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폰타나'에 해당하는 궁시렁 1

  1. 2009.09.01 모르니까 무시하게 된다 9
지배를 합리화할 때면 언제나 지배당하는 사람이 열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이론이 나타났다. '노예제는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태어난다는 자연권에 위반된다'고 쓴 바 있는 몽테스키외는 역설적으로 흑인 노예제를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옹호했다. "어느 누구도 지극히 지혜로운 존재인 신께서 영혼을, 그것도 선량한 영혼을 완전히 새까만 그들의 몸뚱아리에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이 누가 봐도 비논리적이라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실용적 언급이 잘 말해 준다. "노예가 사탕수수를 경작하지 않으면 설탕은 지나치게 비싸질 것이다."
결국 바로 이 점이 계몽주의 시대에 노예제가 번성한 사실을 잘 설명해 준다. 교역을 통해 근대적 경제 성장을 자극했던 플랜테이션 경제의 발전은 다른 사람들의 강제 노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예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이 아니다' 혹은 '그들은 미개인으로, 예속화는 미개인을 문명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무시하는 것은 유럽인의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그리고 그들의 정신적 지평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했다. 여행자의 기록과 외국의 땅과 민족에 대한 기술이 증가하고 있었는데도 인류의 다양성에 대한 유럽 일반인의 무지는 놀라울 정도였다. 한 타히티인을 파리에 데리고 온 부갱빌(1729~1811, 남태평양을 탐험한 프랑스의 항해가)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들어야 했다. "어떻게 이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프랑스어나 잉글랜드어, 에스파냐어가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북아메리카에서는 지금도 예수 그리스도가 잉글랜드어로 말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pp. 171-173

거울에 비친 유럽 Europa Ante el Espejo
조셉 폰타나 지음 | 김원중 옮김
새물결,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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