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지크족, 너는 파쉬툰족, 저 남자는 하자라족, 저 여자는 우즈베크족, 이런 것들이 넌센스지. 우리는 모두 아프간이야. 그것만이 중요한 거야. 하지만 한 집단이 나머지 집단을 오랫동안 지배하게 되면 문제가 생겨. 모욕감도 생기고 적대감도 생기고 말이다. 늘 그랬단다.
p. 177
그렇다고 미국에서 신경을 쓴다는 말은 아니야. 파쉬툰족, 하자라족, 타지크족, 우즈베크족이 서로를 죽이든 말든 그들이 무슨 상관이겠어? 누가 누군지 가려낼 수 있는 미국인이 얼마나 될까? 그들로부터 도움을 바라면 안 되지. 이제 소련이 무너졌으니 우린 그들에게 소용이 없어. 끝장이 난 거야.
p. 285
"오늘은 어떤 사람이 형을 죽인 사람의 목을 가르는 걸 봤지."
"그들은 야만인이에요."
"그렇게 생각해? 뭐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이야? 소련군은 백만 명을 죽였다. 너는 무자히딘이 지난 3년 동안 카불에서만 몇 명을 죽였는지 알고 있냐? 오십만 명이야, 오십만 명! 거기 대면 도둑 몇 놈의 손을 잘라내는 게 그렇게 지나친 거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코란에 그렇게 쓰여 있어. 그리고 말이야, 누가 아지자를 죽인다면 너는 복수하고 싶지 않겠냐? 난 요점을 얘기하는 거다."
"당신도 그들과 똑같아요. 혐오스러워."
"말 한 번 거창하구나. 난 늘 그게 싫었어. 어렸을 때도 그랬고 그 절름발이하고 돌아다닐 때도 그랬고, 너는 책을 갖고 다니고 시를 외우면서 네가 아주 영리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래, 너의 영리함이 지금은 무슨 소용이 있냐? 널 길바닥에 나앉지 않도록 해 주는 게 너의 영리함이냐, 아니면 나냐? 내가 혐오스러워? 이 도시에 사는 여자들 절반은 나 같은 남편을 만나려고 죽기 살기로 덤빌 거다. 죽기 살기로 말이야. 너, 거창한 말이 좋아? 내가 너한테 하나 말해주지. 균형이다, 라일라. 바로 그게 내가 지금 여기서 하는 일이야.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해라."
그날 밤 내내 라일라의 배를 꼬이게 만든 건 라시드의 말이 마지막 한 마디까지 구구절절 맞다는 사실이었다.
pp. 381-383
탈레반이 우리나라 교인들을 납치하면서 온 나라가 들썩들썩했을 때, 나는 이 소설을 중간쯤 번역한 상태였다. 그 납치 사건은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그리고 다른 종교와 민족에 대해서 조금만 겸손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이었다. 다른 문화에 대한 몰이해, 타자에 대한 몰이해는 물리적 폭력과 다를 바 없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인식론적 폭력이라고 나는 배웠고 또 그렇게 가르쳤다. 다른 문화와 민족, 종교에 언제나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서 얘기해 주는 좋은 교과서였다.
p. 572, 옮긴이의 말



