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우 형사는 헤어지기 전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가 어떻냐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에게 빈에 대해 썩 내키지 않는 상당히 주관적인 묘사를 했던 것 같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어디에 사느냐는 내 질문에 자기는 도시가 싫다고 대답했다. 도시에는 향수 냄새와 음식 냄새, 세제 냄새, 쾨쾨한 휘발유 냄새가 진동하고 그 위를 지독한 똥 냄새가 뒤덮고 있기 때문에 도시가 싫다고 했다.
나는 유럽으로 돌아가기 전에 서울에서 2 주간 머물렀다. 늘 그렇듯이 민주주의를 관장하는 대통령과 장관들은, 모든 것은 통제 하에 있으며 한국이 제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표방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실종된 가족을 여전히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국회의원으로 둔갑한 옛 독재자의 아들을 기필코 피고석에 앉히겠다는 집념에 불타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그즈음에는 옛 독재자가 명예 총사령관으로 엄청난 승격까지 한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통제 하에 있고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 모두 합법적이기 때문에, 나처럼 불온하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치아까지 완전 중무장하고 얼굴에 시커먼 칠을 한 경찰 백여 명이 거리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 대법원의 갑작스런 결정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믿을 뿐이었다. '평소와 다름 없이 경찰이 동원'된 다음 날, 대법원은 모든 소송 사건을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단정지었다.
형사의 말이 옳았다. 도시는 온통 똥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할당된 지면에 얽매여 오스트리아 신문에 6일간 연재되었다. 즉, 상업 매체라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이 삭제되었다. 오늘날 신문 지면은 작품의 사상이나 관심, 작품성에 좌우되지 않는다. 회사 경영진이 신문사를 운영하다 보니 그들이 유일하게 바라보는 척도는 광고나 스포츠, 연예 기사를 얼마나 싣느냐에 달려있다. 오래 지속되는 것을 싣게 되면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B 에디션 출판사 덕분에 이 이야기를 오리지널 버전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고 형사를 만난 지도 그새 몇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격동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모두 예전과 똑같아지기 위해 모든 것이 변했다.
루이스 세풀베다(2002)도 충분히 납득할 거라고 혼자서 단정짓는 패러디. ㅡㅡㅋ
핫라인 Hot Line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 권미선 옮김
열린책들, 2005
나는 유럽으로 돌아가기 전에 서울에서 2 주간 머물렀다. 늘 그렇듯이 민주주의를 관장하는 대통령과 장관들은, 모든 것은 통제 하에 있으며 한국이 제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표방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실종된 가족을 여전히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국회의원으로 둔갑한 옛 독재자의 아들을 기필코 피고석에 앉히겠다는 집념에 불타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그즈음에는 옛 독재자가 명예 총사령관으로 엄청난 승격까지 한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통제 하에 있고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 모두 합법적이기 때문에, 나처럼 불온하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치아까지 완전 중무장하고 얼굴에 시커먼 칠을 한 경찰 백여 명이 거리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 대법원의 갑작스런 결정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믿을 뿐이었다. '평소와 다름 없이 경찰이 동원'된 다음 날, 대법원은 모든 소송 사건을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단정지었다.
형사의 말이 옳았다. 도시는 온통 똥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할당된 지면에 얽매여 오스트리아 신문에 6일간 연재되었다. 즉, 상업 매체라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이 삭제되었다. 오늘날 신문 지면은 작품의 사상이나 관심, 작품성에 좌우되지 않는다. 회사 경영진이 신문사를 운영하다 보니 그들이 유일하게 바라보는 척도는 광고나 스포츠, 연예 기사를 얼마나 싣느냐에 달려있다. 오래 지속되는 것을 싣게 되면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B 에디션 출판사 덕분에 이 이야기를 오리지널 버전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고 형사를 만난 지도 그새 몇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격동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모두 예전과 똑같아지기 위해 모든 것이 변했다.
루이스 세풀베다(2002)도 충분히 납득할 거라고 혼자서 단정짓는 패러디. ㅡㅡㅋ
핫라인 Hot Line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 권미선 옮김
열린책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