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이 놀랍고 특이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고 어리석음이 이성과 화해하는 이 상황을, 하느님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으며 현대 과학이 누군가의 말처럼 바보에 불과하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편해질까 생각해 보았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가 마음을 연다면, 그전에 그가 했던 모든 이상한 행동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공격적이거나 무례하거나 불성실한 행돌들까지,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가장 기초적인 상식에도 어긋나는 행동까지, 말하자면 그가 했던 거의 모든 행동이, 설명될 것이다. 그가 마음을 열고 나면 조화가 회복되고, 모든 실수가 무조건 완전히 용서될 것이다. (중략) 호의에서 우러나온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의 생각은 떠오를 때만큼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물을 엎지른 뒤에 울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말은 이미 수천 번도 더 했다, 그런 경우 문제는 물항아리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는 점이다.
주제 사라마구, "도플갱어", pp. 230-231
도플갱어 O Homem Duplicado
주제 사라마구 지음 / 김승욱이 한국어로 옮긴 것을, 마가렛 훌 코스타가 영어로 옮긴 것을 참고로, 궁시렁이 수정함
해냄출판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