천 개의 찬란한 태양 A Thousand Splendid Suns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2007
내 작은 친구여, 너는 네 조국에 관해 극도의 격찬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의회 구성원의 자질이란 때로는 무지, 나태, 사악함이 고작이라는 것, 그리고 법을 남용, 왜곡, 회피하는 데 자기의 관심과 능력을 기울이는 자들이 그 법의 설명, 해석, 적용에 있어서 가장 탁월하다는 것을 분명히 입증했다.
네 조국의 어떤 제도들이 처음에는 그런 대로 괜찮은 것이었지만, 절반은 폐지되어버리고, 나머지는 부패 때문에 아주 희미하거나 완전히 변질되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네 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도, 어떤 지위를 얻으려는 후보자들 가운데 덕행을 기준으로 한 사람을 선발한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보다 한층 불확실하게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덕행 때문에 귀족이 되고, 사제는 경건함이나 학식 때문에, 군인은 모범적 행동이나 용기 때문에, 재판관은 고결한 인격 때문에 승진하며, 국회의원들이 애국심 때문에 의회에 진출하고, 왕의 보좌관이 지혜 때문에 총애를 받는가 하는 점이다.
네가 스스로 설명한 것과 내가 네게서 억지로 쥐어짜낸 대답을 검토한 결과, 네 조국에 사는 원주민이란 대자연이 지상에 기어다니도록 만든, 작고 지겨운 벌레로 구성된 가장 해로운 인종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구나.
2부 거인족의 나라 브롭딩나그 pp. 255-256
이성을 가진 척 하는 짐승이 그토록 엄청난 악행을 자행할 수 있다면, 타락한 이성이 잔혹함 그 자체보다 더 잔인해질지 몰라서 주인은 두려워했다. 그러므로 그는 수면이 고르지 않은 시냇물이 못생긴 육체의 모습을 더 크고 일그러지게 반영하는 것과 같이, 우리가 이성을 가지기는 커녕 오로지 사악한 본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데 알맞는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4부 고귀한 준마 종족 후이님의 나라 p. 466
그는 자기 저택에서 1km도 안 되는 곳에 성능이 매우 우수한 물레방앗간이 있었는데, 큰 강에서 흘러오는 물의 힘으로 돌아갔고, 그의 집안은 물론 영지의 수많은 소작인을 위해 충분한 시설이었다. 7년 전에 멍청한 계획자 한 떼가 와서는 물레방앗간을 부순 다음 저 산기슭에 새로 짓자고 제의했다. 저수지를 위해서 그 산의 긴 능선을 따라 긴 운하를 판 다음, 파이프와 양수기를 이용해 물레방아에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들은 높은 곳의 바람과 공기는 물을 자극하여 더 빠르게 흐르도록 만들고, 비탈에서 내려오는 물은 수평으로 흐르는 강물의 절반 가량의 수량만 있어도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 당시 그는 왕궁의 고위층과 그리 원만한 관계가 아닌데다가, 또 많은 친구들이 재촉하는 바람에 그 제의를 받아들였고, 100명의 인원을 투입해서 2년 동안 공사를 진행했지만 실패에 그쳤다.
설계자들은 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 채 떠나버렸고, 그 이후에도 그를 계속해서 비난했다. 설계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성공을 장담하면서 같은 실험을 거듭했고, 번번이 실망만 안겨주었다.
3부 하늘을 나는 섬나라 pp. 336-337


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 이동진 옮김
해누리기획, 2003


어쨌든 해결책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 사회는 일종의 괴물이며 그 주요 부산물은 시체와 폐허뿐이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인간 사회는 결코 자각하지 못하며 똑같은 멍청한 실수를 계속해서 저지르고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고통을 맞바꾼다. 그것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를 거침없이 갉아먹은 후에, 생산되고 나면 곧 구식이 되어 버릴 플라스틱 폐품의 형태로 똥을 싸놓는 거대한 민달팽이와 같다.
pp. 109-110
인간 종말 리포트 Oryx and Crake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차은정 옮김
민음사, 2008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관련이 있을 것만 같은 궁시렁

  1. 2008/06/30 가난한 어부의 우화 (0)
호어스트 에버스의 시니컬하고 엉뚱한 베를린식 유머로 촉촉히 젖어있는 책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가 출판사를 바꿔 작년에 새로 출간된 걸 모르고 있었다. (물론 나는 예전에 책을 샀기 때문에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그런데 책 본문을 미리 보여주는 아마존을 따라하는 네이버 책에서 이 책을 들여다보니 -

'묻는 사람은 없어도 나는 답한다'가 없다!!! 쿠쿵!!! 그냥 에필로그 1, 2로 바뀌어 버렸다!!! 쿠구궁!!!
아놔, 세상에, 이럴 수가, 기타 등등 경악에 해당하는 많은 감탄사를 속으로 내뱉으며 책을 살펴보니 그냥 출판사만 바뀐 게 아니라 번역도 다시 손질한 거였다. 여러 군데 살펴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네.

