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리아노 알고르가, 걱정 말게, 제 시간에 도착할 거야, 하고 말한 것이 바로 그때였다. 걱정 안 해요, 사위가 간신히 불안증을 감추면서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하지만 내 말이 무슨 소리인지 자네도 알잖나, 시프리아노 알고르가 말했다. 그는 승합차의 방향을 바꿔 동네를 오가는 자동차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곁길로 들어선다. 여기 지름길로 가세나, 혹시 경찰이 우리더러 왜 이 길로 가느냐고 묻거든 우리가 미리 이야기한 대로 해, 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저기 공장에 볼 일이 있다고. 마르살 가초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중앙도로의 교통사정이 나빠질 때면, 장인은 항상 우회로를 택하곤 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장인이 다른 데 정신을 팔고 있다가 너무 늦게 곁길로 꺾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다행히도 그의 걱정과 장인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아직까지 경찰의 제지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젠가는 아버님도 내가 이제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저기 공장에 볼 일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는 걸 매번 나에게 일깨워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걸. 교통경찰이 두 사람을 계속 묵인해 주는 것은, 아니 친절하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우연의 연속이거나 고집스러운 운명 덕분이라기보다 마르살 가초가 입고 있는 센터의 경비원 제복때문이라는 생각은 두 사람 모두 하지 못한 듯 했다. 만약 누군가가 지금까지 벌금을 물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면, 두 사람은 틀림없이 우연의 연속이나 고집스러운 운명을 들먹였을 것이다. 마르살 가초가 진짜 이유를 알았다면, 제복이 부여하는 권위의 무게를 더 높이 평가했을지도 모른다. 시프리아노 알고르가 진짜 이유를 알았다면, 사위와 이야기할 때 지금처럼 비꼬듯 생색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 말이 옳다. 젊은이는 능력이 있지만 지혜가 부족하고, 노인은 지혜가 있지만 능력이 부족하다.

 

주제 사라마구, "동굴", pp. 10-11



하지만 이 여자는 자기 몸을 가리고 있잖아요. 저렇게 몸을 가리는 건 전부 다 보여주는 것보다 더 나빠. 아버지는 그런 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눈으로 보고, 책을 읽고, 직접 느꼈으니까. 책이 무슨 상관이에요. 책을 읽으면 거의 모든 걸 배울 수 있어. 저도 책을 읽는 걸요. 그럼 너도 아는 게 좀 있겠구나. 잘 모르겠어요. 그럼 다르게 읽어야지. 어떻게요. 같은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건 아냐, 각자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내야지, 뭐든 자기한테 제일 잘 맞는 걸로, 어떤 사람들은 평생동안 책을 읽으면서도 그냥 종이 위에 있는 단어들밖에 읽지 못해, 그 단어들이 빠르게 흐르는 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걸 결코 깨닫지 못하지, 징검다리는 우리가 반대편 강가로 건너갈 수 있게 해주려고 그 자리에 있는 거야, 중요한 건 바로 그 반대편 강가야, 다만. 다만 뭐요. 다만 그 강에 강변이 여러 개가 아니라 두 개만 있다면, 독자들이 각자 자기만의 강변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렇겠죠, 그러면 우리가 꼭 가봐야 하는 강변이 하나밖에 없을테니까요.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시프리아노 알고르가 말했다. 나이 든 사람은 젊은 사람하고 언쟁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또다시 보여줬어, 노인들은 항상 지게 마련이지, 비록 그 과정에서 한두 가지 배우는 게 있기는 하지만.

 

주제 사라마구, "동굴", pp. 97-98



동굴 A Caverna
주제 사라마구 지음 / 김승욱 옮김
해냄출판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