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만나려면 묘지로 가는 수밖에 없다. 빌어먹을 인생이라는 년이 원래 그런 것이다. 인생은 항상 우리를 버린다. 이 천박한 표현은 저절로 그의 머리에 떠오른 것이다.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원래 상스러운 말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아주 드물지만 그런 말을 쓰는 경우 그 자신이 어색해서 깜짝 놀라곤 한다. 소리를 내는 기관들, 즉 성대, 구개, 혀, 치아, 입술에 전혀 확신이 깃들여 있지 않기 때문에. 마치 이것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언어를 발음하는 것 같다.

주제 사라마구, "도플갱어", p. 20


내 언어중추도 이렇게 오염되고 있다. 나도 (대략 13년째) 원래 상스러운 말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아주 드물지만 그런 말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경우 내 자신이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하물며 그런 상스러운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경우는 전혀 없다. 여기서 '전혀'라는 부사는 사전에 나오는 뜻 그대로 쓰인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상스러운 말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늘어나서, 겉으로 티가 나지 않지만 굉장히 당혹스럽다. 예전에는 속으로 생각하다가 상스러운 말이 나오면, 물론 이런 일은 정말 드물지만, 어쨌건 그런 말이 튀어나오면, 어이쿠, 이런 되먹지 못한 더러운 말이 떠오르다니, 하면서 마치 여러 사람 앞에서 그 말을 내뱉기라도 한 것 마냥 마구 부끄러워했는데, 근래에는 뻔뻔스럽게도 능글맞게 스리슬쩍 그런 말이 떠오르고, 대뇌피질이 화끈거리며 되먹지 못한 어휘 선택을 자책하기는 커녕, 그저 언어중추가 오염되고 있어, 라는 글이나 끄적이지 뭐, 어떡하나, 이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물론 대뇌피질에 어깨가 있어서 자신의 어깨를 으쓱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실제 내 어깨가 으쓱하도록 화학신호를 보낸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건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의 때를 묻어 더러워지는 것처럼 내 언어중추도 그렇게 오염되고 있다. OTL



도플갱어 O homem duplicado
주제 사라마구 지음 / 김승욱 옮김
해냄출판사, 2006






+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가 "상스러운" 말인가요?
- "젠장"을 넘어서면 상스러운 말로 분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