My Life as a Search Machine

그리고 호어스트 에버스의 새 책이 나왔다. 아마도 1년 반 쯤 뒤에 김혜은씨의 번역으로 작가정신에서 '검색기 내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듯 하다.
만우절이고 자시고 여의도 쌍둥이 빌딩에서 인턴하고 있는 밥돌이 맛난 점심을 쏜다길래(사실 졸랐음 ㅋ) 이런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 후다닥 옆구리를 찔렀는데, 500미터 앞에서 걸어오는데도 티가 나는 밥돌이는 바로 어제 자전거를 타다 승용차에 발을 밟혀 아주 경미한 부상을 입고 오른 발에 깁스를 한 채로 나타나, 걸어가면 10분일 거리를 택시를 타고(처음에 전후사정 모를 때는 직딩티 내냐고 킥킥댔는데 ㅋ) 원래는 맛난 초밥 잘하는 집을 가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배가 안 고파서(라지만 사실 11시 반은 점심 먹기엔 좀 이른 시각 ㅋ)... 뭐... 밥돌이랑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뭔가 멀쩡한 걸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ㅋㅋㅋ, 어쨌건 어디론가 가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응?) 직딩들이 디글대는 식당 한 구석에서 롯데리아 버거처럼 무지무지 큰(그러니까 10살배기 손바닥보다 작은) 햄버거를 50초도 안 되어 게걸스레 먹어치우길래 내 샌드위치 반 쪽을 더 먹으라고 주고(절대 내가 배가 고프지 않아서가 아님;;;), 가게를 후다닥 뛰쳐나와 여의도공원을 가로지르며 산책을 하고, 교보로 갔다. (우와. 만나서 사무실 보내기까지 소요시간 정확히 90분. ㅋㅋㅋ)
  • 밥돌에게 맛나고 비싼 점심을 얻어먹으려던 계획은 보기 좋게 어긋나고 말았다 ㅋ (me2sms)2009-04-01 13:22:02

교보에서 책 구경을 실컷(?) 하고 집에 가려다가, 신설동역으로 가게를 옮긴 돌냄비열우동을 일부러 찾아갔는데, 사장님 내외가 안 계셔서 아는 척도 못 하고 ㅡㅡㅋ 특가스(포크 커틀릿과 치킨 커틀릿이 함께 나오는데, 포크 커틀릿은 그냥 말 그대로 싼티나는 동네 돈까스고, 치킨 커틀릿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슴살로 만든 게 아니라 어묵을 갈아서 두텁게 튀긴 요리와 분간이 잘 가지 않음)를 시켰는데, 내가 주문한 특가스는 여기서는 없앤 메뉴인데 내가 학교 앞에서부터 자주 온 손님이니 특별히 해 주겠다고 해 몸이 달아오를 지경에다가, 어쨌든 나는 주인아줌마아저씨랑 막 친한 척(쿨럭;;;)을 하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사장 아줌마는 일찍 들어가고 사장 자리는 친정엄마가 꿰찼으며, 서빙은 아줌마의 동생(어쩐지 말투가 똑같더라 ㅎㅎㅎ)이 하고, 옆에서는 어떤 막걸리가 진짜네 가짜네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노인분들이 왁자지껄 떠들기에 기껏 신설동까지 일부러 온 보람이 없어졌다.

게다가 밥 먹는 동안 하차태그한지 30분이 지나서 버스비를 또 내고 학교에 갔는데,
  • 중도 올라가는 길이 원래 이렇게 멀었나…? 학교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ㅅ-;;; 중도 왔더니 찾는 책은 없고 -_-;;; (me2sms)2009-04-01 18:14:41
내가 교보에서 볼만하다고 찍어온 책들은 과도에 있거나 아예 책이 없는 안습스러운 사태가 발생하고, (분명히 이번 학기에 등록한) 포레스트에게 이봐 자네 그러지 말고 장기하표 싸구려 자판기 커피나 한 잔 쏘지 그러나- 하고 문자를 보내자 자기 요즘 학교에 안 나간다는 (예의) 시니컬한 답문만 되돌아 오고, 기껏 오랜만에 학교에 왔건만 책도 한 권 못 빌리고 빈 손으로 쓸쓸하게 집에 돌아오는데, 매번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오다가 혼잡한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려니 6호선마저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반나절 동안 서 있느라 다리는 피곤한데 신당에서 2호선을 타면 기회가 빨리 나지 않을까 싶어 후다닥 내렸는데, 보통 가던 길이 아니라 그런지 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가 나긴 했는데 앉고 나서 열차가 진행하는 방향을 보니까 합정이 아니라 잠실 쪽으로 가길래, 어차피 지구는 둥글고 2호선은 순환선이니까 10 몇 분 차이날 뿐 급한 것도 아니고 그냥 느긋하게 앉아서 왔다.

