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을 날아서 비행기는 드디어 암스테르담 하늘 위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8년만에 돌아오는 스히폴 공항.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게 출발해서 도착도 30분 정도 늦게 할테니 가뜩이나 다음 비행기를 탈 시간이 부족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파란 모니터만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고 발만 동동 굴렀다. 보통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쿵! 하면서 덜커덩거리기 마련인데, 기장 아저씨의 솜씨가 어찌나 뛰어난지 부드러운 치즈케익을 깨무는 것처럼 아-주 사뿐하게 활주로를 미끄러져 달려갔다. (아니면 착륙하는 바로 그 순간 지표면에서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역풍이 아주 잠깐 불어서 비행기를 떠받춰줬던가. ㅡㅡㅋ) 옆에 앉은 아저씨도 기장이 착륙을 기가 막히게 잘 한다며 대만족. 2009년 6월 8일 인천발 암스테르담행 KL 866편 조종사가 누구십니까? 이 자리를 빌어 원츄를 날려드립니다. (아, 이건 유행이 지났나? -_-)

하여튼 나는 마음만 바빠서 1초라도 빨리 내려서 여권 검사 맡고 부리나케 가방을 찾고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며 다시 출국 카운터로 가서 보딩 패스를 받은 뒤에 연결편 비행기를 늦지 않게 타야 한다는 중압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워낙 자리가 뒤쪽이다 보니 내 앞에 나가려는 사람들이 꽉 막혀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급하다고 먼저 나가라고 미리 비켜주신 옆에 앉은 부부에게 민망하게도 뒤쪽 문이 열리면서 내가 그 부부보다 늦게 나가는 웃을 수 없는 상황 발생 -0- ㅋㅋㅋ
남들은 느긋느긋 여유만만 유유자적 움직였지만 나는 국방부 배낭이 등짝을 철퍽철퍽 때릴세라 홀라당 서둘러 불법 이민자를 솎아내고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는 직원에게 달려갔다.
직원 : 놀러 왔니, 일하러 왔니?
궁시렁: 놀러.
직원 : 네덜란드에는 얼마나 있을 건데?
궁시렁 : 나 네덜란드에 온 거 아냐. 빈으로 갈 거야.
직원 : 그런데 왜 이리로 왔어? (환승객은 올 필요가 없음)
궁시렁 : 짐 찾아야 되거든.
직원 : ㅇㅋ
궁시렁 : ㄱㅅ
계단을 퐁퐁 내려가 컨베이어 벨트가 커다란 가방을 토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승객들이 많은데 짐이 늦게 나와서 그만큼 지체되면 나만 땀 뻘뻘 흘리며 뛰어다녀야 되니까- 하지만 인천 공항 카운터의 친절한 직원이 치즈케익처럼 고운 마음씨로(절대 치즈케익이 먹고 싶어서 같은 비유를 두 번씩 하는 거 아님 ㅋ) 비즈니스 고객에게 주는 가방 우선 토해내기 노란 딱지(priority pass)를 붙여준 덕분에 내 가방은 이미 토해져 나와서 벨트를 뱅글뱅글 돌고 있었따!!! 움화화! 다행이다!!! 쌩유!!! 꺄르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체크인 카운터 직원의 곱디 고운 배려 덕분에 생각보다 훠-얼씬 빨리 빠져나와서 여유롭게 스카이유럽 카운터를 찾아나섰다. (만약 사정을 늘어놓지 않고 군말 없이 갔다면 내 짐은 언제 나오나 이제나 저제나 발 동동 구르면서 식은땀을 흘리며 기다리느라 가슴이 쫄아서 눌러붙었을 거임 ㅎ) 저가항공사라 그런지 출국장 제-일 끝에 카운터가 있었는데, 얼마나 여유가 많았는지 비행기 출발 2시간 전부터만 딱 열고 만다는 그 카운터엔 아직 아무도 없어서 직원이 나오기까지 조금 기다렸다가(아하하;;;) 체크인했다. 물론 인천에서 프린터를 찾아 헤메다 결국 500원이나 주고 출력한 e-티켓은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_-;;; 터치팟으로 예약 번호를 보여주니 만사 OK. ㅋㄷ
이렇게 일사천리로 휘릭휘릭 생각보다 굉장히 빠른 시간에 (거의) 모든 절차가 끝나니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너무 오바해서 걱정한 거야? =3= 잇힝-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생겨서 저가항공사는 비행기 안에서 공짜로 뭘 주는 게 없고 집에 도착하면 자정 가까이 될테니 저녁으로 뭘 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스히폴 플라자를 휘릭휘릭 돌아다녔는데, 갈만한 곳도 없어! 싸지도 않아!!! 그래서 감자튀김이나 먹고 때워야겠다고 결정했다. ㅋ 전에 네덜란드에 가면 마요네즈를 얹은 플랑드르식 감자튀김이 유명하니 꼭 먹어보라는 어느 글(분명 티스토리 블로그였는데... 다시 검색하려니 누구였는지 영 모르겠다 -ㅅ-ㅋ)을 보고 가뜩이나 좋아하는 감자튀김이니 추천을 소중히 받자와 나도 꼭 먹어보련다고 하던 차에 딱히 먹을 것도 없고 해서 주문을 하려다가, 음료수가 너무 비싸서 수퍼에서 아이스티를 사다가 가방에 숨겨 놓고 ㅋ 주문을 넣었다. 그러면서 소스는 기왕 먹는 거 스페셜로 고르고 있다 ㅡㅡㅋㅋㅋ 그런데 스페셜이면 스페셜이지 뭘 또 고르라는 거야- @_@ 커리랑 마요 주세용~

