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불을 뿜는 용이 케밥을 데워주던 아주 먼 옛날, 설명하기 복잡하고 단순하며 귀찮고도 명확한 이유로 지금은 케밥에 넣는 양고기(물론 현실에서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닭고기를 쓴다고 함) 덩어리의 기름이 차갑게 말라붙었지만(굳었 아님? ㅎ)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이제껏 팔아치운 매출액이 상당해 올 해 장사 제일 잘한 노점상 백 군데 안에 들어간 희한한 맛 케밥만 찾아다 파는 어느 가게에, 런던에 가면 랍스터에 온갖 산해진미를 얹고 금가루를 뿌린 커리가 한 접시에 단돈 2000 파운드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파는 가게(여기서부터 가게는 진짜 사전적 의미로 사용)가 있다며,
런던에 계시거나, 런던을 여행할 일이 있으면 이 식당에 가서 꼭! 드셔 보시기 바란다. 그게 안 된다면 옆 사람 먹는 모습이라도 찍어서 이곳 Oddly Enough에 제보해주시면 좋겠다. : )
 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댓글
이번에 유럽 가신다면서 한번 들러보세요. 들르기만. ㅋㅋ 사진까지 찍는다면 금상첨화. : )
짬내서 다녀오세요.
라며 압박을 가했는데, 애초에 나는 런던에 갈 계획이 없었지만, 뜻하지 않게 런던에 가게 되어서, 저 은근한 미션을 수행해야겠어! 라고 오지랖 넓게 초호화 커리 가게 '앞'에 가서 인증샷이나 찍겠다고 빵 터트리고 말았던 것이다. -.-ㅋ


하지만 잉글랜드 일정은 대략 빡빡한 편이었...기도 했고;;; 그보다는 오드리님의 미션 수행보다 다른 걸 먼저 하다보니 우선 순위가 자꾸 뒤로 밀리고 자꾸 내일 가지 뭐, 내일 가지 뭐, 하다가 진짜 내일이면 개트윅 공항으로 다시 가야 하는데 난 옥스포드에서 오늘 오후에야 런던으로 돌아온 참이고, 살인적인 런던의 물가 때문에 돈 몇 푼 아껴보겠다고 빅토리아에서 글로스터로드까지 지하철로 세 정거장 밖에 안 되니까 지하철 안 타고 그냥 걸어서 가겠다고 결정을 했고;;;

튜브 타면 금방인 것을... -_-ㅋ 걸어간 경로를 표시해 보니 3km는 족히 걸은 것 같다 oTL

하지만 바로 급후회;;; ㄷㄷㄷ 걸어도 걸어도 목적지는 나오지 않고 +_+ 나중에 경로를 그려보니 길 안 잃고(저는 로컬 검색의 달인이니까연(응?)) 얼추 맞게 가긴 했지만;;; 배낭까지 매고 그 먼 길을 한참이나 걸어가니 글로스터로드 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기운이 다 길바닥에 뿌려진 상태 ㅇㅅㅇ
BUT,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따!!!

오드리님이 소개할 정도로 유명한(!!!) 음식점이라면 당연히 뚤레뚤레 쳐다만 봐도 바로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왠 걸! 코트필드로드를 삥 돌았는데- 식당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oTL 이게 뭐야!!!
급 당황해서 두 바퀴를 더 돌아보고 혹시 여기가 아닌가 싶어 옆 길까지 다 돌아봤지만,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식당 비스무리한 건 치즈 부스러기만한 것도 안 보이고 밀레니엄 호텔이랑 홀리데이인 호텔밖에 없다!!! 터치팟으로 검색해보려고 해도 열린 와이파이는 (당연히) 하나도 없고! oTL (애초에 주소를 딱 적어가지 않은 게 잘못 ㅎ)
그래서...
인터넷이 되는 곳을 (필사적으로) 찾다가, 인터넷까페겸 비됴대여점이 있길래 들어갔다. ㄷㄷㄷ
  • I'm in Courtfield Rd, London, looking for the Indian curry restaurant Odlinuf mentioned, and I CANNOT FIND IT!!! Where THE HECK is it?!?! So after wanderin' around for about 10 mins, I paid 1.5 GBP just to surf the web where the heck that god-dang restaurant is. (Oh my 3000 won. T_T)2009-06-19 17:09:50
30분에 1.5파운드나 하는데... 으흑 T^T
가게 웹사이트에 들어갔는데, 거기에도 몇번지인지는 안 나오고 코트필드로드라고만 나와 있어서(아놔 그건 안다규!) 5분만에 허탈한 표정으로 다시 나왔다. (물론 거스름돈 따위 없음. 5분에 3천원이라니 찜질방 컴터 요금보다 더 비쌈 ㄷㄷㄷ) 다시 코트필드로드를 훑었지만 역시 식당은 보이지 않고...

