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1일
    애플 매장에 방문해서 물어보려다 그냥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복원(포맷)을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두고 여러가지 해법을 제시했으나 그다지 영양가있는 방법은 아니라 아무 것도 소용이 없어서 문제가 무엇인지 서비스센터에 가도 어차피 포맷되는 건 마찬가지라길래 결국 복원을 해 보기로 했다. CD에서 리핑한 뒤 터치팟에 넣고 이미 지워버린 노래가 몇몇 있어서 내가 뭘 지웠나 확인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 1월 22일
    설마 복원까지 했는데 이젠 문제 없겠지...! 하고 볼 일을 마치고 학교로 가고 있는데, 반나절 동안 잠잠하던 것이 또 튕겼다!
    반사적으로 지하철에서 바로 튀어내려서 전화를 걸어 너네가 시킨대로 복원까지 했는데 또 튕겼다고 하니 서비스센터에 가 보라네...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내려서 통화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충무로역에 서비스센터가 있었다. 보통 전자제품에 이상이 생겨서 기사에게 가져가면 아무런 말썽 없이 얌전하기 마련인데, 또 다행히도(?) 테스트를 하려고 만지작하는 동안에 (이번에도 별 것 안 했는데 다시) 홈 화면으로 튕기길래 내가 입 아프게 무슨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애플의 규정상 애플의 테스트 전용 파일 18곡을 넣고 테스트를 한다는 것이다.
    노래가 2천곡 가까이 들어있는데, 딸랑 18개로 뭐가 문제인지 집어 내겠다고? 테스트 내용도 들어보니 이건 뭐 '테스트 결과 이상 없음' 딱지를 붙이기 위해 검사하는 시늉만 내려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자기들은 애플이 정한 대로 따를 수 밖에 없으니 불만은 상담센터를 이용하라고 한다. 난 내 핸펀으로 전화를 걸어서 통화료를 내는 것도 싫을 정도로 화가 난다고(그런데 080은 무료 아닌가?) 아니면 내 핸펀 건전지가 닳은 것도 싫을 정도로 화가 난다고 했더니 흔쾌히 사무실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주었다.

    하지만 내가 전화통을 세 시간이나 붙잡고 있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_-;

    사과 :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은 어렵다.
    궁시렁 : 출시될 때부터 불량이다. 애플은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는 테스트만 가능하게 해 놓았다.

    내용은 이렇게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니 담당자에게 넘겨 주겠다는 태도때문에 점점 화가 났다. 한참동안 얘기하면 궤변을 늘어놓으며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또 넘기고 이렇게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화도 잘 못내고 부르르 떨기만 하는데 남의 사무실에서 전화를 (얻어) 쓰면서 발을 구르며 마구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오히려 열받는데 소곤소곤 얘기하고 있으니 어처구니도 없고, 어떻게든 책임 입증을 회피하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애플을 상대로 단어를 섬세하게 골라서 사용하고 있으니 마치 소송을 걸고 있는 기분이었다. 웃기는 건 그렇게 뺑뺑이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처음에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와 있더라는 거다. -ㅅ-;;; 상담전화를 걸어 2시간을 싸웠는데, 담당자와 통화하기 위해 내선으로 연결하는 것보다 이 전화를 끊고 내가 다시 (처음에 걸었던 바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거는 것이 더 빨리 연결된다는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멋진 결론!!!
    또 다행히도(??) 지금껏 싸운 내용이 다 녹음(혹은 정리)되어 했던 얘길 또 할 필요는 없었는데, 만약 각인이 없었다면 자기 선에서 어떻게 해 보겠지만 뒷면에 새긴 이름과 주소 때문에 애플의 명확한 책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환이나 환불을 위해서는 매니저의 승인이 필요하다길래 그럼 그 매니저랑 통화하겠다고 하니까, 영어로 하셔야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아마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 같다) 하길래 (상담원이 눈도 깜빡이기 전에) 상관 없으니 바꿔 달라고 하니까 지금은 회의 중이라 통화가 어려우니 대신 자기가 최대한 호의적으로 얘기해 보겠다고 한다. 무슨 매니저길래 그렇게 어렵냐고 물어보니 애플 아시아 총괄 매니저라네... ㅇㅅㅇ;;;