정체가 궁금하면 구글에서 vlaamse frites를 검색해 보삼- ㅎ_ㅎ


그런데 왠 케첩 같은 소스에 양파까지? 커리 달라니까? (뭔가 노란색이 나올 거라고 예상 ㅋㅋㅋ) 일단 마요네즈를 찍어 먹어보니-
꺄아아아아악!!!!!!!!!! 맛있따!!!!!!!!!!!!!! ^O^ 한국 마요네즈 맛이 아니라 갈릭 디핑 소스랑 비슷하다. 붉은 소스도 먹어보니 쌰-한 향기가 커리 맞구나 ㅋㅋㅋ 의자도 없이 스탠드에서 서서 마구 먹었삼. 꺄륵! ㅋㄷ 그런데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옆에서 먹고 있는 것들이 왠지 더 맛있을 거 같고 ㅎㅎㅎ 미디엄을 시켰는데 양도 적지 않아서 끼니를 제끼기에 거뜬했다. 내가 왜 이걸 한 번만 먹고 말았을까 oTL


원래는 스히폴 플라자까지 다 궁시렁대려고 했는데 피곤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이쯤하고 다음 기회에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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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cANDor 2009.07.17 23:50 신고      

    정확하게 5분 43초전 mahabanya님 댓글에 원츄 날리고 온 본인,, 깜놀하여 뜨끔-_-!

    Poutine 같이 생겼는데,, 아니었군효.

    오호,, 이건 씨리즈물인가여? +ㅁ+

    • BlogIcon 궁시렁 2009.07.18 01:19 신고      

      (딱 굳이 개수를 세어가며 관리받는 건 아니지만) 10개를 채워야 하는 시리즈물 맞아요. ㅎㅎㅎ
      검색에 막 걸리고 그래야 하는데 어째 좀... -_-;;;

  2. BlogIcon Krang 2009.07.18 00:59 신고      

    악! 맛있게땅 +_+
    '나 갈릭소스' 라고 쓰여 있는 듯.
    고소한 감자튀김 냄새가 전해지는 지금은 새벽 1시. -ㅅ-;;
    이건 테러임. -_-+

    • BlogIcon 궁시렁 2009.07.18 01:20 신고      

      ㅎㅎㅎㅎㅎㅎㅎ 본의 아니게 위꼴사 투척! ㅋㅋㅋ
      그러게 아침녘에 보지 그러셨어요. 폴락락!!
      진짜 맛있어요. 왜 이런 건 안 들여오나 몰라요-

  3. BlogIcon 회색웃음 2009.07.18 01:49 신고      

    스위스에선 쌀대신에 감자를 주식으로 먹는다던데,밥알이 입에서 급 땡겨하며 난 한쿡에서만 살아야 해! 새삼 깨달았건만, 궁님께서는 서양식이 입에 맞나보오.
    이미 내 뱃속에서는 고향애서 공수해온 고기만두로 진수성찬이 차려지고오... 벌써 두신데.. ㅠ.ㅠ

    • BlogIcon 궁시렁 2009.07.19 00:32 신고      

      전 쌀보다 밀가루 음식이 더 좋아요. 모든 사람들이 넌 먹는 것 때문에 서양에서 살아야 해- 라고는 하는데, 그게 사람 마음 먹는대로 되나요 ㅎㅎㅎ

  4. BlogIcon 레오퐁 2009.07.18 02:05 신고      

    전 네덜란드 일주일 있으면서 저걸 깜빡하고 못먹었어요.
    먹으러 다시 가야하는뎅....이거원!

  5. BlogIcon 띠용 2009.07.18 08:25 신고      

    이건 뭐 당장 네덜란드 가고 싶게 만들잖아요.ㅠㅠ

    • BlogIcon 궁시렁 2009.07.19 01:01 신고      

      그것도 제 임무에 포함되어 있답니다. (응?) ㅎㅎㅎ

  6. BlogIcon mooo 2009.07.18 11:26 신고      

    이야 정말 맛있겠네요. 군침이 입안에 가득!
    다음에 먹을 상상을 하면서 저는 김치찌개에 밥이나 먹어야 겠습니다. :-)

    • BlogIcon 궁시렁 2009.07.19 01:01 신고      

      저도 어제 오늘 아침 참치김치찌개에 밥 먹었어요. ㅋ_ㅋ

  7. BlogIcon Joshua.J 2009.07.18 13:06 신고      

    대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맛있게생겼네요 ㅠ_ㅠ
    우리나라에 체인점 낼 생각 없을까나..?

