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C가 구글의 품에 안기고 나서 사람들은 멋진 서비스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다. 순진하게. 아무런 발전이 없어도, 그래서 이벤트에 혹해서 끌렸거나 검열을 피해 망명하거나 아니면 구글과 아무런 관련도 없던 때부터 열심히 피드백을 전하며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함께 만들었던 사람들은 백엔드 통합에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하면서 기다렸다. 멍청하게. 텍큐닷컴팀의 활발한 피드백이 끊기고, 업데이트가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이러다 정말 구글이 인력만 쏙 빼가고 텍큐닷컴은 버리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에 뜨내기(?)와 터줏대감 가리지 않고 사용자가 속속들이 이탈하던 때도 사람들은 그래도 기다리고 기다렸다. 설마.
하지만- 구글코리아가 서비스해온 텍스트큐브닷컴이 구글의 세계적인 블로그 서비스 블로거로 통합될 예정입니다.
트위터에서 이 충격적인 소식을 처음 접하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궁시렁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다. 구글-텍큐닷컴팀을 믿고 지금껏 기다렸던 로열티 높은 사용자만 바보 됐네...
Q. 내 텍큐닷컴 블로그는 어떻게 되나요? A. 구글은 사용자 데이터를 그 무엇보다 더 중시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텍스트큐브닷컴에 있던 모든 데이터가 블로거에 이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호환이 불가능한 몇몇 기능은 이전하기가 여의치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리며, 혹시 블로거가 아닌 타 서비스로의 데이터 이전을 원하시는 사용자들에게도 지원을 제공할 것입니다. F. 원자폭탄을 맞은 히로시마 꼴 납니다. 도망쳐!!!
Q. 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블로거로 옮길 수 있나요? 텍스트큐브닷컴의 어떤 기능들이 블로거와 통합되나요? A. 구글은 사용자 데이터를 그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텍스트큐브닷컴에 있던 모든 데이터가 블로거에 이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저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환이 안되는 몇몇 기능은 이전하기가 여의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F. 푸핫!! 블로거닷컴을 접해 보지 않은 분들은 일단 그 사이트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나서 얘기하죠. 텍큐닷컴 블로그를 블로그스팟으로 옮긴다는 개념 자체가 어불성설임을 순식간에 깨닫게 될테니.
Q. 이전 작업은 언제 이루어지며 언제 완성 되나요? A. 저희는 이전 작업이 신속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전 과정에서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F. 아니, 제발 바다거북이 천수를 누리다 늙어 죽도록 천천히, 태양이 수소와 헬륨을 다 태워 없애고 쭈그렁탱이 늙은 별이 되도록 천천히 작업하세요. 이전 작업 빨리 끝나는 거 원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아, CK님 정도? -_-
Q. 텍스트큐브닷컴팀이 글로벌 블로거팀내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된다는데 블로거 서비스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A. 텍스트큐브닷컴팀은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블로거에 혁신적인 기능을 더하고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것입니다. 최근 출시된 블로거의 ‘블로거 템플릿 디자이너’ 기능이 이런 노력의 좋은 예입니다. 텍스트큐브닷컴팀은 텍스트큐브의 '스킨에디터' 기술을 기반으로 '블로거 템플릿 디자이너'를 완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F. 블로거닷컴에 무슨 변화가 생기든 텍큐닷컴 사용자는 관심 없습니다. 물어보는 사람도 없는데 친절하게 답하지 말아요. 가증스럽게. 보다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할테니 응원을 부탁? 웃기지 마쇼. 설마 진짜로 한국에서 블로그스팟 사용자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냥 예의상 넣은 문구겠지. 한국 사용자의 기대와 요구사항을 더 많이 연구해서 블로거닷컴이나 열심히 발전시키세요. 'ㅅ'=3
사실 너무 당황스럽다. 배신감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거겠지.
블로그 자체가 사양산업이니 빨리 손 떼려는 현명한 판단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이미 알고 있었네 뭐;;; ㄷㄷㄷ 구글코리아가 텍큐닷컴을 삼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이런 궁시렁을 썼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상무는 "빠른 시일 내 구글 연구센터에 TNC 엔지니어들을 앉힐 것이다. TNC 인력 흡수 목적은 어디까지나 검색 연구 능력 강화에 있을 뿐 콘텐츠 늘리기와는 큰 연관이 없다. TNC로 인해 블로그 사업을 새로 시작할 지 여부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쳇... 이게 뭐야... 역시 이 궁시렁은 쓸모 없는 헛삽질이 되는 건가... OTL 아니, 그것보다 텍큐닷컴이 블로그스팟닷컴 꼴이 나게 생겼잖아! (버럭!)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이런 종류의 배신감에 치가 떨려 다시 (미러사이트로 전락한) 제로보드4로 돌아가자니 이제껏 텍큐닷컴에서 만난 여러 이웃분들과의 연이 끊어지겠고, 어쩌면 좋지. 10년 동안의 궁시렁질일랑 접고 공부나 하라는 계시인가.
그래도 난 (아직) 안 떠난다. 구글이 텍큐닷컴의 목뼈를 부러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있을테다.
실질적으로 블로그질은 텍큐닷컴에서밖에 안 했는데 이제 와서 어디로 가라는 거야...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테라포밍할 시간도 없어. 설치형 텍스트큐브는 주소를 그대로 가져갈 수 없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치형 텍스트큐브는 텍스트큐브닷컴과 별도의 조직이 개발하는 별개의 프로젝트이므로 닷컴 서비스가 블로거로 이전되어도 설치형 텍스트큐브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계속 알려주어야 하는 TNF의 센스 넘치는 한 마디:
구글 텍큐닷컴이랑 블로거닷컴이 합친다는데, 그거랑 저희가 만드는 설치형 텍스트큐브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엄청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