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될 수도 있는 물건과 잘못될 가능성이 없는 물건의 주된 차이점은, 잘못될 가능성이 없는 물건이 잘못되는 경우 대개 문제를 파악하거나 수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p. 16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 대체로 무해함
주위의 독촉과 압력을 받고서야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입담을 풀어내던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제발 무지무지하게 재미있는 책을 번역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응답을 받은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김선형과 SF 마니아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이 장르에 적잖이 애정을 가진 권진아 옮김
책세상, 2005


@aleph_k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사이드바에 있는 결제시스템에서 꼴티브X를 걷어버린 개념서점 알리딘 TTB를 눌렀다가 알라딘에서 새해맞이 반값 수소폭탄세일을 하는데 거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연을 쫓는 아이가 들어 있다고 배알이 꼴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펼쳐서 뒤적대다가 어익휴,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이 매끈매끈한 뒷면에 살포시 박혀 있는 어떤 이동통신기계나 그것보다 조금 얇고 싼 대신에 전화는 원칙적으로 할 수 없는 휴대용음악동영상오락기타등등감상기계가 불현듯 떠오른 건 아님.

그런데 한 가지 더!

반값세일 목록을 훑던 중- 아니 이것은!!! 하고 두 눈에 존재하지 않는 가속도가 모니터 방향으로 휙- 하고 작용하게 만든 책이 있었으니!!




표지가... 1-5권 합본과 똑같아... 꺄악! 쌩유!!! (난 합본을 안 샀으므로 ㅋ)


이게 뭐야!!! 히치하이커 시리즈 6권이라니!!!

그래서 득달같이 주문했어요. ㅋ_ㅋ

작가 사후에 다른 작가(들)가 시리즈의 바통을 넘겨받거나 여러 컨셉을 차용해서 곁가지로 나가는 경우 작품의 질이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 밀리웨이스로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사실은 잘 모름. 걍 그렇다고들 한다더라고 하더이다란 얘기. 하지만 적어도 시뮬레이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파운데이션 곁가지 3부작은 그야말로 이건 뭥미-_-;;;였음(뭐... 잉글랜드어로 된 책을 읽어서 그런 건 아님;;;))한데, (홍보야 다들 그렇게 했/하겠지만) 유족들이 심혈을 기울여 작가를 선정했고, 사전 한 번 안 찾아보고 지레짐작으로 엉뚱하게 책 제목을 붙여놓고 독자들이 오류를 지적하니까 되도 않는 어원드립을 펼치며 끝까지 난 안 뜰려뜸 ㅇㅇ 이런 번역가(관련 궁시렁이 언젠가는 올라갈 예정임 ㅎ_ㅎ)가 아니라 스스로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외에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을 깨달은 뒤로 그나마 최대한 잘해보려고 꽤나 노력한 덕분에 엄청나게 훌륭한 책(물론 히치하이커 시리즈도 포함됨ㅎㅎㅎ)을 번역하고 있는 김선형씨가 번역을 맡았다고 하니 부담없이 바로 질렀다. ㅎㅎ
다만 희망사항이 한 가지 있다면 이번엔 (은근히 대놓고 시작 부분과 연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대체로 무해함 166쪽 외 여러 곳에 등장하는) breath-o-smart 같은 연결합성어(?)도 건전하게 부적절한 브리드-오-스마트로 쓰지 말고 뇌가 통통 튈 정도로 깜찍한 한글로 바꿔 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 대해 대체로 완벽하게 정상적인 정보

2009/12/13 [신간] 그런데 한 가지 더 [12] by twinpix
더글러스 애덤스, 번역, 애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지름신, 책 읽는 지누
  1. BlogIcon 매치어 2010.01.12 08:16 신고      

    더글라스님이 많지 않은 나이에 요절한 터라 다음 권은 생각치도 않고 있었는데... 6권이 있었군요!

    흠... 흠... 이 글은 못 본 걸로 하겠... (시선을 피한다)

    • BlogIcon 궁시렁 2010.01.14 11:28 신고      

      자, 이 댓글을 읽는 순간 매치어님은 자동으로 결제를 완료하고 있습니다. (미래의지추측진행형)
      40페이지만 읽었는데 문체가 만족스러워요.

