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궁시렁이 승무원 인터뷰를 했다고? 두둥- (이소은의 That's Entertainment 도입부 패러디)
네. 정말입니다. ㅋㅋㅋ

완전히 막나가자는 식으로 네덜란드 승무원을 다짜고짜 부여잡고 질문 공세를 해볼까- 생각도 아주 잠깐 해 봤지만, 애초에 인터뷰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무슨 질문을 할까 책상머리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 본 것도 아니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대충 질문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만 했을 뿐, (당연한 귀결로) 비행기 좌석에 앉은 이후에도 질문 정리는 커녕 사과 주스를 마실까 오렌지 주스를 마실까(하지만 결국엔 네스티 ㅋㅋㅋ) 궁리하고 있을 뿐이었삼. 퓨햐-

그러다 목구멍을 촉촉히 적셔서 계속 터져나오는 기침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아예 음료수가 마련된 금단의 공간(응? 아무나 가서 집어 마시라며 ㅋ)에 가서 뭘 마시려고 했는데, 때마침 내가 앉은 복도를 담당하는 승무원이 안에서 일을 하고 있길래 너무나도 궁금해서 편도선이 펑 터질 것만 같은 질문을 겁도 없이 던지고 말았다.



"방금 나온 식사(고기가 들어있는 볶음밥; 바로 이전 궁시렁 참조)는 그 메뉴 하나밖에 없던 거에요?"



- 잠깐 알림 : 이런 소심한 녀석 ㅋㅋㅋ 하면서 마음껏 비웃으셔도 됩니다. 단 시간은 2.85초만 드립니다. -

뭐 그래서 이 김에 승무원 인터뷰를 들이대보자! 하는 밑도 끝도 없이 과격한 심정으로 내가 사실은 KLM 홍보원인데 인터뷰를 좀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더니,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날카로운 반응이 돌아왔다.
"네? 녹음하시는 거에요?"

  • 다시 알림 : 물론 이 인터뷰는 녹음하지 않았고, 오래 하지도 않았으며, 자리로 돌아와서 대화 내용을 순전히 궁시렁의 기억에 의존해 잉글랜드어로 적은 것을(어차피 한국어로 쓸 건데 왜??) 다시 한국어로 풀어 놓은(무슨 압축했다 푸는 것도 아니고...;;;) 것이므로 중간 중간 소실된 부분이 있으며(기억력은 불완전하니까 -_-ㅋ) 실제 인터뷰 내용이 약간 왜곡될 수 있습니다.

궁시렁(이하 G) : 여기서 일 하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승무원(이하 M) : 조금요. 특히 오늘은 만석이라 더 그렇네요.
G : 원래 비행기 보통 자리 다 차지 않나요? 제가 다닐 때는 항상 자리 없던데.
M : 아니에요. 이 비행기(보잉 747-400 콤비)는 이코노미 좌석이 250석 정도 있는데 어떤 때는 60석만 차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각자 발 뻗고 잘 수도 있어요. 보통 만석이거나 그룹 승객이 있으면 좀 힘들어요.
G : 우와, 그럼 오늘은 두 경우가 겹친 거네요. (만석 & 그룹)
M : 네.
G : 그룹 승객이 있으면 왜 어려운가요?
M : 자리 바꿔 달라는 분들도 많고, 여러가지 요구 사항이 많거든요.
G : 오늘 비행기 출발이 좀 늦었는데요, 왜 그랬나요?
M : 만석이라서요. 좌석이 꽉 차면 승객들이 탑승 완료하고 나서 이륙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G : KLM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써 줘야 되거든요. (너무 솔직한 거 아님? ㅋㅋㅋ) KLM에 입사하셔서 좋은 점이 뭐가 있을까요?
M : (단박에) 근무 조건이 항공사들 중에 제일 좋아요. KLM 승무원의 80% 이상이 다른 항공사에서 옮겨 온 사람이에요. KLM이 최종 목표인 셈이죠. 승객들이 받는 서비스 같은 경우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국적사가 훨씬 낫겠지만, KLM의 생각은 조금 달라요. 승무원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승객을 편안하게 모시려면 일단 승무원이 먼저 활기차고 편해야 한다는 방침이거든요. 한국적 사고방식과는 많이 다르죠.
G : 그러면 승무원님도 다른 곳에서 이직해 오셨나요?
M : 아뇨, 전 여기서 일을 시작했어요.
G : 네덜란드 승무원은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 승무원은 모두 젊어요. 왜 그런가요?
M : 네덜란드 여성 승무원은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입니다. 손목 부분에 줄이 4개 있잖아요? 그게 20년 이상이라는 뜻이에요. 결혼하고 아이 낳은 뒤에 다시 복직하고 그래요. 젊은 승무원은 유럽 안을 운행하는 짧은 노선에 들어가고, 경험이 많은 승무원은 대륙간 긴 노선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한국인 승무원은 약간 다른 조건에서 일을 해요. 줄 2개 부터 시작합니다. (같이 입대했는데 누구는 PVT 이병 누구는 SPC 상병 뭐 이런 개념인듯.) 그리고 네덜란드 승무원은 키가 190cm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요. (키가 워낙 크니까;;;) 한국은 몇 cm 이상 이런 조항이 있는데. ㅅㅅ
G : 이 안(음료수 및 다른 식품을 넣어두는 공간)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M : (물어보고 온 뒤) 아뇨, 그건 안 될 것 같네요.
G : (다른 사람들이 왔다갔다하고 다른 일 하느라 잠깐 기다렸다가)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한글로 다시 쓰니까 양이 굉장히 줄었...다기 보다는 애초에 내가 질문을 몇 개 하지도 않았고 그다지 영양가 있는 질문을 던진 것도 아니었구나. oTL 며칠 전에 TV에서 승무원들이 잠깐 쉬는 비밀의(응?) 공간도 보여주고 해서 여차하면 그런 곳으로 돌진(얼씨구... 퍽이나 ㅋㅋㅋ)할까 아주 잠깐 고민도 했지만- ㅋㄷ 몇 분씩 쉰다고도 얘기해 줬는데 적어두지 않아서 기억이 안 난다. ㅡㅡㅋ
어쨌거나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주신 민 모 승무원님(이름은 이니셜로만 나와서 ㅋㅋㅋ) 캄솨합니돠. 굽신굽신-

바로 이 분. 이 때는 음료수 트롤리를 찍으려고 했을 뿐 승무원 사진을 찍을 생각은 없었다. ㅋㅋㅋ


좀 어처구니 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KLM은 승객보다 승무원을 우선시한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고객이 왕이다 뭐 이런 태도로 승객을 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승객에게 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승무원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다. 가뜩이나 긴 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서 꼼짝 없이 갇혀있어야 하는데, 스트레스받고 몸 컨디션도 엉망인 승무원이 어떻게 승객에게 웃으면서 편안하게 응대를 해줄 수 있을까? 승무원이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승객도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 - 이치에 맞는 소리가 아닐까?
승무원들이 KLM으로 오고 싶어한다. 그러면 벌써 게임은 끝난 거임.


- 기내식이 어쩌고 투덜댈 땐 언제고?
- 승무원이 기내식 메뉴까지 책임지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