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 신호를 번득이며 중간에서 우리를 따라잡은 배는 질량이 1 마이크로그램에도 못 미치는 극미(極微) 우주선이었다. 근처에 있던 항성에서 발사된 강렬한 광선으로 추진력을 얻고 있었다. 우리의 후방 감시 미러에 반사된 것은 완전히 적색 편이된 바로 그 광선이었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BHG 엔진을 멈추고 타성 비행 상태에서 랑데부를 기다렸다.
극미 우주선과 속도를 맞추는 우리 우주선은 마치 눈에도 안 보이는 플랑크톤 옆에서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처럼 보였다. 인간과 지성을 갖도록 개량된 지구산 동물로 잔뜩 찬 우리의 식민 우주선은 훤히 비칠 정도로 얇은 천을 둘둘 말아놓은 우산처럼 생긴 초소형 물체 옆에서 떠다녔다. 말하는 우산이다.
"우리 요청에 응해 줘서 고맙습니다." 쌍방의 컴퓨터가 언어 링크를 확립하자 우산이 말했다. "우리는 범우주적인 '의무적 실용주의 단체'를 대표해서 왔습니다."
그런 단체가 있다니 금시초문이었지만, 우리 선장은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당신들의 항성 간 엔진에 관한 토론에 참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 우리 엔진이 어쨌는데요?"
"그 엔진을 쓰면 한 항성계에서 다른 항성계로 상대론적인 속도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매우 쓸모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우리 인류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죠."
"문제는 바로 그겁니다. 우리가 이렇게 엄청난 거리를 여행해서 당신들을 따라잡은 것은 그걸 멈춰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조그만 항성 간 탐사기가 대답했다.
우리를 따라잡기 위해 그런 괴상한 방법을 쓴 것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의무적 실용주의 단체'의 우주선은 BHG 구동장치가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며, 위험천만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대안은 있습니다. 우선 우리처럼 출발 지점에서 발사된 강력한 광선을 타고 여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물론 육체를 벗어던지고 소프트웨어 존재가 되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우주선에는 그런 승객이 백만 명쯤 타고 있습니다. 함께 가고 싶으시다면 공짜로 기꺼이 자리를 만들어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아니, 됐습니다." 선장은 사양했다. "우리 종족은 육체가 있는 쪽을 선호하고, 당신의 그런 수송 방식은 우리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도, 편리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거야말로 생태학적으로도 우주론적으로도 건전한 방법입니다! 그에 반해 당신들의 추진 방식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해로운 방식입니다."
이 말은 우리의 주의를 끌었다. 정착한 행성을 아예 못 쓰게 만들어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식민 우주선의 탑승원은 환경 문제에 민감한 사람만이 선발된다. 훗날 우리가 개척한 세계를 물려받는 사람은 다름아닌 우리의 후손이므로, 이것은 단순한 윤리상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이다.
그러나 '단체' 우주선의 주장은 우리를 혼란에 빠트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탑승원을 대표해서 대답했다.
"환경에 해롭다고요? 우리는 단지 우주선 뒤에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초소형 블랙홀을 만들어 폭축시켜서 차용한 시공간을 타고 전진할 뿐인데요. 어차피 비어 있는 공간에 공간을 약간 덧붙일 뿐인데, 뭐가 오염된다는 겁니까?"
'단체' 우주선이 말했다. "정말로 모르겠습니까. 그런 일을 할 때마다 당신들은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전체 거리를 늘리고 있지 않습니까!"
"아주 조금 느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작용을 통해 빛의 속도에 거의 근접하는 속도로 나아가게 됩니다."
"당신들에게는 매우 편리한 방법이죠. 하지만 뒤에 남는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
"뒤에... 남는... 우리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그 뒤에 남은 우주에 사는 생물들 말입니다!" 우주선은 끈덕지게 말했다. 좀 화가 난 말투였다. "당신들이 그런 식으로 신나게 전진한 결과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다음번에 그 공간을 기로질러야 하는 사람의 여행을 조금씩 더 힘들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씩'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항성 간 공간에 눈에 보일 정도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몆조 척은 되는 우주선이 거길 지나가야 할 걸요. 게다가 그런 공간은 전 우주가 팽창하고 있는 탓에 어차피 확장될 운명에 있고-"
'단체' 우주선이 내 말을 가로막았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한번 물어봅시다. 당신은 그런 팽창의 원인이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내가 한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하게 그쪽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잠시 뒤에야 가까스로 쉰 목소리가 나왔다.
