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온 발상이 행정학과를 법과대학으로 원위치시키는 것이었다. (행정학과는 1981년까지 법과대학 소속이었다) 그러면서 국정학과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개명을 시도하고, 법과대학이라는 위상까지도 이용하면 고법의 인풋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성립되어 있었다. 이미 행정학과 교수들은 대부분 이 이전 계획에 찬성한 상태였으며(물론 행정대학 등으로 대학 명칭을 추후 개명한다는 조건을 단 교수님들도 있었다), 제3법학관의 준공을 위한 설계도와 부지선정까지 완료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교육부가 법학과가 아닌 법과대학이라는 기관 자체를 2012년 2월까지 폐지하라고 못을 박아버리면서 헛발질로 끝나게 된다.
행과 소속 변경(혹은 정대에서 독립) 얘기는 이제 완전히 수그러든 걸까?
고파스 추게에 올라간 로망앞에서의 글을 퍼왔다. 약간 편집했어도 스크롤의 압박이 심각하니 관심 있는 사람만... 쿨럭...;;; (혹시라도 내년에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려는 예비 수험생에게 강추!)
공전(空轉)할 운명의 자전(자유전공학부)
고려대학교 자유전공학부의 허구성에 대한 고찰
김원 (법 07 | 2008년 법대 학생회장)
오늘 고려대학교 정시 원서모집이 마감되었다.고려대학교의 새 모집단위인 자유전공학부는 3.97:1의 경쟁률로 접수를 마감했다. 자유전공학부에 대해 대학들과 언론들에서는 법과대학을 계승한다, 새로운 상위권 학과다 라는 식으로 수험생들을 열심히 현혹해왔다. 자유전공학부 문제는 법과대학과 관련한 것이라서 공식과 비공식을 아우르는 여러 소식을 접했다. 이 얘기 저 얘기 들을 때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언젠가 말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서접수 전에 괜히 학교 비판해서 인풋 떨어뜨린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꾹 참고 있었다. 모든 원서접수가 끝났으니 이제는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모집단위
자유전공학부는 아마 독립학부로 존재하게 될 듯 싶다. (현재 고려대학교에는 단과대학에 속하지 않은 독립학부로 조형, 국제, 언론학부가 있다) 총장실, 입시처, 교무처 어떤 곳에 문의해도 자유전공학부의 교육과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는다. 입시처 사이트에 질문을 올리면 교무처 번호를 알려준다. 교무처에 전화하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한다. 그렇다, 학교는 자유전공학부에 대해서 아무 것도 결정해놓지 않았다. 다만 결정된 것은 사고와 표현과 실용영어를 신법학관 3, 4층에서 듣는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법과대학 학사지원부가 이들의 학사 업무를 총괄한다. 웃기는 것은 그렇다고 자유전공학부가 법과대학의 관할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자기가 속한 단위에서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학부에는 학부 담당 교수도 없고, 담당 직원도 없는 것이다. 자유전공학부가 어떤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도 역시나 결정된 바가 없다. 서울대 자유전공의 경우 예전의 문리대를 이어받아 문이과을 통합하는 ‘통섭’의 교육과정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과적 소양과 이과적 소양을 아우르는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 하에 문과 출신의 수시생들에게 벌써부터 고등학교 수2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학교의 자유전공학부는 인문사회계열의 모집단위이다. 그저 사범대를 제외한 인문사회계열의 전공단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학교에서는 정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안 하는 듯싶다.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는 점도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2학년 진입 시 전공을 선택한다. 하지만 고려대학교는 제2전공이 필수이다. 그렇다면 제2전공(이중, 연계, 심화전공)을 이수하게 될 경우 이수단위는 심화전공 이수의 경우 최소 50여 학점에서 최대 85학점, 이중전공이나 연계전공 이수의 경우 최소 72학점에서 최대 104학점까지 된다. 3학년 진입 시 선택을 하면 전공을 이수할 수 있는 학기는 네 학기가 남는다. 네 학기 동안 한 학생은 정상적으로라면 72학점을 들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리 골라서 들어놓지 않으면 절대 이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유전공학부를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졸속적이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고려대는 도대체 왜 이 학부를 만들었는가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이런 무지막지한 학부를 만들었는가. 왜 123명이라는 꽤 많은 인원을 이 학부에 배정했는가. 의문의 실마리는 총장실의 행적을 잘 살펴보면 풀린다. 이 학부와 관련해서 처음 나왔던 말은 고시전문학과 이야기다. 법대가 없어지게 되자 이기수 총장님은 고시전문학과를 만들어서 법대가 그간 고대 내에서 갖고 있던 안정적으로 매해 수많은 고위공직자를 배출해내는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의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합격자 수를 뛰어넘었다. 그만큼 법대가 고대 내에서 갖는 위상은 적지 않았다. 안 그래도 고법연상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법대가 갖고 있던 그 기능마저 사라진다면 연세대와의 경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법대우월론을 펴자는 것이 아니다. 법대 자체가 아닌 그러한 기능만을 원했던 것을 꼬집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총장님의 구상은 ‘인촌학부’라는 무지막지한 네이밍 센스부터 시작해서 학문의 상아탑이 되어야 할 대학을 고시 학원화시키려고 한다는 교내외의 비판에 직면한다. 그래서 8월 즈음해서 총장님은 생각을 바꾼다. 로스쿨 법 8조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로스쿨 법 8조는 ‘법학 학사 과정을 폐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디에도 법과대학을 폐지하라는 말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발상이 행정학과를 법과대학으로 원위치시키는 것이었다. (행정학과는 1981년까지 법과대학 소속이었다) 그러면서 국정학과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개명을 시도하고, 결국은 원래 만드려고 했던 인촌학부와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학과를 만들어서 법과대학이라는 위상까지도 이용하면 고법의 인풋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직접 확인해본 바로는 이러한 구상은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성립되어 있었다. 