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까지 보고 묵혀두었다가 (딱히 시간이 남아 돌아 그런 건 절대 아닌데) 오랜만에 위기의 주부들 시즌 5를 보는데, 13화 시작부터 또 등장 인물이 죽었다. 작년말에 닥터 헬러가 죽은 뒤 '위기의 주부들 사망자 정리'라는 궁시렁을 써보려고 했지만, 부족한 HDD 용량상 에피소드는 보자마자 지워서 모든 시즌의 내용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렇다고 DVD 세트를 빌려서 내용을 확인할 정도로 정신줄을 놓은 것도 아니라서 제풀에 포기했었다.
등장 인물이 죽지 않으면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는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어떻게 보면 어느 하나 말이 되는 것이 없고, 어처구니 없는 저질 변태 드라마 소리를 듣는 한쿡의 몇몇 드라마만큼이나 황당한 설정이 계속 이어지는데, 위기의 주부들은 아무 소리도 않고 보게 된다. (이것도 욕먹어 가며 시청률 빵빵 올리는 드라마의 속성인가;;;) 사건이 일어날 때 가장 현명하게(?) 끝을 보는 게 등장 인물을 죽이는 거라니;;; 그 동안 잠잠하던 시즌 5에서는 드디어 닥터 헬러가 죽었다. ㅡㅡㅋ
메리 앨리스의 자살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 어찌 보면 줄줄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게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쿨럭;;;
시즌 1 메리 앨리스가 자살하게 만든 쪽지를 보낸 마사 후버 사망. 브리의 남편 렉스 밴 드 캠프 사망.
시즌 2 브리에게 집적대기 위해 렉스를 죽인 약사 조지 윌리엄스 사망. 사사건건 개비와 대립하던 후아니타 솔리스 뺑소니로 사망. 재커리의 생물학적 할아버지 노아 사망. (생명유지장치를 끄라고 시켰다고 그대로 하면 이건 살해? 자살? 안락사? ㅇㅅㅇ) 대니얼과 도망치려던 매튜 애플화이트 사망으로 우렁차게 시즌 종료.
시즌 3 케일라 친모 노라 사망. 이 때 마트를 뒤집어 놓고 노라를 쏜 아줌마도 사망. (이 에피소드는 좀 짱이었음 ㄷㄷㄷ)
시즌 4 개비와 재혼한 빅터 랭 사망. (허리케인이 몰아닥치는데 돌아다니다 파편에 찔려 죽... -_-;;;) 개비의 집에 세들어 살던 마약 딜러 사망. 갑툭튀한 캐서린의 전남편 사망.
시즌 5 마이크와 수잔의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으면서 시즌 시작. 하지만 주요 등장 인물이 아니므로 패-쓰. 데이브 윌리엄스의 신비스런 주치의(?) 닥터 헬러 사망. (외 6명 화재로 사망)
그런데 이 에피소드는 뭔가 달랐다. 알콩달콩 계속되는 사건으로 시끌벅적하고 서로 등쳐먹고 뒤통수 때리고 사고 뒷수습하느라 정신 없는 이 드라마가 등장 인물의 죽음을 빌미로(?) 갑자기 훈훈한 플래시백으로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며 쉬어가는 에피소드. (물론 14화부터는 언제 그랬냐는듯 왁자지껄 난리법석으로 돌아간다 ㅎㅎㅎ) 분장 기술이 워낙 발달했지만 여러 시간대를 오락가락하는 내용을 다 찍으려면 시간 꽤나 들었을 거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설마 이걸 번거롭게 새로 찍었겠어? 예전에 썼던 화면에다 부드럽게 이어 붙였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ㅎ_ㅎ (메리 앨리스의 쪽지까지 비교해 보고 싶군 ㅡㅡㅋ)
(뭐 언제나 그랬듯이) 서론이 길었는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 조언, 위안을 주고, 의지가 되고, 항상 곁에 있어주는 착한 사람은 따지고 보면 가족도 없이 쓸쓸하게 살다가 건강이 나빠져 이제 좀 여생을 편히 쉬려고 하는 순간 세상을 떠야 한다는 설정이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위기의 주부들에는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일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