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내각을 다 바꾼다 해도 사태 수습이 어려워 보인다. 독단적인 태도로 시장, 경쟁 위주로 밀어붙이는 국정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65)는 2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난맥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이후 전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이명박 정부가 농림, 복지, 교육 등 일부 장관들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수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최 교수는 "인적 쇄신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수립, 내각 구성은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사태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쇠고기 사태는 지금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불만의 기름에 불을 붙인 역할, 일종의 ‘격발 효과’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 한 국민의 반발을 되돌리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최 교수의 지적이다.

최 교수는 “촛불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의 관심은 쇠고기뿐만 아니라 의료·공기업 민영화, 공교육 포기 등 시장중심 경쟁 체제가 몰고 오는 결과, 즉 시장 열패자들과 소외 그룹들, 영어몰입교육 등에 내몰린 어린 학생들 문제까지 다양하다”며 “그간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진행돼온 시장 위주의 정책들을 보완할 사회경제적 방안이 필요한데, 오히려 더 밀어붙이겠다니까 국민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은 과연 이런 식으로 밀고 나가서 한국 사회 자체가 지속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를 바라보며 “민주화 이후 사회가 굉장히 변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개혁적 정부로서도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거기에 많은 관심이 가 있었는데,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회적인 변화를 정부와 관계없이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 됐다”며 “민주화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치관이나 정서, 취향 등이 변했음에도 권위주의적 통치 구조는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그 동안 국가기구가 제도적으로도 완전히 민주화되지 않았음이 명확해졌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통치 능력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민주적 제도와 방법을 통해 사회의 변화와 욕구에 반응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러한 요구와 통치 능력 사이에 커다란 ‘갭(차이)’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대안세력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여기서 최 교수는 일관되게 제기해온 ‘정당체제의 공고화’를 언급했다. 최 교수는 “현재 한국의 정당체제는 사회로부터 나오는 거대하고 폭발적인 요구를 감당할 능력을 결여했다”며 “이러한 사태는 물론 여당(한나라당)이 책임져야 하지만, 야당 역시 이에 대응할 능력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했다. 끝으로 덧붙인 말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사회가 운동으로 특정 이슈에 대해 반대하고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좋은데, 이 반대를 긍정적 에너지로 제도화하고 안정화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항상 정당체제가 문제다. 국민의 요구가 이렇게 폭발하는 데도 이것을 담아낼 정당체제가 없다는 것이….” 그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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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다쳐서 피가 나는데 한 놈은 흡혈귀라 죄다 빨아먹을 거고 다른 놈은 저능아라 지혈할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