- 왜 길 가는 사람들한테 안 물어봤어요?
- 가게 이름을 몰랐... -_-;;; (저장된 키워드는 Courtfield Rd, Indian restaurant 단 둘 뿐이었음 -_-ㄷㄷㄷ) 그리고 원래 길 잘 안 물어 봅니다. (XY는 대다수 그러지 않음? +_+)
- 아깐 로컬 검색의 달인이라며. 푸훗!

몸도 마음도 지치고 쩔어서... 드디어 길 가던 아저씨한테 물어보았다.

- 저기요 아저씨, Bombay Brasserie가 어딨어요?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죠오기.





허걱...;;; 맙소사...;;;

바로 앞에 있었따!!! OTL





대여섯번이나 지나쳤는데도 몰랐다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갑자기 세상만사가 허무하게 느껴졌다. -_-

간판(?)

길가에 내놓은 메뉴판이 아니면 여기가 식당인지도 모를 기세.


아놔... 맙소사... 이럴 수가...;;; 왜 난 저 메뉴판을 못 봤을까;;;
-가 아니라!!!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저게 식당인지 어떻게 알아!!! (버럭!!!) (아무 정보가 없는 것 부터가 잘못임 ㅇㅇ)
하면서도 이미 이성과 체력은 도버 해협 너머로 탈출했고 위장은 분해할 먹이를 내놓으라며 으르렁댔기 때문에 일단 허기를 채워야겠다-고 메뉴판을 읽어보니...

^%*#$%!@#%^%#$$#@% ㅡㅡ;;;

물론, 가격도 비쌌다. 25파운드 밑으로 파는 음식이 없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여기서 밥 먹을 돈이면 뮤지컬을 한 편 더 보겠다... 이게 한국 돈으로 하면... 기타등등)
하지만 더 큰 이유는...

6시 반 오픈! oTL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어!!! 아아악!!!

앞서 언급했듯이 이성은 이미 브리튼 섬을 탈출했기 때문에 미친 척 하고 (옆 테이블에서) 금가루가 뿅뿅 날리는 럭셔리엘레강스판타스틱 커리를 먹어봐- 하고 2.5초 정도 진지하게 검토했찌만, 도저히 3600초나 더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냥 가게 사진만 딸랑 두 장 찍고 지하철 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굶주린 배를 채우려 KFC를 갈까 버거킹을 갈까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5파운드도 아까워서(도저히 만 원이나 주고 버거 세트를 먹을 수 없었음 흙ㅠ), 테스코에 가서 (잉글랜드 음식이 뭐 다 그렇지만ㅋ) 지지리 맛도 없는 1.2파운드짜리 달걀 샌드위치만 하나 달랑 사서 꾸역꾸역 먹었다는 슬프고 찌질하고 궁상맞은 결말. 흙 ㅠㅠ (여러분 안타까움에 목이 메이셔도 괜찮습니다 흙 ㅠㅠ)

뭐 그리하여 오드리님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방정맞게 나섰다가 미션은 실패하고, 이를 만회하려고 ODD한 걸 찾아보려다 그것도 시간이 없어 흐지부지 되었다는 어정쩡한 이야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