  2. BlogIcon 내 심장속의 뱀 2010.01.12 18:56 신고      

    그리고 한가지 더... And Other Thing... 이라니. 더글라스님께서 이름지어줬을 법한 제목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오인 콜퍼! 당신은 뉴규?
    책 나온건 알았는데. 알고만 있다가... 계속 알고만 있네용. -_-;;

    • BlogIcon 궁시렁 2010.01.14 11:36 신고      

      2~5권의 제목은 모두 1권에 나오는 말을 따온 건데, 이 책은 3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나오는 대사를 따왔대요. (본문에도 나옴)
      저도 작가는 누규? 이랬는데, 듣보잡은 아니고 자신의 시리즈로 이미 팬덤을 확보한 사람이라고는 합니다. (검색은 안 해봤어요 ㅎㅎㅎ)
      자, 레벤님도 지금 결제 완료하시는 겁니다. 고고!!

  3. BlogIcon 청초 2010.01.13 13:50 신고      

    지금 당장 사야해!

    지름신 강림이근여... 젼 돈은 모아놓긴 했는데 정작 뭘 사야할지 고민중...

    • BlogIcon 궁시렁 2010.01.14 11:32 신고      

      이 책을 사시면 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4. BlogIcon cANDor 2010.01.16 12:03 신고      