    • BlogIcon 궁시렁 2009.07.19 01:02 신고      

      영어로 적으면 싫어할테니... 말투만 적절하게 변형시켰어요.
      피자집에서 웨지 감자를 시켜서 갈릭 소스에 찍어먹으면 대충 비슷한 맛이 나오지 싶어요.

  8. BlogIcon 클라리사 2009.07.18 19:04 신고      

    프리트(감자튀김)의 원조가 벨기에 거든요. 그래서 vlaamse friet라고 하고요.
    '프리트'는 '튀기다'는 뜻...
    '프리트 메트friet met'하면 '감자튀김 with (마요네스)'인데, 대개들 met를 해서 먹지요~
    근데 이게 특별히 다른 나라의 '감자튀김'에 비해 맛있는지는...
    하여튼, 네덜란드의 대표 길거리음식(간식)이긴 합니다~

    • BlogIcon 궁시렁 2009.07.19 18:47 신고      

      원조는 벨기에로군요.
      유명한 음식이라니 먹어보는 거죠. 먹어보니 맛있더라! 뭐 그런 내용입니다. ㅎ_ㅎ

  9. BlogIcon odlinuf 2009.07.18 21:50 신고      

    예전에 어디선가 주워 들은 얘기로는 비행기 착륙에는 두 가지가 있대요. soft landing과 firm(hard) landing. 물론 궁시렁님 비행기 조종사는 soft landing한 거고요. 그런데 이 두 방법으로 조종사 조종실력이 판가름나는 건 아니랍니다. 활주로 노면이나 각종 착륙 환경에 따라 조종사는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선택을 한다는 거예요. firm landing은 비교적 제동 거리가 짧기 때문에 활주로 이탈이라든지 비상상황에 대비해서 의도적으로 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조종사가 그날 상황을 종합해서 hard와 soft를 판단한다는 거죠. 조종사 실력과는 무관함. 이런 걸 알고나서는 오히려 비행기가 사뿐히 내려 앉으면 왠지 불안하다능.. ㅋㅋ 아, 우리나라 항공사에는 군 출신이 많아서 soft landing하는 기장이 많을 수도 있다는군요. 전투기를 hard landing하다간 십중팔구 뒤집어지기 때문에 오랜 기간 자연히 얻은 습관 덕택에 말이죠. 그냥 아는 내용이 하나 나와서. ㅍㅎㅎㅎ
    마하반야님, 회색웃음님이랑 즐겁게 보내셨나요? : )

    • BlogIcon mahabanya 2009.07.19 05:23 신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었다능;;;

    • BlogIcon 궁시렁 2009.07.20 02:51 신고      

      오호. 이런 고급정보가! 역시 오드리뉨- ㅎㅎㅎ
      그런데 되도록 부드럽게 착륙하는 게 승객들이 더 선호하지 않을까요? 저가항공사는 6번 모두 콰당! 하길래 ㅡㅡㅋ

  10. BlogIcon mahabanya 2009.07.19 05:23 신고      

    아...새벽에 테러;;;

    스팸에 밥먹어야지orz

    • BlogIcon 궁시렁 2009.07.20 02:45 신고      

      위꼴사가 있는 궁시렁은 식후에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ㅎㅎㅎ

  11. BlogIcon 미나 2009.07.19 06:37 신고      

    스페셜+_+ 맛있으셨겠다!! 전 몇번 더 사먹었어요.ㅋㅋㅋ
    전 마켓에서 감자튀김 냉동식품으로 된거 사왔어요.ㅋㅋ
    마요네즈도 사왔구요.ㅋㅋ아직 안먹어봤는데 제발 네덜란드에서 먹었던 맛이 그대로이길ㅋ

    • BlogIcon 궁시렁 2009.07.20 02:46 신고      

      저도 한 번으로는 부족했는데... orz
      또 먹고 싶어요. ㅠㅠ

  12. BlogIcon 길냥이 2009.07.19 16:51 신고      

    저 감자튀김 벨기에가 진짜 유명하더라구요~크크
    벨기에서는 못 먹어보고 저도 스키폴에서 먹었는데
    꺄앙!! 마요네즈 넘 맛나요!ㅋㅋ
    유럽의 마요네즈 맛은 다 그런 걸까요?ㅎ
    케밥 시켰을 때 나온 마요네즈도, Quick에서 나오는 마요네즈도
    맛이 우리나라랑 다른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맛이더라구요~흐흐
    일본 갔을 때도 마요네즈 맛이 우리랑 조금 달라서 신기했는데
    나라마다 마요네즈 맛이 조금씩 조금씩 다르니 재미있어요!흐흐
    암스텔담의 감자튀김 또 먹고 싶어요ㅜ
    배고파잉잉잉잉ㅜㅜ

    • BlogIcon 궁시렁 2009.07.23 14:17 신고      

      실속있는 길냥이님. 비즈니스 업글 좌석을 움켜쥔 글을 보고 질투심에 불타올라(응???) 마요네즈 관련 앙탈이 눈에 안 들어오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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