집에 와서 보니 어느샌가 도서관 사이트에 적절한 파비콘(favicon: favorite + icon. 이 합성어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잉글랜드어 사용자들도 나처럼 당황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favorite을 줄였으므로 페이바이콘 또는 패바이콘이라고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딘가의 사전에 패비컨이라고 첫 음절에 강세를 두고 친절하게 음성 서비스를 해 주는 곳이 있으니 나도 걍 여기 묻어간다)이 들어가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오오- 좋네. 자세히 보니까 도서관의 로고가 따로 있구나. 학교 사이트도 저렇게 favicon 넣으면 얼마나 좋아- 응? 언제까지 저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아이콘 쓸 거야? ㄲ (하긴 뭐, 몹쓸 SK의 네이트닷컴도 저 몹쓸 faicon 쓰다가 제대로 된 거 박아넣은지 얼마 안 됐다 ㅋㅋㅋ)
하지만 자잘한 아이콘 말고(응? 궁시렁 네가 왠일이냐? ㄲㄲㄲ) 몹쓸 IE에서만 돌아가는 사이트 자체가 문제지! 파폭에선 책 검색조차 할 수 없다! xml 코드와 ie 사이에 무슨 몹쓸 모종의 사악한 관계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우울한 딱따구리님 소환글?) 공립 도서관 사이트들은 어쨌거나 검색은 가능하고 학교 사이트도 텍스트 메뉴로 들어가면 (아마) 브라우저에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는데. 오픈웹을 운영하는 김기창 교수님은 도서관 사이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ㅅ- 또 넷스케이프 타령은 언제까지 할 건가? -_-ㅋ

결론 :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다. 호연님의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교단의 대사제(굳이 그의 직함을 높여 부른다면)는 갈릴리의 어부 페트루스다. 그는 요수아 또는 예수가 체포되는 날 그를 버렸고 자기 믿음도 배반했는데, 금세 진심으로 참회했으므로 지금 그런 자리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이 해괴한 종파의 윤리에 따르면 죄가 크면 클수록 용서받는 은혜도 그만큼 더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이 교단은 신분이 높은 유대인 사이에선 전혀 종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교단은 음주 클럽처럼 금지시키면 시킬수록 더욱 결속이 강해지고 위험해지는 부류다.

Robert Graves, Claudius, the God: and His Wife Messalina, Ch. 21

- 아, 츠키야마 묜바구 상이 망나니마냥 안하무인 짓을 하고 다니는 이유가 있군요! (そうですね!)
- 페트루스에게서 천국의 문 열쇠라도 뺏고 싶나봐요? ㅋㅋㅋ 아 어지러워 ㅋㅋㅋ

- 가카깨 가미 그런 불경한 생각을 푸므니 내놈드레 머리가 그러캐 어-륀지러운 거다!
(이건 정말임. 오늘 하루 종일 제대로 못 걸을 정도로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음 ㅠㅠ)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I, Claudius와 Claudius, the God 두 책을 묶어 3권으로 편집)
로버트 그레이브스 지음 / 오준호 옮김
민음사, 2007




타임지 선정 100대 영문소설이라면서 교보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네? (이벤트의 정체는 모르겠삼! 무료배송인가?)