    나왔.. 군요.. ㅋ

    • BlogIcon 궁시렁 2010.01.17 01:01 신고      

      자자, 결제 완료. 뭐 하십니까. 어여어여 ㅋㅋㅋㅋ

  5. BlogIcon 우울한딱따구리 2010.01.25 11:41 신고      

    서평이라도 올라오면 한번 생각을 해볼까요.. ㅎㅎㅎ

    • BlogIcon 궁시렁 2010.01.25 19:54 신고      

      1/3 정도 읽었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어요. 그냥 DNA옹이 쓴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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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80년경 "넝마 종이1의 페스트"가 수집가들의 세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 기원은 불확실하지만 아마 아시아의 어느 머나먼 지방에서 유래한 박테리아(학명은 코메스토르 린테이 시넨시스Comestor lintei sinensisi)가 서구 세계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모든 넝마 종이를 훼손시켰다. 말하자면 구텐베르크 시절 이후부터 19세기 중엽, 즉 섬유소로 생산한 종이가 사용되기 시작할 때까지 제작된 모든 책이 대상이었다. 정말로 멋진 운명의 장난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까지는 목재로 만들어진 종이는 70년이 지나면 썩지만, 그와 달리 넝마로 만들어진 종이는 당당하게도 썩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 오래 전부터 전 세계의 출판인들은 '중성지'로 만든 고급 책을 생산하고 있었다. 따라서 목재 종이는 아주 깨끗한 고서적들의 신선하고 바삭거리는 넝마 종이에 저항하면서, 오랜 세월에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데 2080년 경에 이르러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목재 종이는 세월에도 끄떡없게 되었을뿐 아니라, 과거에는 인쇄업자들의 영광이었던 넝마 종이는 전 세계의 도서관에서 코메스토르 시넨시스의 음울한 활동과 함께 문자 그대로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맨 먼저 "히프네로토마키아 필리폴리"2 ii의 모든 판본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조금씩 좀이 슬기 시작했다. 이어서 종잇장들은 아주 가느다란 거미줄로 바뀌었고, 결국에는 엄청나게 값비싼 종이들이 완전히 분해되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화학자들의 노력도 소용없었고, 볼록 판형을 만들어 구원해 보려는 불쌍한 시도가 있었지만 너무 늦었다. 책들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아델피 출판사의 "필리폴리" 새 판본(현재 가격으로 1천 글로볼, 그러니까 20세기의 돈으로는 대략 1백만 달러는 호가하는)은 거의 거미줄 같은 페이지를 드러냈고, 최소한 글자의 절반 정도는 이미 상실되었다.
이어서 뉘른베르크의 연대기, 포레스티의 부록들, 타소와 아리오스토 작품의 초판본들, 1623년에 출판된 셰익스피어의 2절판 책들, "백과사전" 전집들이 희끄무레한 구름이 되어 세계의 대규모 도서관에서 이미 황량해진 열람실들에 떠다니고 있었다. 사방에 늘어선 벽들은 모든 보물을 빼앗긴 서가들의 텅 빈 커다란 눈과 함께 그 죽음의 날갯짓을 응시할 뿐이었다.
문화적 상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재난의 즉각적인 경제적 타격은 실로 엄청났다. 1929년 경제 대공황의 가장 음울했던 몇 달 동안처럼, 크라우스3 가문의 상속인들은 뉴요크 5번가의 길모퉁이에서 사과를 팔았고, 베른르 클라브레유4는 센 강변을 따라 오렌지 껍질을 쓰레기통에 주워 담고 있었으며, 런던의 가장 하층 빈민가에서는 파무어 경과 콰리치사5의 직원들이 비쩍 마른 몰골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안개, 불붙은 석탄의 불티가 바람에 흩날리는 가운데 배회하고 있었다. 한 쪽 신발은 굽이 떨어져 나갔고 낡은 긴 외투는 더러운 헝겊을 덧대어 누더기가 되었으며, 한 손으로는 병든 아이를 붙잡은 채 행인들에게 자선을 구걸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스크루지 아저씨처럼 무관심하고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그런 재난에서 품위있게 살아남은 유일한 인물은 마리오 스코냐밀리오6였다. 그는 로고메도7의 어느 빵집에서 특별히 만드는 나폴리식 파이의 소매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는 동안 수집가나 서적상 모두 충격에서 벗어나 서서히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수집가들은 본능적인 수집 욕심에 이끌렸고, 서적상들은 합리적인 '아우리 사크라 파메스'8에 이끌렸던 것이다. 고서적 시장은 근대 골동품을 중심으로 다시 정비되었다. 그러니까 "집 없는 천사"와 쥘 베른의 하드커버 판본들에서 아주 최근의 작품들까지 그 대상이 되었는데, 최근 작품들은 출간된 지 1년도 지나기 전에 벌써 골동품이 되었다(특히 인터넷과 전자책의 승리와 함께 인쇄된 책은 이제 애호가나 실리콘 알레르기가 있는 독자만을 위해 아주 제한된 부수만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탁월한 안니발레 로시의 시집, 존 스미스의 소설, 브람빌라의 경구 모음, 파우타소의 평론집, 로몰레토 피치고니 또는 살바토레 에스포시토의 전집은 벌써 수천만 달러iii를 호가하게 되었다. 20세기 90년대의 어느 잔인한 인물의 책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3백만 달러에 팔렸는데, 일본의 어느 은행이 구입하였다.
물론 그것은 저자의 서명이 들어 있지 않은 판본들이었다. 사실 이제는 골동품 시장의 옛날 법칙을 뒤엎는 또 다른 현상으로서 '비교류 판본non-association copy'이 특히 높게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달리 과거의 작품에서는 가령 '저자 기증'이라는 자필 헌사가 붙은 키르허9 신부의 책은 진본 또는 탁월한 희귀본으로 간주되었으며, 심지어 베빌라쿠아10에게 헌정한 코르델리11의 책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골동품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실 20세기 중엽부터 작가가 책을 한 권 출간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일련의 작업에 연루되지 않을 수 없었다. 1) 출판사 사무실에서 언론(기증 도서), 비평가와 언론 지도자들을 위해 최소한 1백 부에 서명하고, 스웨덴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들, 스트레가 문학상12, 비아레조 문학상13의 심사위원들, 그리고 나중에 캄파엘로 문학상14의 민간 심사위원이 될 수도 있는 베네치아 지역의 환경 운동가나 노동자들에게 나눠 줄 몇백 부에다 서명하는 작업, 2) 이탈리아 100대 도시의 수많은 서점에 앉아서 그곳에 있는 독자 대중을 위해 서명하는 작업, 그리고 3) 서점 상인들을 위한 수천 부에 서명하는 작업. 그런데 서적상들은 나중에 단골 고객들에게 그게 유일한 책이라고 장담하면서 은밀하게 가격을 올려 팔곤 했다. 간단히 말해 실질적으로 인쇄된 책 전체에 저자의 서명이 들어 있게 되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비평가나 기자, 심사위원, 친구들은 서명된 책을 받으면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거나, 또는 감옥(감옥에서는 책장을 마리화나 담배를 마는 데 사용했다)이나 병원(병원에서는 그곳에 서식하는 쥐들이 갉아먹었다)에 기증했다. 그런 사실을 고려해 보면 서명된 책의 유통 부수가 너무 많아졌고, 결국 가치가 떨어져 희귀본 책들의 시장에서 배제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점차 교류의 흔적이 없는 극소수 판본들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2091년에 이미 피암메타 소아베사15는 철저하게 서명이 없는 올리비에로 딜리베르토16의 짤막한 시 "실비아에게"17를 5천만 달러를 매겨 목록에 올려놓았다. 서명이 없는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의 또 다른 짧은 시 "실비오에게"iv는 1억에 메디올라눔18에 팔렸다. 서명이 전혀 없이 깨끗하고, 마르첼로 델루트리19의 애정어린 서문이 실린 보렐리20의 전집(베를루스코니 출판사, 유토피아 도서관)은 2억에 프렐리아스코21의 목록에 오르게 되었다.
마리오 스코냐밀리오는 나폴리식 파이 소매상을 집어치우고 자신의 책방을 다시 열었는데, 줄리오 안드레오티v의 "나의 감옥 생활"22(2001) 깨끗한 판본 하나를 2억에 팔면서 고서적 시장에 의기양양하게 복귀했다. 그 책은 바로 저자가 자신의 친구인 어느 신부(神父)에게 결혼 선물로 보낸 것인데, 일종의 액막이로 일부러 어떤 확인 표시도 하지 않은 판본이었던 것이다.

