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에 해당하는 궁시렁 6

  1. 2008.08.21 일기장 10
  2. 2007.10.04 Howard on the Riverside Park
  3. 2007.05.24 It wasn't mine -_-
  4. 2007.05.21 손이 허전해
  5. 2007.05.14 다이어리는 행방불명
  6. 2006.07.31 다이어리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음 (4보 - 약간 지저분 ㅋ) 10

일기장

Mostly Harmless 2008. 8. 21. 18:09
이제는 어린이가 더 이상 하나의 마법적 대상물(거기에 수많은 기억과 감동이 서린)에 거의 한 생애를 바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냉정해 보인다. 어떻게 일기장 없이, 또는 기념물도 없이 지상에서 살아갈 것인가.

움베르토 에코, 안젤로 오르소 이야기, 1992



수많은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국민학교(아... 내가 국민학교의 마지막 세대인가?) 다닐 때 일기 쓰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방학 일기야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초등학교(낯간지럽군 -_-ㅋ) 일기장은 다 쓰기가 무섭게 (아마도 통쾌한 기분으로)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말았다.
지금은 그런 기록을 보관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다. 가끔 자신의 옛날 일기장을 스캔해서 올려놓는 블로그를 보면 내가 그 때 왜 그랬을까- 적어도 사료(응?)의 역할은 충실히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일기장에 관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충격적인(?) 기억은 1학년 때 가장 처음 썼던 일기이다. 밤에 엄마랑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탔는데, 내가 굉장히 높이까지 올라가서 엄마는 놀랐다- 는 서너줄 정도의 짧은 일기였는데, 셀 수 없이 사라지고 왜곡된 기억 중에 지금까지 뇌 한 구석에 이 기억이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선생님이 내 일기를 보시고 일기에 제목을 붙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제목(<놀이터> 였던 것 같다)을 붙였나며 굉장히 놀라셨기 때문이다. 물론 어쩌다 처음 쓴 일기에 꺽쇠까지 붙여가며썼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무려 8살 때 일 아닌가!
그런데 좋은 기억은 이것 뿐이고, 나머지는 아빠가 일기를 검사하고 마구 혼내서 안 좋은 기억 뿐이다. 5학년 때는 중창부를 '가운데 창문'이라고 썼다가 혼났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나서 '노인은 낚시줄만 버리게 되었다.' 라고 썼다가 혼났다. 6학년 때는 미국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도이칠란트에 3:2로 진 경기를 일기에 쓰면서 '그럴 줄 알았어.' 라고 썼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혼났다.
글씨를 제대로 안 쓴다고도 혼났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당시 내 글씨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피오피체와 개성체를 섞어놓은듯한 모습이었는데, 아빠는 궁서체로 쓰라고 버럭하고 으르렁대며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쓰게 했다. 물론 나는 궁서체 글씨를 쓰라면 쓸 수 있었는데(4학년 때는 교실 뒤 조그만 칠판에 쓰기 책에나 나올법한 궁서체 글씨로 공지사항 같은 걸 쓰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왜 선생님은 자기가 안 쓰고 날 시켰는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손이 굉장히 아프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간단히 말해 짜증이 났다.

어쨌거나 중학교에 올라가고 나서는 일기를 매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는데, 웃기는 건 감수성이 철철 흘러넘치는 시기에 진입하다보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일기장(얇은 공책 형태가 아니라 두꺼운 표지에 대략 정사각형 모양의 다이어리)에 공들여가며 비밀스런(!) 이야기를 끄적대더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 펼쳐보면 신경질이 나서 뼈와 살을 분리시키고 싶을 정도로 유치찬란하다. -_-;;; 이런 건 그냥 고이 간직만 하는 게 정신 건강에 도움이... ㅋ

그리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성별을 가리지 않고 너도 나도 다이어리를 쓰는 게 유행이었다. 즉석 스티커 사진과 다이어리 꾸미기 전용 스티커가 유행하고 마치 방명록에 글 남기듯 남의 다이어리에 글을 써 주며(참나... 이게 뭐하는 짓이지? ㅋ) 갖가지 디자인의 속지, 엽서, 출처가 불분명한 책에서 따온 글, 친구들의 삐삐 번호가 적힌 전화번호부(응?)가 난무하던 때였다. 나는 지갑을 따로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갑 역할도 톡톡히 수행했다.
하지만 날마다 할 일과 한 일을 꼼꼼히 정리하던 시절은 2년 남짓이었고 특히 대학에 입학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나서는(특히 궁시렁 게시판) 다이어리는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두꺼운 지갑(그렇지만 모든 것이 들어있는)과 동의어가 되었다. 쓰지 않아도 관습적으로나마 달고 다니던 주간 일정(올해와 작년 아카이브를 합쳐 대략 52장 필요)은 3학년이 되면서 간편한 월간 일정(13장 필요)으로 바꿔 버렸다.

