japan을 써 넣은데 반해, 구글맵스에는 터무니없이 불공평하게도 이 바다에 일본해라고 한자, 그러니까 일본어로 니혼카이로만 적혀있는것에 대해 불평불만을 쏟아내다가 손목 관절이 뻐근해져서 뾰루퉁하게 방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다.


독도 @

물론 독도는 궁시렁이 넣은 것이다.


동해는 어디 간 거냐! 독도는 왜 저렇게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고 울릉도마저 이름도 안 나와있나! 라며 격분하면서 독도마저 다케시마라고 되어있을지, 아니면 독도라고 되어있을지, 아니면 리앙쿠르 암초라고 되어있을지, 아니면 울릉도처럼 아무런 표시도 없을지 궁금해지면 구글어스와 똑같은 방법으로 독도를 향해 쾌활하게 돌진해 보자. 다시 말해 마우스 휠을 아래로 굴리면 된다.


뭐야, 이건? 아예 보여주질 않잖아!

라며 앞서 말했던대로 뾰로통하게 울컥해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제아무리 구글맵스라도 우주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변방의 조그만 행성의 모든 부분을 옆집에 널어놓은 빨래가 몇 개인지 셀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커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라고 생각해 본다면...
뭐, 이 정도의 축척이다.


믿든지 말든지 여기는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에서 하품이 나올만큼 멀어져 있고 세계지리에 무진장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분명히 사람들은 바글바글 몰려있는 서울이라는 곳이다.
단박에 여기가 어디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지명 몇 개를 넣어보았다.


물론, 지금의 서울과는 뭔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걸 구글어스로 본다면 잠실에는 롯데월드 대신 뽕밭이 무성하고, 용산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미군부대 대신 모래톱만 자글대며, 월드컵 경기장이 있을 곳에는 아직 쓰레기를 묻기 전인 깔끔한 난지도가 청결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여의도는 아직 섬이 되기 전일 것이다.


서울만 그런 건 아니다. 구글이 언제적 데이터를 긁어와서 지도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인천과 안산은 모래와 시멘트로 오염되기 전의 순수한 모습을 하고 있다.


Leopoldstadt, Wien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까? 이 조그만 행성의 반대편, 그러니까 엄청나게 후진 교통수단인 비행기를 타고 11시간 정도 날아가면 갈 수 있는 빈의 지도를 보면 지난달 유로 2008을 열기 위해 경기 개최 한 달 전에 부랴부랴 주경기장 Ernst-Happel Stadion까지 개통한 빈 지하철 2호선(U2) 연장선은 파란색 U 모양으로 반짝반짝 빛나고있다.



자, 구글맵스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제 뇌를 통째로 튀길만한 의구심이 들어야 한다.

왜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표시도, 하다못해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없는 거지???



답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만 구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처참한 무시를 받는 건 아니다.

키프로스와 사악한 이스라엘


남북으로 갈려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키프로스와 아직 정식으로 독립국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팔레스타인을 잔인하게 골려주면서도 멋진 모습을 잃지 않는 가증스러운 이스라엘 역시 아무런 정보도 표시되어있지 않다.

아르헨티나와 기아나 삼형제(가이아나, 수리남, 무슨 배짱으로 아직까지 독립하지 않는지 알 수 없는 프랑스령 기아나) 및 도미니카 공화국도 아무런 표시가 되어있지 않으니, 한국은 구글에서 필요한 정보를 못 얻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인 셈이다.

구글은 구글어스 업뎃에 필요한 데이터를 달라고 마트에 따라갔다가 먹고 싶은 걸 엄마가 안 사줘서 칭얼대다가 지친 아이처럼 울부짖었는데도 한국 정부는 깜찍하게 거절했다던데, 구글맵스는 세계 어디든지 손에 잡힐만한 굉장한 해상도의 위성 사진을 볼 수 있는 짭잘한 재미를 주는 동시에 불온한 세력에게 과도한 정보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안겨주는 구글어스와는 다른 서비스다. 한국이란 끔찍하게 조그만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 그 수도라는 서울이 어디 있는지, 그 서울에는 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포드 프리펙트라면 서울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도시길래 전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주소 체계를 쓰지 않는지 궁금해하면서 '일부만 무해함'이라고 쓰지 않을까?)


결론은 이렇다. 왜 구글맵스에는 일본해만 표기되어있나? 가 아니다. 왜 구글맵스에는 우리나라의 어떤 정보도 없나? 가 맞다. '동해'라는 표기가 없는 것은 1차적으로 이때문이다. 이건 비단 구글맵스만의 문제는 아닌데, 제일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슬프게도 우리끼리도 아직 모든 것에 대한 정리가 안 된 볼썽사나운 상황이기 때문에 잉글랜드어 위키피디아에서 '한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놓고 Hangul과 Hangeul이 지저분한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래서 편집하던 사람들이 Dokdo인지 Tok-do인지 Tokdo인지 어리둥절해 하다가 모든 것에 귀찮음을 느끼고 파이어폭스 창을 닫아버리는 불상사가 계속 발생한다.





+ 또 트래픽 초과... ㄷㄷㄷ 그림 6장 합해봤자 140KB밖에 안 되지만 일단 다른 계정으로 옮겼다.
++ 등록 시간을 수정했더니 믹시에서 받았던 추천과 조회수가 다 날아가버렸네 -ㅅ-;;;
+++ 트래픽 초기화를 두 번이나 했지만... 결국 5시경에 셧다운... -_-ㅋ 역시 블로거뉴스는 무섭구나. 1.5GB를 17시간만에;;;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