미네르바 성냥갑 La Bustina di Minerva
움베르토 에코
밀라노, 봄피아니, 2000






= 번역자 김운찬의 주석 =
  1. 서양에 처음으로 종이 제작 기술이 전파되었을 때, 그 주원료는 헌 마(麻)나 아마, 면 섬유 등을 넝마 형태로 수집해 사용하였다. 하지만 넝마는 수집으로 충당하기에는 부족하고 값도 비쌌다. 그러다가 18~19세기에 걸쳐 산업화와 함께 펄프 등 섬유소를 화학적으로 처리한 근대적인 형태의 종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2. Hypnerotomachia Poliphili. 콜론나Francesco Colonna의 작품으로 이탈리아어로는 '폴리필로' 또는 '폴리필로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인용된다.
  3. 현재 미국의 가장 유명한 고서적 거래상들 중 하나.
  4. 현재 파리의 유명한 고서적 판매상.
  5. 1847년 런던에서 창립된 고서적과 필사본 거래 전문 회사.
  6. 1990년 밀라노에서 창간된 골동품 및 도서 애호가들을 위한 전문 잡지의 편집인이며, 고서적 전문 서점을 소유하고 있다.
  7. 밀라노의 구역 이름.
  8. auri sacra fames.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3권 57행에 나오는 표현으로 '황금에 대한 지독한 욕심'을 의미한다.
  9. Athanasius Kircher(1601-1680). 도이칠란트의 예수회 수도사. 철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헌학적 연구, 공상 과학적 해석, 음악, 물리학, 지질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다.
  10. Alberto Bevilacqua(1934-). 이탈리아의 작가로 수많은 작품과 함께 여러 잡지와 신문에 기고하고 있다.
  11. Franco Cordelli(1943-). 이탈리아의 작가로 여러 편의 소설과 평론집, 시집을 발표하였다.
  12. 1947년 일단의 문인들이 로마에서 창립한 문학상으로 매년 현대 소설 작품 중에서 한 편을 골라 시상한다. 현대 이탈리아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꼽힌다.
  13. 1930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주요 문학상 중의 하나.
  14. 1963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문학상.
  15. 현재 로마에 있는 고서적 책방의 이름.
  16. Oliviero Diliberto(1956-). 현재 이탈리아 공산당 계열의 하원의원.
  17. A Silvia. 이 시는 원래 레오파르디의 서정시로 유명하다.
  18. 현재 밀라노에 있는 고서적 책방의 이름.
  19. Marcello Dell'Utri(1941-). 정치가로 1994년 '힘내라 이탈리아Forza Italia'당의 창당 멤버였고 1996년 하원의원이 되었으며, 1999년에는 유럽의회의원, 2001년에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
  20. Francesco Saverio Borreli. 밀라노의 검찰청장으로 1992-1998년에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깨끗한 손Mani Pulite'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21. 현재 토리노에 있는 고서적 책방의 이름.
  22. Le mie prigioni. 원래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던 펠리코Silvio Pellico(1789-1854)의 옥중기. 그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읽힌 감동적인 작품으로 1832년에 출간되었다.


