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직업활동은 가족을 독특한 모양새로 발전시켰다. 뛰어놀 공간도 맑은 공기도 부족한 베네치아의 아이들에게는 꼬박 세 달의 방학이 있고, 그건 온 가족이 하루하루를 해변에서 보내는 정당한 사유가 되어준다. 그리고 긴 여름의 모권사회가 무리 없이 작동을 시작한다. 할머니, 숙모, 엄마가 교대로 돌아가며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감시하고, 사이사이 휴식을 취하고 선탠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핥아먹고 카드놀이도 하면서 아주 유유자적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가끔씩 이 전원 풍경의 일원이 되는 할아버지들은 있을지 몰라도 아빠들은 당연히 회사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베네치아 사람들보다 덜 행운아인 이탈리아 다른 도시의 아빠들은 느긋하게 쉬고 있는 가족을 찾아 금요일마다 끔찍한 정체를 뚫고 바다까지 돌진해야 한다. 그나마 베네치아 아빠들은 퇴근 후 해수욕을 즐기거나 보치아 한 게임에 낄 수도 있다.

디어크 쉬머, "비바 베네치아", p. 129

Viva 베네치아: 꿈꾸면 신나는 그 곳 Leben in Venedig
디어크 쉬머 지음 / 장혜경 옮김
푸른숲,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