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복'에 해당하는 궁시렁 1

  1. 2008.07.26 현수막으로 보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
7월 30일에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있지만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꼬라지가 없는 시점에서 처음 실시하는 교육감 선거는 차마 안경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닦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사람들의 따뜻한 무시를 받고 있다.
그나마 선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각 후보들의 현수막마저 마치 대선때부터 걸려있던 것처럼 주위 환경과 철저히 동화되어 있는지 없는지 머리털을 쭈뼛 곤두세우지 않고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위장술을 갖추고 있는데...

현수막에 써 넣은 문구도 뇌가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뉴런을 끊어버리고 자살할만큼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들의 미래만 생각하겠습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사교육비 절감
어머니 힘드시죠?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의 기분이 너무 우울해져서 이런 멍청한 선거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갸르릉대며 점심을 먹은 뒤 하려고 미뤄놓은 백만스물한가지 자질구레한 일 리스트에 '투표하러 가기'가 백만스물두번째로 올라가는걸 보다 못한 전 월간 조선 대표 갑제씨는 급기야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이번 선거는 5지선다형"이라며 파리가 앞다리 한 쌍을 청결하게 유지하듯 바락바락 노력했고 수표로 접은 종이비행기를 수박씨 뱉어내듯 마구 뿌려대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딴나라당은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잿더미가 된 숭례문 기왓장 조각 정도로 여기는 나경원 서울시 중구 국회의원을 앞세워 교육과 정치를 퓨전시켜 모든 선거를 다 쓸어담아 그랜드슬램을 이뤄내고 싶다는 음산하고 비열한 야심을 방글방글거리며 노닥거렸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여론 조사 1위와 2위 후보는, 여기서 1위와 2위는 서로 뒤바뀌기도 하는데, 물론 그것은 고작 500명도 안되는 모집단으로 조사한 통계치이기 때문에 수박을 갈아서 싸구려 컵에 담은 뒤 딸기주스라고 우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320억짜리 선거에 투표율이 명바기 지지율보다 더 낮게 나올까봐 전전긍긍하는 처지에 이런 걸 따지고 있는 건 우습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자면, 어쨌거나 두 후보는 아줌마들이 열광하는 아침 일일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자극적 문구를 동원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구걸하고 나섰다.

현 서울시 교육감인 1번 후보는 이런 현수막을 걸었다.

전교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마치 대선때 자신과 같은 번호였던 정동영의 전략을 보는 듯 하다. 나를 뽑아라!가 아니라 누구는 안 된다!로 밀고 나가는 식인데, 공씨 당신 말대로라면 6번 말고 나머지 중 하나를 찍으라는 거니까 당신한테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잖아? ㅎ

6번 후보는 이렇게 맞섰다.

이명박 타도!

물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균형잡힌 후보도 있기 마련이다.

이명박 OUT! 전교조 NO!


이게 교육감 선거인지 인류를 이끌 무시무시한 도마뱀을 뽑는 선거인지 우주 최악의 옷 못 입는 사람을 뽑는 선거인지 츠키야마 아키히로 상의 머리를 걷어찰 수 있는 지저분한 행운의 주인공을 뽑는 선거인지 행성만한 크기의 두뇌를 가진 로봇이 아니고서야 알 수가 없다.



교육감선거


이 모든 머저리같은 헛소리에도 아랑곳하지 말고 다음 주 수요일에 어디 가서 뭘 하건 집에서 나오는 길에 잠깐 들러서 투표는 꼭 하길 바란다. 투표소는 어디냐면 그러니까, 자기 동네의 지반이 침하되었거나 뱃가죽을 아무렇게나 이어붙인 두꺼비가 땅 속에서 튀어나왔거나 돌고래가 꼬리로 훌라후프를 냅다 던져버리고 수족관을 뛰쳐나간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했던 곳에 꼼짝 않고 있을, 있었을, 앞으로 있는, 뭐 여하튼 어떤 시제를 막론하고 그 곳에 잠깐 들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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