= 궁시렁의 추가 주석 =
  1. 아시아라고 하면 1순위로 갖다붙이는 것이 중국인 것은 에코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ㅅ-;;;
  2. 움베르토 에코의 최신 소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의 주인공인 얌보의 박사 논문이 이 작품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3. 그러니까 미래의 화폐 단위로 따지면 수만 글로볼이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 뒤로도 글로볼은 나오지 않는다.
  4.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밀라노 검찰청장 시절 깨끗한 손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후 장관직을 거쳐 정치가로 변신, 현재 유럽의회의원이며 부패 척결을 모토로 하는 이탈리아 가치당(Italia dei Valori)을 이끌고 있다. 실비오란 물론 이탈리아의 최고 부자이자 AC밀란 구단주면서 깨끗한 손 운동을 피해 힘내라 이탈리아당을 창당한 뒤 온갖 정경유착 의혹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국무총리를 지내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말한다.
  5. 총리를 7차례, 장관을 36차례나 역임했으나 깨끗한 손 운동 이후 열린 1994년 총선에서 패배한 뒤 2억5천만리라(1억3천만원)의 불법 정치 자금 조성혐의로 법정에서 심판을 받았다.


+ 이럴수가!!! 이 쾌활하고 명랑한 글이 움베르토 에코가 쓴 게 아니라 더글러스 애덤스의 컴퓨터에 꼭꼭 숨겨져 있다가 우연히 발견되어 발표된 거라고 해도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믿을 것이다. ㅋㅋㅋ
더글러스 애덤스, 베를루스코니, 움베르토 에코, 책 읽는 지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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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a long, heart-stopping moment of internal crashes and grumbles of rending machinery, there marched from it, down the ramp, an immense silver robot, a hundred feet tall.
It held up a hand.
"I come in peace," it said, adding after a long moment of further grinding, "take me to your Lizard."
Ford Prefect, of course, had an explanation for this.
"It comes from a very ancient democracy, you see..."
"You mean, it comes from a world of lizards?"
"No, nothing so simple. Nothing anything like to straightforward. On its world, the people are people. The leaders are lizards. The people hate the lizards and the lizards rule the people."
"Odd," said Arthur, "I thought you said it was a democracy."
"I did," said Ford. "It is."
"So," said Arthur, hoping he wasn't sounding ridiculously obtuse, "why don't the people get rid of the lizards?"
"It honestly doesn't occur to them," said Ford. "They've all got the vote, so they all pretty much assume that the government they've voted in more or less approximates to the government they want."
"You mean they actually vote for the lizards?"
"Oh yes," said Ford with a shrug, "of course."
"But," said Arthur, going for the big one again, "why?"
"Because if they didn't vote for a lizard, the wrong lizard might get in," said Ford. "Some people say that the lizards are the best thing that ever happened to them. They're completely wrong of course, completely and utterly wrong, but someone's got to say it."
"But that's terrible," said Arthur.

Douglas Adams,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 Ch. 36

심장이 멈출 것만 같은 기나긴 시간 동안, 우주선 속에서 기계들이 다 찢어발겨지는 듯 쿵쾅거리고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안에서 키가 30 미터쯤 되는 거대한 은색 로봇이 램프를 타고 씩씩하게 걸어 나왔다.
로봇은 한 손을 들었다.
"나는 평화의 사절로 왔다." 로봇은 금속이 갈리는 소리를 한참 더 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도마뱀에게 데려다 다오."
물론, 포드 프리펙트는 이 사실을 해명해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우주선은 까마득한 고대의 민주주의 세계에서 온 거야."
"그럼, 저 우주선이 도마뱀의 세계에서 왔다는 거야?"
"아니, 그렇게 간단할 리 없지. 전혀 그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니야. 저 세계에서, 사람들은 사람이야. 지도자는 도마뱀이고. 사람들은 도마뱀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도마뱀은 사람을 지배해."
"이상하네. 네가 민주주의라고 한 거 같은데."
"그랬어. 민주주의야."
"그런데." 아서는, 자신이 말도 못하게 멍청한 인간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물었다. "왜 사람들은 도마뱀을 쫓아내버리지 않아?"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거야. 전부 투표권을 갖고 있거든. 그래서 말하자면 자기네들이 투표해서 뽑은 정부니까 자기네들이 원하는 정부에 가까울 거라고 대충 생각하고 사는 거지."
"그러니까 투표를 해서 도마뱀을 뽑았단 말이야?"
"오, 그럼." 포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아서는, 다시 큰 걸 하나 터뜨리기로 작정했다. "왜?"
"도마뱀한테 표를 던지지 않으면, 잘못된 도마뱀이 정권을 잡을까 봐 그렇지." 포드는 어깨를 다시 으쓱했다. "어떤 사람들은 도마뱀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 물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완전히 철저하게 틀려먹은 얘기야.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해야지."
"하지만 그건 너무 끔찍하잖아." 아서가 말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4: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주위의 독촉과 압력을 받고서야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입담을 풀어내던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제발 무지무지하게 재미있는 책을 번역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응답을 받은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김선형과 SF 마니아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이 장르에 적잖이 애정을 가진 권진아 옮김
책세상, 2005