심리적 잠수병

And Everything 2009. 2. 11. 18:45
석방된 억류자에게 더 이상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리라.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큰 심리적 압박을 받아 온 사람은 특히 그 압박이 아주 갑자기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자연히 석방된 뒤 얼마간 아주 위험한 상태에 놓이기 마련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위험한 상태는 심리적 잠수병에 해당한다. 정신적인 압박에서 갑자기 풀려난 사람도 심리적, 정신적 건강이 손상될 수 있다.
관찰 결과 이 심리적 단계에서 보다 원시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수용소 생활을 할 때 그들을 에워싸고 있던 잔인성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제 자유로워진 그들은 자신의 자유를 방자하고 무자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있어 바뀐 것은 단지 그들이 이제는 억압받는 자가 아니라 억압자라는 것 뿐이었다. 그들은 의도적인 폭력이나 부당한 처사의 대상이 아니라 그것의 선동자였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끔찍한 경험으로 정당화했다. 이것이 종종 외관상 하찮아 보이는 사건들에서 드러났다. 한 친구가 나와 함께 들판을 가로지르며 수용소를 향해 걸어가다가 갑자기 농작물이 푸릇푸릇 자라고 있는 밭에 이르렀다. 자동적으로 나는 그곳을 피했지만, 그는 내 팔을 잡고 나를 질질 끌면서 그곳을 지나갔다. 나는 더듬으며 뭐라고 말하면서 어린 농작물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그는 불쾌하게 여기고는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그럴까! 우리가 빼앗긴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내 아내와 자식이 독가스로 살해됐어! 그런데 이까짓 귀리 몇 포기도 못 밟게 해?"
서서히 점차적으로만 이런 사람들이 설사 부당한 일을 당했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도 부당한 짓을 저지를 권리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들이 이런 진리를 다시 깨우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 않으면 귀리 수 천 포기 손실보다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되었을 것이다. 나는 셔츠 소매를 걷어올리고 오른손을 내 코 밑에 내밀며 "집에 도착한 날 내가 이 손을 피로 물들이지 않으면 차라리 손을 잘라 버릴 거야!" 라고 소리쳤던 억류자를 아직도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한 사람이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는 수용소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가장 훌륭한 동료였다.


Victor E. Fankl, Ein Psychologe erlebt das Konzentrationlarger, Ch. 9

이스라엘 관련 궁시렁

  1. 2009/01/02 바시르와 추는 왈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9)
  2. 2008/09/25 Jewish, but not Israeli (6)

무임 승차

And Everything 2009. 2. 10. 03:31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관점은 자연의 한 가지 심오한 사실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협동 조직이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기적 행위자,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행위자가 협동을 하는 상황이 있다. 협동은 강력하고 혜택을 낳는다. 사냥꾼은 무리를 지으면 각자 홀로 행동할 때보다 훨씬 더 큰 동물을 잡을 수 있고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선택은 협동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협동은 불안할 때가 종종 있다. 자신의 기여분은 최소화하면서 집단 생산된 혜택은 공짜로 얻으려는 유혹에 직면할 때가 종종 있다. 선택은 때로 그렇게 무임 승차에 성공한 자를 선호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아무도 무임 승차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무임 승차가 모두를(심지어 무임 승차자까지도) 더 열악하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선택이 무임 승차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설령 모두가 전보다 더 열악해진다고 해도 무임 승차자가 선량한 시민보다 상대적으로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무임 승차자는 세상을 모두에게 더 열악하게 만들지만, 무임 승차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특히 더 열악하게 만든다. 따라서 선택은 무임 승차를 선호한다.
불합리하게 보이는 것이 이해 갈등의 부수적 효과일 때가 종종 있다. 개쳬의 불합리성은 때로 모여서 집단적 아둔함이 되기도 한다. 이스터 섬은 인간의 가장 (자기)파괴적인 행동의 결과를 보여 주는 유명한 사례이다. 그 낙원같던 섬은 헐벗고 침식된 황무지로 변했고, 지금은 부서진 석상과 서로 으르렁대는 씨족들만이 흩어져 살고 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과잉 착취의 심리학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그것이 자기 파괴적인 탐욕적 사고 방식이라고 추측한다.