    아니- 각인이 얼마나 중요한 사안이길래 불량(으로 나는 강력하게, 애플은 명바기 발톱의 때만큼만 의심하는) 제품을 바꾸는 데 아시아 총괄 매니저까지 끼어들어야 하는 걸까? -_-; 여하튼 업무 시간이 다 되어 내일 연락을 주기로 했다. 날이 새도록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는데도 해결이 나지 않았다. ㅡㅡ;

    (그동안 한국에서는 유달리 유별나게 느껴지는 애플의 정책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반발하는 사람을 여럿 보게 되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왜 새 것을 사는 것에 육박하는 많은 돈을 내고 남이 쓰다가 고친 제품을 받아야 하냐는 둥. 애플은 물이 들어가서 안 되고 그냥 액정이 깨진 건 소비자 과실이라 안 되고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안 되는 것도 이유가 너무 많다. 도대체 애플이 해 주는 건 뭘까?)

  • 1월 23일
    당연히 애플의 책임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우리는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합의금은 지불하겠다는 투로) 매니저의 승인을 받았으니 특별히 이번 한 번만 교환이나 환불을 해 주겠다고 한다. 처음엔 그냥 환불 받을까 생각해 봤지만, 그래도 며칠 써 보니 계속 쓰고 싶어서(미쳤지, 또 무슨 에러가 있을지 모르는데 -ㅁ-) 이것 저것 확인하고 교환을 받기로 했다. 이것도 역시 애플의 독특한 방침 때문에 제품 자체만 바로 맞교환하는 게 아니라 일단 이 제품을 (번들 이어폰, 케이블, 닦는 천까지 포함해) 모두 수거해서 창고에 들어간 게 확인되면 새 제품을 보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냥 내가 찾아가서 사과야 사과야 불량 줄 게 새 것(이왕이면 이번엔 뽑기 잘 해서 멀쩡한 걸로... -_-;) 다오 하면 안 되나... ㅡㅡ;;;
    각인까지 그대로 해서 다시 보내준다길래 혹시 각인이 없으면 뭐가 달라지냐고 물어보니 구입 후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도 가능하다고 하길래, 혹시 이렇게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는 문제가 또 생기더라도 옥신각신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고민한 뒤 각인 없는 물건을 받기로 했다. (사실 이름이랑 주소를 새긴 게 애착이 가는데... ㅠㅠ)


그래서 설 연휴동안 계속 이걸 쓰고 있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노래만 틀어 놓으면 문제가 없다가도 조금만(누군가의 입장에서는 과도하게) 굴리면 또 홈으로 튕기는 걸 보면서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다른 것도 이거랑 마찬가지면 어쩌지?
그러니까, 이렇게 튕기는 게 정상 제품 모두가 마찬가지라면 어쩌지? 이 정도의 에러는 오차 범위 안이라면 어쩌지? (직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이건 원래 이래요, 그냥 쓰셔야 돼요, 뭐 이런 식으로)
그냥 환불받을 걸 그랬나? 아님 똑같이 각인 새겨달라고 할 걸 그랬나? (라며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벌써부터 신경쓰고 있다)



+ 한 가지 궁금증은 풀렸다. 애플 아시아 총괄 매니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준 그 상담원은 싱가포르에서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오늘 다시 통화를 해 봤는데 자기가 해외에 있어서 한국의 다른 전화로 돌려줄 수가 없다고...;;; (그럼 그 상담원은 월급을 싱가포르 달러로 받을까? 원으로 받을까? US 달러로 받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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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쿠나 2009.01.27 19:38      

    이것저것 신경쓰이시는군요 ㅋㅋㅋ

    • BlogIcon 궁시렁 2009.01.28 10:21      

      CPU 사용률 97%. Ctrl + Alt + Del 을 동시에 눌러서 사용 중인 응용프로그램을 종료해 주세요. (아, 이건 애플이니까 뭔가 다른 비유를 해야겠는데... -ㅅ-;;;)

  2. BlogIcon 띠용 2009.01.27 20:58      

    애플 제품을 사면 다 이런건가요;;

