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관광객이 목가적인 풍경을 찍으러 해변에 갔다가 어부가 고깃배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부에게 날씨는 좋고 바다에 고기도 많은데 왜 이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느냐고 물었다.
"고기는 필요한 만큼 잡았거든."
"하루에 서너 차례 더 출항하면 고기를 서너배는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그러면 1년쯤 뒤에는 배를 한 척 살 수 있을 텐데요. 한 3년이 지나면 작은 배 한두 척을 더 사게 될 테고, 그러면 결국에는 여러 척의 어선을 지휘하며 물고기 떼를 추적할 헬리콥터를 장만하게 되거나, 잡은 고기를 대도시까지 싣고 갈 트럭을 여러 대 살 수 있을 거에요."
"그러고 나면?"
"그러고 나면, 멋진 해변에 편안히 앉아 아름다운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며 쉬는 거죠!"

"그게 바로 당신이 여기 오기 전까지 내가 하고 있던 거잖수!"

사람들이 시공간적 풍요로움과 평화를 얻고자 끊임없이 재화를 더 많이 획득하는 거라면, 결국 부자들은 가난한 농부와 어부들이 자연 속에서 누렸던 그 소박한 상태를 얻으려고 평생 고생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헨리 D. 소로의 "월든"을 읽어 보면 가난한 어부가 자연에서 즐기는 오후의 따사로운 평화란 관광객의 맹신과는 달리 실제로는 작은 경제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잘 살고 싶다'는 경제적 욕망은 자연의 파괴뿐 아니라 다른 약자들을 침략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소로가 월든 호수에서 낚시를 하다가 비를 만나게 되었다. 다급해진 소로는 가까이 있던 작은 오두막으로 몸을 피했는데, 그곳에는 아일랜드에서 이민 온 가난한 농부 가족이 살고 있었다. 농부는 비록 몸은 중노동으로 힘들어도 미국에서는 차와 커피와 고기를 매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이민 온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로는 바로 그와 같은 삶의 양식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미국이 멕시코를 침략하고, 인디언을 학살하고, 흑인을 노예로 부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참다운 미국은 그런 것들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생활양식을 자유로이 추구할 수 있는 나라여야 하며, 또 노예제도나 전쟁을 국민이 지지하도록 국가가 강요하고, 그런 물건들을 사용하는 데서 직접, 간접으로 초래되는 쓸데없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도록 강요하는 일이 없는 나라여야 한다.

박혜영 인하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고전의 향연
이진경, 이정우, 박혜영, 안광복 외 지음
한겨례 출판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