나는 가끔 자문하곤 한다. "마지막 야자수를 벤 이스터 섬 주민은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현대의 벌목꾼처럼 "나무보다 일거리가 더 중요해"라고 했을까, 아니면 "걱정 마, 기술이 다 해결해 줄 테니, 나무를 대체할 걸 찾게 될 거야"라고 했을까.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적어도 다른 씨족 녀석들은 못 가질 테지." 야자수를 전멸시킨 이스터 섬 주민은 그 나무를 얻지 못한 다른 주민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았고, 나무를 보존했다면 모두가 혜택을 보았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인간 세계의 불합리한 것들 중에는 사회 전체에 좋은 것과 그 사회 내 개인에게 좋은 것 사이의 갈등인 산물인 것들이 상당히 많다. 이스터 섬이 생태적으로 최종 붕괴하기 전에 그 사회는 엄청난 잉여 산물을 거대한 석상을 세우는 데 소비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씨족의 족장들 사이에 지위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행위는 집단 내 대다수에게 엄청난 비용을 부담시켰다. 하지만 권력을 과시한 지도층은 혜택을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어리석은 행동을 보면 우리는 반드시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킴 스티렐리, '음탕한 영장류' in 앨런 그래펀, 마크 리들리 (ed) "리처드 도킨스 - 우리의 사고를 바꾼 과학자" pp. 298 - 299



리처드 도킨스 - 우리의 사고를 바꾼 과학자 Richard Dawkins: How a Scientist Changed the Way We Think
앨런 그래펀, 마크 리들리 엮음 / 이한음 옮김
을유문화사



출처 :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08년 6월호 (이미지를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업이 막장화질의 핸펀 사진으로 대신... ㅠㅠ)


유네스코의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 목록에서 작가의 성을 쓴 글자 크기는 번역된 문헌 수(작가 이름 밑에 표시)와 비례한다. 색은 원본 언어를 나타낸다.

참고로 잉글랜드어(원래는 남색), 프랑스어(원래는 다홍색), 도이치어(원래는 갈색), 러시아어(연두색)를 빼면 나머지 색깔은 한 개 씩 뿐이니 그냥 설명하자면, 안데르센은 덴마크어(노란색), 플라톤은 고대 그리스어(하늘색), 폴란드 출신 첫 교황 카롤 보이티아는 이탈리아어, 라틴어, 폴란드어 짬뽕(연보라색), 린드그렌은 스웨덴어(원래는 주황색)이다.


유네스코의 국제 번역문헌 목록은 어떤 주제와 작가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 목록에는 130개국에서 820개 언어로 발행된 170만여 권의 책이 올라 있다. 위에 열거된 작가들과 더불어 월트 디즈니 사의 작품들과 신/구약 성경도 가장 널리 번역된 문헌에 속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 K. 롤링은 50위권에 들지 못했다. 아직은. 그리고 다수의 미국 작가가 순위에 올라있다. "잉글랜드어 원작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나라 언어를 잉글랜드어로 번역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어요." 댈러스에 있는 텍사스대학교 번역연구센터의 레이너 슐트의 말이다.


듀이 십진법에 따른 대분류 10개 모두에 자신의 책이 들어있는 유일한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와, '꼬마 니꼴라', '아스테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르네 고시니가 있다! 꺄르륵!!! ㅋㅋㅋ

그런데 처음 보는 이름도 있네... (꽤 많네 ㅡㅡ;;;)
바버라 카틀랜드? 에니드 클라이튼? 조르주 시므농? 대니얼 스틸? 앨리스테어 매클린? 루스 렌들? 샤를 페로? 제임스 헤들리 체이스? 노라 로버츠? 루돌프 슈타이너? 로버트 러들럼? 메리 히긴스 클락? (뭐 이렇게 많아! 나 책 많이 읽은 줄 알았는데... -_-;;;)

우정의 토대

And Everything 2009. 1. 6. 18:26
내 정의에 따르면, 우정의 토대를 이루는 건 두 가지야. 존경과 신뢰. 이 두 가지 요소는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해. 누군가를 존경한다 해도 신뢰가 없다면, 우정은 갈수록 약해질 뿐이지.

스티그 라르손,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 p. 647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 Män som hatar kvinnor
스티그 라르손 지음 / 레나 그룸바흐와 마끄 드 구베냉이 프랑스어로 옮긴 것을 임호경이 한국어로 옮김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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