작년에 9년 동안 들고 다닌 다이어리를 영영 잃어버린 이후로는 난생 처음 지갑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동안 손이 허전하던 걸 빼면 불편한 건 없다. 아카이브의 역할은 제로보드가, 이제는 포맷을 바꿔 블로그가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질 정도로 주객이 전도되어 제 기능을 하고 있으니.

불러놓고 바람 맞추는 데 선수인 하워드의 압박스런 옆모습.
물론 나는 이 날 카메라를 가져간 걸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 하워드 머리카락은 원래 밝은 갈색 아니던가요?
- 크기 조절 외에 어떤 보정도 하지 않은 사진입니다.

It wasn't mine -_-

Life 2007. 5. 24. 13:03
휴일인데도 중광 1열은 반도 넘게 자리가 차 있어서... 급우울해지며(털썩...)
오늘도 혹시나- 하면서 lost114.com을 둘러보고 있는데...





두둥-!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고... 급 전화번호를 검색해 물어보았지만~

휴일이라 이 부서 근무자가 없다고... ㅡㅡ;;;

이것의 정체는 내일 아침 밝혀진다- 두근두근두근~~~

제발 내 다이어리이어다오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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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의 정진우씨로 밝혀졌다.

 


OTL


괜히 헛물만 켰네. ㅡㅡ;;;

손이 허전해

Life 2007. 5. 21. 00:16


aren't you really gonna come back to me...?


저런. 스노우캣도 나와 싱크로 100% ㅡㅡㅋ

다이어리는 행방불명

Life 2007. 5. 14. 17:42
다이어리 또 잃어버림.


작년의 소동을 참조

5년 전 잃어버렸을 때의 궁시렁

5년 전 찾았을 때의 궁시렁



하지만 이번엔 찾을 가망이 없다고 봄. ㅡㅡ;;;

직딩과 동네 양아치들이 우글대는 역삼동의 조그만 놀이터에 두고 온 것 같다.


희미한 기억을 되짚어보면 강남역에 내려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산 다음(카드를 쓰고 영수증을 끼워넣었으므로 편의점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 확실하며 가방엔 넣지 않았다) 하워드가 화장실에 갔다 와서(여기서부터 다이어리는 기억에서 사라짐) 놀이터에 앉아있다가 차에 타면서 가방을 일단 무릎팍에 올려놓았고 다른 것(그러니까, 다이어리)을 놓아둔 기억은 없다.

놀랍게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 버스를 타려고 하기 직전까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가방엔 카메라가 계속 들어있었기 때문. -_-;;;)


오늘은 완전히 패닉.

몰랐는데 오늘부터 대동제. 하필 이런 날 경성이형과 포레스트가 연달아 초대 콜을 보낸다. 흙 ㅠ
과외 끝나고 수리산역에서 4425번을 타고 금정역에서 버스를 갈아타려는데...
다이어리가 아무데도 없다!!!

당황하며 타려던 버스에서 내리고 급패닉에 빠져 대략 1분간 멍하니 서서 과연 집에 어떻게 갈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버스 정류장에 있던 아저씨한테 천원을 도움받아 ㅠㅠ 집에는 왔는데...
(세상에나, 생판 모르는 아저씨한테 저기요... 제가 버스에 지갑을 놓고 내려서 그러는데... 천 원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라니 ㅡㅡ;;;)
또 꼭 이럴때 핸펀 건전지는 꺼질락 말락이다. ㅡㅡ;;;

집에 와서 버스 회사에 급 전화를 걸어봤지만 지갑의 경우는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개별 버스에 연락하는 길도 없어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ㅠㅠ

분명히 하차 태그 하고 내렸는데, 책 보다 정신이 팔렸는지... ㅠㅠ
(그러고 보니 내릴때쯤 해서 이어폰을 뚫고 누군가 '저기요~' 라고 한 것 같은 환청까지 ㅡㅡ;;;)

정말 이상하다. 태그하고 나서 다이어리를 어디 놔둔 거지??? 옆자리에 놔뒀나? (왜?!?! 혼자서 버럭!) 가방 위에 있었으면 떨어질 때 알았을테고, 뭐지? 뭐지?
가방에 3개에 2천원하는 프렌치까페 산 게 들어있어서(젠장맞을, 싸다고 에헤- 하고 사서) 가방이 비어있다는 느낌이 없었던 게... 아냐. 책을 손에 들고 있었으니 그런 정도는 느끼지 못했을 수도. ㅡㅡ;;;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오늘 아침 버스회사에 다시 전화해봤지만 어제밤 들어온 분실물 냉무. ㅡ,ㅜ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아놔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다이어리 잃어버리기는 2002년 9월 7일 이후 근 4년만이다. 당시에는 약 1주일 후 분실함에서 무사히 발견되었다. 이 다이어리는 99년 가을께 도서관 앞 책상에 둔 걸 누군가 가져가버린 이후(그건 좋은 거 사서 얼마 쓰지도 않았던 건데 ㅠㅠ)부터 지금까지 온갖 평지풍파를 다 겪으며 8년째(!!!!!!!!)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다이어리를 잃어버리면 현금보다도 (고모, 내가 돈 잃어버린 게 아까울 거라는 추측은 틀린 거라구 -_-;) 온갖 잡다한 카드를 모조리 재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어차피 다이어리 본연의 용도로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고, 그 안에 카드 말고 든 거라고야 사진 몇 장에 올해 영화표 및 기타 잡다한 물건(잡다 명함, 연대 수시 합격증--ㅋ, 고딩 도서관 대출증--ㅋ, 프라우스타 스탬프, 피터의 책갈피, 50실링 지폐, 우표 외 기타등등) 뿐이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새로 사야한다는 압박이 밀려온다.




