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정류장에 연극 가시고기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아침마다 그 포스터를 보다 보니 (밑에 다시 써서 약간만 생략) 흐음- 보러 가야겠다 (생략) 예매하고 (많이 생략) 너무 일찍 가니까 매표소에 아무도 없어서 에휴 아무도 없네- 하고 무언의 궁시렁을 날리고 있으려니 현장에 있던 아저씨(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저씨가 이 공연 제작자 ㅎㄷㄷ)가 예매 때문에 온 거면 공연 시작 1시간 반쯤 전부터 오면 된다고 해서 (생략) 학생증을 대충 보여주고 표를 받았는데 아니 왜 좌석이 어딘지 안 나와있지 자유석인가(물론 말도 안 됨) 하면서 검표원에게 그런데 이거 좌석이 어디죠 하니까 표 왼쪽 위에 제일 큰 크기로 써 진 좌석번호를 읽어 줬다. 무대와 거리가 적당하고 한가운데 자리여서 아니 내가 이렇게 좋은 자리를 집었던가 의아해졌다.

원작 소설은 안 읽어봤(엥 그런데 이거 드라마로도 만들고 연극도 했었어?)는데 (검색해보니 드라마나 다른 연극은 가시고기에 관련된 설명을 풀어내는 부분이 있던데) 이 연극은 (마치 (판권을 산 건지는 확인하기 귀찮고) 내용은 별 관련 없이 제목만 빌려 온 거나 매한가지인 시티헌터처럼) 가시고기의 ㄱ도 언급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목을 그냥 아버님 전상서(아까 그 제작자 아저씨가 부모님 전상서 제작사의 본부장으로 근무(...해서 같다 붙인 것 뿐임))라고 해도 싱크로 400%일듯.

원작은 어떤지 모르지만 양육권만 포기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혼자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갖은 무리수를 쓰는 모습에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간단한 옵션이 있는데 그걸 마다하니 애절함이 반감되고 뭐든지 다 한다는 급박함에 동의가 안 되잖아! (물론 이미 공연장은 온통 훌쩍훌쩍) 아내가 돈이 많다는 설정만 없었어도 안 그랬을텐데-) 아... 내 정신세계는 이미 물질만능주의사상에 오염된 건가 oTL 이광기씨 미안해요 (신종플루로 어린 아들을 잃은 터라 애초에 이 배역을 연기하기 힘들었을텐데(이 연극도 사실 인터넷에서 기사보고 처음 알았고)) 이렇게 혼신을 다 해 연기하는데 눈물이 안 나와요 이러고 있었는데...
맨 마지막에 (스포일러라서 생략) 기어이 펑 터지고 말았다. 옆에서는 박수 치고 있는데 나는 눈물 닦느라 여념이 없고 ㅠㅠ 엉엉
공연 자체가 어른이 된 아들이 책을 읽어주는 컨셉이라 무대 배경을 책 모양으로 디자인한 게 많은 것이 인상 깊어서 공연 끝나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어두워서 잘 안 나오길래 포기하고 나와서 화장실에 갔다가 포스터라도 찍으려고 했더니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녀서 잠깐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길래 보니까 이광기씨가 벌써 집에(?) 가고 있네? 아니 이게 본인 막공일텐데 벌써 퇴장해? (보통 시간차를 두고 빠져나오지 않나;;) 물론 사진을 찍자는 관객들의 요청에 친절히 응하느라 발길이 묶였음. ㅎ

보통 스마일로 얼굴 가리는데... 난 이 투덜이 스머프(=Grouchy=궁시렁) 이미지밖에 없네 ㅎ

평범한 옷차림에 배낭까지 매고 있으니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 ㅎㅎㅎ
또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먼저 보낸 자식이 눈에 밟힐텐데 으헝헝헝

아니 이 공연을 한 달 밖에 안 한다니... 으헝헝 일찍 봤으면 보러 가라고 등이라도 떠밀지 ㅠㅠ



+ 그런데 나는 쌍뻬 특별전도 그렇고 꼭 끝나기 직전에 궁시렁을 쓰냐... ㅎ

++ 맹꽁이 아빠 음원 발매 안 하나요 ㅠㅠ

+++ 모처럼 괄호를 마구 사용하니 정체성이 4.8 나노그램 정도 채워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