더글러스 애덤스, 민주주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 읽는 지누
  1. BlogIcon 매치어 2010.05.30 20:17 신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불안정성(...이라고 쓰고 링크라고 읽는다)을 따라 이 글을 봤는데... 고대의 민주주의에선 Lizard를 뽑았나 몰라도 지금 Rat을 보는 느낌이지 않습니까? ^^ 어쩌면 저 상황이 정답일 수 있겠네요. 도마뱀이든 도마뱀 사촌이든 투표를 할 때의 최선은 최악을 고르지 않고 차악을 고르는 것...이니까요.

    • BlogIcon 궁시렁 2010.06.02 00:28 신고      

      항상 그 차악에 한 표 던지면서도 참 씁쓸해요.
      차차악을 뽑자니 그러면 그나마 버티는 차악이 더 약골이 될 테고 ㅡㅡ;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도마뱀(혹은 지구에서 돌고래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포유류)이 '최선'인 유권자의 힘이 너무 크고, 더욱 더 큰 문제는 도마뱀을 선택하는 게 자신에게도 최선인 줄 착각하는 안타까운 부류가 너무 많다는 거죠. 이런 유권자는 머리가 둘 달려도 답이 없어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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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

And Everything 2007.10.14 18:11
Solutions nearly always come from the direction you least expect, which means there's no point trying to look in that direction because it won't be coming from there.

Douglas Adams, The Salmon of Doubt, p. 243

The Salmon of Doubt: Hitchhiking the Galaxy One Last Time
Douglas Adams
New York, Ballantine Books, 2002
더글러스 애덤스, 책 읽는 지누
  1. ? 2011.06.02 22:34 신고      

    혹시 이책 읽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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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으..." 아서가 말했다. 그가 눈을 떴다. "깜깜해."
"그래. 깜깜해." 포드 프리펙트가 말했다.
"빛이 없어. 깜깜해. 빛이 없어." 아서 덴트가 말했다.
포드 프리펙트가 인간들에게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점 중 하나가 무지무지하게 명백한 사실을 계속해서 말하고 반복하는 괴상한 버릇이었다. 가령 '날씨가 좋군' 이라든지, '키가 크시네요' 라든지 '그래서 이걸로 끝이군. 우린 죽는 거야' 아니면 '맙소사, 1미터는 떨어진 것 같은 꼴이구나. 괜찮니?' 같은 말들이 그랬다. 처음에 포드는 이 기이한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이론을 만들었다. 인간은 계속해서 입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입이 시들어빠지나 보다 생각한 것이다. 몇 달 동안 관찰과 고찰을 해본 끝에, 그는 이 이론을 포기하고 새로운 이론을 정립했다. 인간은 계속해서 입을 움직이지 않으면 머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 이론 역시 단념했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냉소주의도 포기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인간을 좋아한다고 결론지었지만, 이들이 모르고 있는 그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지독하게 걱정스러웠다.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p. 84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주위의 독촉과 압력을 받고서야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입담을 풀어내던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제발 무지무지하게 재미있는 책을 번역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응답을 받은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김선형과 SF 마니아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이 장르에 적잖이 애정을 가진 권진아 옮김
책세상, 2004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 읽는 지누
  1. BlogIcon 실버 2008.12.19 12:39 신고      

    저도 이 책 무지 좋아합니다. 뒤쪽권으로 가다보면 쵸큼 중구난방하는 맛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정도 해학이라니 한국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니까요. 저는 작은 크기로 나온 책으로 전부 가지고 있는데 이쪽이 들고 다니면서 보기 편해서 좋더라구요.

    • BlogIcon 궁시렁 2008.12.19 15:31 신고      

      저도 낱개로 가지고 있어요. 합본이 나왔다길래 소장용으로 살까- 하다가, 실물을 구경하고는 지레 겁먹고 그만뒀어요. ㅎㅎ

  2. BlogIcon BLUE'nLIVE 2008.12.19 20:58 신고      

    (본 글과 무관한 댓글입니다)
    텍큐닷컴를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배경은 어떻게 넣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대단대단)

    • BlogIcon 궁시렁 2008.12.20 01:42 신고      

      오랜만에 뵙네요!
      http://grouch.ginu.kr/202 를 참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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