    • BlogIcon 궁시렁 2009.01.28 10:24      

      설마... 다 이렇지는 않겠...죠? 제가 좀 까탈스럽기는 하지만 이런 에러가 정상은 아니겠죠? ㅠㅠ

  3. BlogIcon Odlinuf 2009.01.27 21:57      

    고생과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셨군요. 애플코리아의 악명높은 서비스 정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알고 지내는 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피부에 와 닿습니다.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각오 단단히 해야겠는걸요.
    그래도 교환이 된다니 천만다행입니다. 제가 뽑기 운이 좀 좋은데, 기운을 좀 나눠드리죠. :-)

    • BlogIcon 궁시렁 2009.01.28 10:25      

      제발 오드리님의 기운을 넘겨 받아 멀쩡한 제품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ㅠㅠ

  4. BlogIcon 실버 2009.01.28 10:10      

    애플을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이뻐서 좋아했더니 참..ㄱ-;;

    • BlogIcon 궁시렁 2009.01.28 10:26      

      한 번 써 보고 애플 제품을 더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나 있나 봅니다. CR 문화가 확연히 달라요.

  5. BlogIcon 모노마토 2009.01.28 10:53      

    국내 들어온 다국적 기업이 뭐 다 저렇죠......
    삼성 엘쥐가 서비스가 워낙 좋지요(물론 제품 가격에 포함 되어있긴 합니다만.......)
    어도비는 저것 보다 더해요 -_- 본사에 전화해서 뭐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없..........

    • BlogIcon 궁시렁 2009.01.28 11:19      

      모노마토님 오랜만에 뵙네요. (올블로 들어오셨죠? ㅎㅎ)
      애플스토어는 아예 상담원이 싱가포르에 앉아서 전화를 받고 있네요. 한국 사람이 한국말로 상담하는데 외국에서 근무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6. BlogIcon 여담 2009.01.28 21:02      

    아 나는 보증기간 1년 되기 전에 11개월 25일쯤 -_-? 새걸로 함 바꾸고 쓸라고했는데 이거 이렇게 어려우면 똥이네여. 뽑기 잘 해서 별로 상관은 없지만..

    친구는 교환 잘 받아서 쓰던데 뭘물어본건지 모르겠뜸 (걔도 한국가서 받아왔다던데요 교환을)

    그나저나 영어로 통화하셔야곘는데요 하는 회심의미소 ㅋㅋㅋㅋㅋ ㅂㅂ

    • BlogIcon 궁시렁 2009.01.29 02:13      

      어떤 분들은 그렇게 리퍼 받아서 잘만 쓰시더군요. 저는 초짜라 잘 몰라요. ㅎㅎㅎ

  7. BlogIcon 감은빛 2009.01.30 18:00      

    저런! 이런 불친절한 사과를 봤나!
    뭔가 굉장히 복잡하군요. 게다가 전화를 세시간이나 했다니!
    저 같았으면 아마 십분도 못 참고 성질내고 전화 끊었을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상식에 어긋나는 건 못 참는데,
    처음부터 잘못된 제품을 안 바꿔주면 정말 난리쳤을 거예요.

    오랫만에 오게 되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BlogIcon 궁시렁 2009.01.30 18:25      

      감은빛님 근 한 달 가량 잠잠하시길래, 바쁘신가보다고 생각했죠.
      사실 세 시간 동안 주야장천 떠들어 댄 건 아니고, 다른 전화 연결 받느라 기다리고 전화 안 받아서 기다리고 하는 시간도 많았어요. ㅎㅎ 하지만 서비스센터 문 닫을 시간까지 해결을 못 보고 기다리려니 눈치가 좀 보이긴 하더라고요. 더구나 설 연휴 바로 앞이기도 했고;;;
      설은 잘 쇠셨나요? 건강 잘 챙기셔야죠! ㅅㅅ

  8. BlogIcon 두아쓰 2009.01.31 02:03      

    설마 각인이 부재 시 경비실에 맡겨주세요는 아니겠죠(?!?!!!!!!)

    • BlogIcon 궁시렁 2009.02.01 01:37      

      각인 인증샷 조만간 올라갑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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