이미 행정학과 교수들은 대부분 이 이전 계획에 찬성한 상태였으며 (물론 행정대학 등으로 대학 명칭을 추후 개명한다는 조건을 단 교수님들도 있었다) 제3법학관의 준공을 위한 설계도와 부지선정까지 완료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교육과학기술부가 8월 27일 법학과가 아닌 법과대학이라는 기관 자체를 2012년 2월까지 폐지하라고 못을 박아버리면서 헛발질로 끝나게 된다. 그러자 결국은 다른 대학들이 모두 하는 대로 그냥 자유전공학부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입시에서 인풋을 유지하기 위해 경영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 왜 다른 과들에게 정원을 나눠주는 것이 아닌 자유전공학부의 설치를 통해 정원을 쓰기로 결정한 걸까. 고등교육법상 한 대학의 학부와 전문대학원의 정원은 제한되어 있어 함부로 늘릴 수 없고 다만 총 정원은 그대로인 채로 학과 간 정원 조정을 할 수만 있다. 따라서 새 학부를 설치하는 방법 말고도 다른 학과들에 전공을 나눠주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정원 묶어두기’의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현재 120명으로 묶여있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이 총정원 제한이 풀리면서 늘어나게 될 가능성 혹은 법과대학이 되살아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의 학부 정원을 쓰는 수밖에 없는데 다른 과에 정원을 나눠준 상태에서는 늘어난 정원에 맞춰 교수도 충원하고, 제반 시설도 만든 상황에서 정원을 받았던 과들이 나중에 쉽게 다시 돌려줄 리가 만무한 것이다. 그래서 정원을 다시 뺏기 용이한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 자유전공학부이다. 자유전공학부가 만약 법과대학의 전통을 잇는다면 억지로라도 그렇게 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유전공학부는 법과대학과
발가락조차 닮지 않았다. 그저 법과대학의 잉여정원으로 만들어졌을 뿐, 그것 말고는 법과대학과의 연계성은 전혀 없다. 전혀 다른
단위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자유전공학부에는 한 명의 교수도, 직원도 배치되지 않는다. 학생들조차 어차피 이 학부를 떠날 사람들이다. 그들로썬 그저 전공의 자유로운 선택만을 보장해주면 될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 모집단위를 폐지한다고 해서 반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자유전공학부’라는 기형적인 모집단위가 생기게 된 이유인 것이다.
대물낚시광 고려대는 낚싯대를 치워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낚시다. 수험생들에게 학교가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전공학부에는 비전도, 공동체도, 아무 것도 없다. 서울대처럼 통섭의 교육과정이라는 특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전공을 입학 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특성이다.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 입학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다. 자유전공학부는 제대로 된 제너럴리스트를 키우는 과정 또한 아니다. 교양을 여러 개 선택해서 듣는다고 해서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제너럴리스트를 키우고 싶다면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할 일이지, 결코 그냥 방치해두고 알아서 들어라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전공선택이 입학 후로 미뤄진다는 것이 과연 선배도, 공동체도, 학사지원도, 지도교수도 잃으면서까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당근인지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자전(자유전공)은 자전(自轉)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저 공전(空轉)할 운명만이 기다릴 뿐이다. 오늘 수시 OT 온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새터를 데리고 간다고 했더니 법대 선배님들이 우리 챙겨주나보다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법과대학 학생회는 법과대학 학생회의 일로도 버거워서 이 불쌍한 후배님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생회라도 있어야 뭐라도 할텐데 신입생들이 무슨 힘이 있어 학생회를 만들까. 이들에게는 학생회실도, 사물함도, 선배도, 학사지원부도, 진정한 의미의 지도교수도 없다. 총장님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법과대학 폐지가 부당하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싸워주셔야 한다. 내 사랑하는 후배들, 제자들의 처지가 어려워지고,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고법의 역사가 부당한 일로 막을 내린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몸을 사릴 수 있나, 이렇게 졸속의 모집단위를 만들어서 정원만 묶어 놓으면 되는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우리가 힘이 되어줘야 할 때인 것 같다. 누구의 후배도 아닐지 모르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후배들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나는 2002년 국제학부가 처음 생겼을 때 여러 모로 정대의 도움을 받았던 게 기억난다. 같이 생긴 언론학부야 신방과의
후신이니까 문제가 거의 없었지만, 국제학부는 완전히 새로 생긴 학부여서 학교 행사를 챙겨 줄 선배도 없고 정확한 커리큘럼도
없어서 한동안 꽤나 우왕좌왕 했었다. 물론 이제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국제학부 첫 입학생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엉망진창인 채로 학교 생활을 시작하겠지... -_-;
- 이제 당신이랑은 거의 상관없는 얘기 아뇨. 뭐 그렇게 오지랖 넓게 자기 학교 안 좋은 점을 들춰내려 안달입니까. - 알릴 건 알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