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다른 건 다 제쳐두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어! ㅋㅋㅋ) 난 이제 내가 나이를 먹어서 홍감독 영화에 동감하는 것 같아 서글펐는데. ㅋㅋㅋ
어떤 영환지 너무 보고 싶어서 눈치껏 놀고 먹을 시간이야 흘러 넘치지만 포스트 바깥으로 나가서는 안 되는 RAM 디테일 중에 일개 PFC 나부랭이가 개념 따윈 PT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두고 몰래 용산 전자랜드에 나가서 봤다가 잔뜩 낙담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한 편으로 관객이야 이야기를 따라오건 말건 제 멋대로 영화는 쓱싹쓱싹 진행되고 도대체 앞뒤를 어떻게 맞춰서 봐야 하는지 도통 골때리게 만드는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새겨 넣은 홍감독이지만, 씨네21에서 아래로 축 처진 눈이 매력인 김태우(스포일러 아님 ㅋ)를 뒤로 하고 이래도 안 보고 배겨? 하는 자신감이 풍기는 요염한 제목이 박힌 포스터와 반짝반짝 빛나는 출연진 리스트를 보자마자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야 한다는 솜털 같은 다짐을 했다. 상영관 수가 별로 많지 않다는 짓궂은 기자의 질문도 1주일 안에 보지 않으면 힘들다는 위기감에 헐레벌떡 예매하는 데 일조했다.
영화는 제천과 제주의 재기발랄한 대칭, 홍상수 감독이 구경남 감독의 몸을 빌어 보여주는 자학 개그, 김태우의 혼잣말(나중엔 어, 지금은 속으로 하는 멘트가 나올 타이밍인데? 하고 예측출발하게 된다 ㅎ) 및 댕기머리 샴푸로 감은 머릿결 처럼 찰랑거리는 조연들의 연기로 풉- 하고 웃게 만든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엄지원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윤진서랑 구분도 못 하는데 이 둘이랑 비슷한 배우가 하나 더 있음), 그림자 살인에서도 새만금 간척지를 얼려서 스케이트장을 만들 기세로 높낮이 없이 완벽하게 평평한 톤으로 대사를 쳐서 내 귀를 오그라들게 만들더니, 이번엔 영화 시작부터 다짜고짜 헬륨가스를 들이마시고 필름을 2.5배속으로 빨리 감은 목소리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 CK님의 짤방을 응용하고 싶다 ㅋ)
- 당신하고 데이비드 베컴은 남의 목소리 가지고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닐텐데?
- 찾아보니 뭐 일부러 그랬다고는 합디다.
+ 여인천하에 나왔던 해장국집 사장님 임신 25주짜리 두둑한 인심 장착하고 출연. 그냥 지나가던 행인 묻지마 캐스팅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수더분하고 자연스럽다. ㅋ_ㅋ
++ 하정우는 일본의 어느 시골에서 영화를 찍다가 와서 따로 컨셉을 잡을 필요가 없었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