-Q: What was your first word when you realized you lost the diary?
-A: Uh... Holy s**t.;;; (부끄 ㅡㅡ;;; 회로가 급 타버려서 그래요 -ㅅ-;;;)







8년이나 쓴 거라구. 여기보다도 더 오래됐단 말야.
이럴 때 나 위로 좀 해 줘 봐ㅡ

하워드, 너 말야 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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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하러 가서 사진을 새로 내라고 하는 걸 사진이 없다고 부비대니까 직원이 이번 한 번만 그냥 해준다고 넘어감. 잇힝~

은행에 가서 카드 재발급 신청- 이거 여권으로도 해도 되면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안 해도 됐는데.

오후에까지 버스회사 다른 전화번호도 계속 시도했지만 분실물은 없고, 경찰 분실물 센터까지 가 봤지만 ㅡㅡㅋ 포기했던 차~
(그래도 나름 혹시나... 저번에도 1주일이나 있다가 나타났으니 ㅎ)


과외하고 있는데 031- 에서 전화가 와서 낼름! 받았따!

정진우씨 되시죠? 에 아~~~~~~~~~~~~~~ 찾았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어리 잃어버리셨죠? 네! 갈색 다이어리. 네!!
금정역에서 보관하고 있으니 찾으러 오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 과외 끝나고 금정역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늦을텐데... 1시까지만 오면 된단다. 새벽 1시요??? @_@ 네. ㅋㅋㅋ

나는 버스에서 잃어버렸는데 왜 지하철 역에 가있지??
뭐 어쨌든 완전히 업돼서 ㅋㅋㅋ 끝나고 낼름~ 아. 그 전에 숙모한테서 안 쓰는 티머니 카드까지 얻고 낼름 금정역으로 가려고 충전할 곳을 찾는데... 다들 티머니는 충전이 안 된다고. +_+ 훼미리마트나 지하철 역에 가야 된다고? -ㅅ- 나는 버스 타려고 이미 걸어왔는데 ㅡㅡ;;; 그래서 양천구청역까지 가서 ㅋ 지하철을 타고 날아갔따~

금정역에 유실물 보관소가 따로 있는줄 알았는데 (로스트114닷컴에... 아. 안산역이구나. ㅡㅡㅋ 잇힝~) 뭐 어쨌건 안내 표지판을 막 찾다가 그냥 역무실 뒷문으로 추정되는 열려있는 문을 똑똑 하고 들어갔더니 왠 공익들이 몇몇 있는데, 나한테 전화 걸었던 사람으로 보이는 공익이 유실물 보관소는 따로 없습니다, 다이어리 찾으러 오셨습니까? 색깔만 물어보고는 바로 내어준다ㅡ (그런데 공익이 왜 군바리말투냔 ㅋㅋㅋ) 무슨 태그를 테이프로 붙여놨었는지 뗀 표시가 정면에 1800% 강조되어 ㅡㅡㅋ 있는 걸 빼면 정상이다. ㅠㅠ 아~~~~~~~ 혹시 누가 가져왔는지 물어보니 그냥 누가 주어왔다고. ㅎ 현금만 낼름 가져가고 버린 것을 헌짱의 말대로 착한 자매ㅋ가 주워다 역에 맡긴 시츄에이숀이다.
고모는 소매치기의 소행일 거라고 추정하는데 음... 그런 것도 같고... 내릴 때 슬쩍 해다가 돈만 낼름 먹고 나머진 바로 버리는 ㅡㅡㅋ 아니면 아무 기척도 없이 사라질 리가 없잖아?


어쨌건 이렇게 해서 대략 24시간만에 다이어리가 다시 내 품에 돌아왔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주민등록증이랑 신용카드만 재발급 신청해서 나머지 잡다 카드들은 그냥 쓸 수 있고 (재발급 비용 제일 비싼 학생증 나이스 ㅋㅋㅋ) 카드 나올때까지 티머니 쓰면 되니까, 패닉에서 벗어나 대략 정상화.

사실 어제 잠도 안 오고 ㅡㅡ; 오늘도 패닉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ㅋ 아~~ 다행이삼.
아직 연이 끊기지 않은 게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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