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으으..." 아서가 말했다. 그가 눈을 떴다. "깜깜해."
"그래. 깜깜해." 포드 프리펙트가 말했다.
"빛이 없어. 깜깜해. 빛이 없어." 아서 덴트가 말했다.
포드 프리펙트가 인간들에게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점 중 하나가 무지무지하게 명백한 사실을 계속해서 말하고 반복하는 괴상한 버릇이었다. 가령 '날씨가 좋군' 이라든지, '키가 크시네요' 라든지 '그래서 이걸로 끝이군. 우린 죽는 거야' 아니면 '맙소사, 1미터는 떨어진 것 같은 꼴이구나. 괜찮니?' 같은 말들이 그랬다. 처음에 포드는 이 기이한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이론을 만들었다. 인간은 계속해서 입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입이 시들어빠지나 보다 생각한 것이다. 몇 달 동안 관찰과 고찰을 해본 끝에, 그는 이 이론을 포기하고 새로운 이론을 정립했다. 인간은 계속해서 입을 움직이지 않으면 머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 이론 역시 단념했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냉소주의도 포기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인간을 좋아한다고 결론지었지만, 이들이 모르고 있는 그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지독하게 걱정스러웠다.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p. 84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주위의 독촉과 압력을 받고서야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입담을 풀어내던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제발 무지무지하게 재미있는 책을 번역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응답을 받은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김선형과 SF 마니아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이 장르에 적잖이 애정을 가진 권진아 옮김
책세상,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