"도대체...,"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죠?"
'의무적 실용주의 단체'는 뚜렷한 사명을 가지고 활동 중이었다. 은하계 - 지구가 포함된 것뿐만 아니라, 밤하늘에 보이는 모든 은하계 대다수 - 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제를 요청한다는 사명 말이다. 근시안적인 종족에게 미래에 관해 생각해 보라고 역설하고, 장래에도 그들의 후손이 살아가야 하는 곳을 오염시키지 말아달라고 간청하는 식으로.
정말로, 정말로 오랫동안 그래 왔다고 한다.
"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군요. 안 그렇습니까?" 나는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뒤에 물었다.
우주선은 시무룩한 어조로 말했다. "네. 별로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몇십억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우주는 점점 더 커지기만 합니다. 별들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넓어지면서 구닥다리 우주여행 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더 떨어지고, 소모적인 시공간 파도타기 방식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식이죠. 우리 임무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권고에 응하는 것은 대부분 오래되고 현명한 종족이지, 젊은 종족은 거의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죠."
나는 우리의 멋진 우주선의 통신 돔 안을 둘러보았다. '의무적 실용주의 단체'의 말에 따르면 이동하고, 탐험하고, 신속하게 여행해서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는 젊고 활기찬 종족은 우리만이 아니라고 했다. 무역을 하고, 공유하고,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종족은!
실은 우리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단다.
"그렇군요." 나는 이번에는 조금 동정적으로 말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윤리적 우주선들은 간청과 논쟁과 협박을 통해 우리 우주선을 멈추려고 했다. 그러나 간청은 우리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논쟁은 우리를 설득하지 못했다. 협박은 은하계 사이의 빈 공간만큼이나 공허했다.
훗날 몇 번이나 이런 여행을 경험한 뒤에, 나는 이 힘 없는 모기 같은 '단체' 구성원이 어디에나 널려 있으며, 끈질기고 헛된 노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다수의 우주선은 후방 미러에서 번득이는 빛들을 상대론적 공간 특유의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보는 눈이 바뀌었다는 점을 시인해야겠다. 우리가 예의 '빅뱅'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주 팽창의 적어도 절반은 우리와 같은 우주선에 의해 생겨난 것이었다. 오염의 파도를 타고, 공간을 더 많은 공간으로 채움으로써 미래의 후손들에게 나쁜 환경을 떠맡기는 우주선들에 의해.
그런 광경을 머리에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토록 우주선이 많았다니. 자기들 생각만 하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추구하며 무작정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이런 우주선들 탓에 전 우주는 매일, 매년, 매십억 년 단위로 변화하고 있다. 모든 천체가 지금보다는 가까웠던 옛날 옛적에는 다른 종류의 이동수단으로도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시절에 살던 존재들은 절제할 수도 있었다. 그들이 절제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BHG 엔진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반면, 미래의 존재들도 아마 우리에 대해 똑같은 소리를 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다. 별들과 은하계들이, 바로 이 시대에 사는 우리가 근시안적으로 창조한 엄청난 심연에 의해 서로를 거의 볼 수도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먼 미래에는 말이다.
오호 통재라, 가능한 한 빨리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극기심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전 우주의 팽창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규묘의 사건에 우리가 티끌만큼 기여한들 그게 뭐 대수겠는가? 우리가 여기서 멈춘다고 해도 사태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여튼 간에, 우리의 우주선 엔진은 기쁜 듯이 웅웅거린다. 안전 한계에 아슬아슬하게 근접한 속도로 달리며 광속의 벽에 도전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요즘은 후방 미러를 보는 일이 거의 없으며... 잠깐 멈춰 서서 마냥 붉어지기만 하는 빛을 바라보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