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스'에 해당하는 궁시렁 1

  1. 2008.10.20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게지 =_= 6
소희랑 지희가 사오라고 한 신발을 사러 컨버스에 갔다. 나도 예전부터(그러니까 저번 달부터) 긴팔 옷을 하나 사려고 쭉 생각(만)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옷 저 옷 훑어 보다가 딱히 이걸 할래!라고 마음에 드는 건 없어서 몇 번이고 이걸 들었다 저걸 들었다 하다가 결국 하나를 고른 뒤 나도 (지금 신는 스니커즈의 뒤꿈치가 떨어져서 비오는 날에는 지체없이 자연이 공급하는 물분자가 침투하기 때문에 그러잖아도 새로 살까 생각만 하고 있던) 신발을 신어보는데,

실물은 이것보다 훨씬 더 설명할 수 없는 회색과 노란색을 섞은 것 같은 오묘한 색.


이 옷이 걸려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오옷-! 이거 괜찮네~ 하면서 입어보니 바로 이것만 입기에는 좀 까끌한 재질(점원의 말을 그래도 인용하면 "맨살에 바로 이거 입으면 변태"라고 -_-; 도대체 무슨 의도냐는)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값은 정말 단 0.01초도 생각해보지도 않고 (안경을 쓴 채로 입어보다가 실밥이 몇 개 뜯어지는 소리가 나서 새 걸로 달라니까 방금 창고에서 가져다 걸어놓은 거라며 보기 좋게 거절당해서 살짝 뾰로통하게 불안했던) 라운드티 대신 이 후드티를 샀다.

옷은 애초에 내 카드로 계산하고 (고모가 저번 달에 반바지 3개를 사서 회원등급이 올라가 생긴) 만원짜리 쿠폰을 쓰려고 했었는데, 막상 "x만x천원입니다"란 말을 들으니 순간 0.00267초동안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정지되는 망상에 빠졌다가, 차마 '잠깐만요, 생각보다 너무 비싸네요;;; 그냥 이거 말고 저 라운드티 할 게요'라는 멘트는 날릴 생각도 하기 전에 아저씨는 순식간에 빛의 속도로 카드를 긁어 버렸고, -_-;;; 어떻게 해 드릴까요- 라는 물음에 이미 정신상태는 패닉에 빠졌지만 겉으로는 초연한 모습으로 3개월이요-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 다음 생각해보니, 어차피 신발 세 켤레에 내 혼을 빼놓은 후드티까지 더하면 회원등급이 또 올라가 만원짜리 쿠폰이 또 나오고 생일쿠폰까지 나올텐데, 지금 내 신발까지 사면 그 쿠폰을 쓸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내 신발은 쿠폰이 나오면 그 때 사기로 하고 빼버렸다.

한편 컨버스의 쿠폰(원래 이름은 온라인 상품권)은 발급되면 응당 핸펀으로 문자를 보내 알려줘야 하지만 (내 핸펀 번호는 새 번호로 정확하게 입력되어 있는데) 문자가 오지 않아 발급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기간이 만료되었다고 메롱~ 하길래 관리자에게 메일을 보내 이런 법이 어딨냐고 발끈!했던 5천원짜리 쿠폰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난 주에 다시 발급되어 있길래 신발을 살 때는 그걸 사용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아무리 눈에 콩깍지가 씌이고 의사결정체계가 순간적으로 왜곡되어도 유분수지, 그닥 마음에 썩 들지도 않는 후드티를 저렇게 비싸게 샀다는 게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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