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오후 5시 10분 경 강썖이 나를 부른다.
홍보관 4층 402호 교양매체실에 가면 장태희 선생님이 CD 줄 거거든? 그것 좀 가져다 줄래?

그러면 이 내용은 이렇게만 저장된다.


홍보관,   402호,   Ms. 장


4층은 402호에 포함되는 정보니까 그렇다고 치고, 402호 방 이름이 뭔지는 저장되지 않는 것이 어차피 402호를 찾으면 그 방이 뭘 하는 방인지 명패? 문패? 방패?? 하여간 뭐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조그만 딱지가 붙어있을테니 생략하는데, 사실 정말 생략하는 이유는 방 이름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교양xx실로만 입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찾아갈 사람의 이름도 다 알아듣지 못하고 성만 기억에 남았는데 일단 이름이 여자 이름 같으니 Ms.를 추가하고, 대외협력부에서 왔다고 하면 어차피 담당자들끼리 통화한 마당에 무슨 일로 오셨죠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올 리 없으니 정작 심부름의 목적물 자체가 무엇인지는 메시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별로 긴 내용도 아닌데 그걸 다 못 외우냐고 물어본다면, 빠짝 말라버린 캐시메모리 용량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얘기를 듣고 나서 당장 메모해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처럼 순간순간 기억이 휘발해 버리니 듣는 동시에 메모하지 않으면 내용 전체를 붙잡을 수 없다. ㅠㅠ



어쨌거나 저 세 가지만 머리 속에 담고 홍보관으로 갔는데, 4층엔 KTN 뿐이었다. 엥??? ****실은 어디 있다는 거지? (이미 무슨 실이었는지 잊어버림) 일단 4층으로 가 봤지만, 402호는 KTN 방송실일 뿐이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순간 급당황해 다시 3층으로 내려와 홍보관에 무슨무슨 실이 있는지 다 읽어봤지만 기억이 날 리가 있나;;; 302호를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거긴 교직원 조합이고, 314호가 내가 들었지만 그새 까먹은 ****실과 이름이 비슷한 ****++실이길래 가 봤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을 뿐더러 도무지 교직원이 근무할만한 곳이 아니다 싶어서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홍보관이 맞냐고 물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평소에 핸펀이 가방에 들어있는지라 전화를 걸 방법은 없고... 빈 손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우체국에 들어가서 구내전화를 한 통만 쓰게 해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엄훠, 세상에, 내가 이렇게 무모하고 어처구니 없는 부탁을 하겠다는 생각을 할 줄이야!!! 얼굴 많이 두꺼워졌... 응??), 진짜로 창구에 가서 구내전화 한 통만 걸면 안 될까요- 하고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다른 직원이 이미 외선 통화를 하던 중이어서 구내전화에서는 절대 들릴 수 없는 통화연결음을 들었고, 다음에는 우체국이 쓰는 전화가 보통 학교 내부에서 쓰는 전화랑 달라서 1을 누른 다음에 구내전화를 하는데 카운터와 화분의 방해로 번호를 누르기 약간 고역이어서 조금 웃기는 포즈로 낑낑대며 강썖 번호를 눌렀는데, 안 받는다;;; 다시 시도해도 안 받는다;;; (그 와중에 통화음과 가상 대화하는 썰렁개그를 시도하는 정대리님 ㄲㄲㄲ) 이상하다- 하면서 다른 번호로 시도하니 임썖이 전화를 받아서 겨우 강썖과 연결되어 알려준 곳엔 KTN 방송국 뿐이라고 얘기하니까 자기가 다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나에게 전화를 준다고 했지만 내가 핸펀을 가져온 게 아니라 우체국에서 전화를 빌어쓰고 있으니 강썖이 다른 전화기로 통화해서 내 말을 조금 더 부풀려 전화 상대방에게 사정을 얘기하더니, 건물과 호수는 맞으며 402호 안으로 들어가면 문이 또 있다고 알려 주고 나서야 우체국에서 황급히 빠져나왔다. -_-ㅋ 그런데 402호 안에는 방송 시설 말고도 문이 3개가 더 있었다. ㅡㅡ;;; 다행히도 그 중 제일 가까운 문이 열려 있었고 그 안을 들여다 보니 직원 한 명이 앉아 있었는데, 이름이 장태휘;;; 남자였다;;; (왜 땀 이모티콘이 나오는지 의아해 한다면 자신의 100초 기억력을 탓하며 화면 제일 윗부분을 다시 읽을 것 ㅋ) 어쨌거나 Mr. 장이 하고있던 통화를 마저 끝내기를 기다려 천신만고(???) 끝에 아마도 CD가 들어있을 종이봉투를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당연히 칼퇴근 시간은 넘겼고 ㅋㄷ 부장님은 내가 들어오자 의아해하며 왜 아직 안 갔냐고 물어 보셨다. ㅡㅡㅋ




- 별 일 아니고만 뭐.
- 말하려는 내용은 첫 부분에 다 들어있어요. 나머진 그냥 부록. 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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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세르엘 2009.09.26 22:57 신고      

    헉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기억하는 방식이 저와 같음을 느낍니다. 네 그래요, 모두를 기억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고1의 뇌도 딱 저 상황이라니 뭔가 슬퍼요.

    • BlogIcon 궁시렁 2009.09.27 17:57 신고      

      예전엔 문장 하나를 통째로 캐시 메모리에 옮겨다가 받아 적고는 했는데 이제는 꼴랑 단어 3개;;; oTL

  2. BlogIcon 怪獸王 2009.09.26 23:22 신고      

    슬픈 이야기군요 ㅜㅜ.

  3. BlogIcon 띠용 2009.09.26 23:33 신고      

    그래요.. 모두를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해야 하는것도 까먹는 저도 있어요.ㅠㅠ

    • BlogIcon 궁시렁 2009.09.27 17:58 신고      

      전화 업무에는 치명적입니다 ㅡㅜ

    • BlogIcon 꾸야 2009.09.28 23:07 신고      

      숫자와 단어가 문장에 있으면 외우기도 힘든데, ^^;

      거기다가 이름까지 한문장에 모두 포함되면... OTL

      또한 나이가 들면 휘발성 메모리 때문에... OTL

  4. BlogIcon 회색웃음 2009.09.27 11:28 신고      

    ㄲㄲㄲ -> 끆끆끆 임? (약점을 물어 뜯는 매의 눈초리로 노려봄~ 앤드 시켜볼 목록을 점검 중.. ㅋ)

  5. BlogIcon mahabanya 2009.09.28 17:33 신고      

    이런 '사소한' 정보를 위해서 우리는 '메모'라는 것을 합니다.
    ㅋㅋㅋ

    • BlogIcon 궁시렁 2009.09.29 00:38 신고      

      메모가 항상 가능한 게 아닌지라;;; orz
      그리고 제 문제점은 이야기를 듣고 종이에 끄적대는 그 사이에 정보가 이미 휘발되어 버리는 거에요. 냐ㅋ하ㅋ하ㅋ

  6. BlogIcon mooo 2009.09.29 21:33 신고      

    그래도 저보다는 양호하시네요. 하하하!
    저는 응! 그래, 해놓고 뒤돌아서서 잊어버리고는 다시 물어보는 일이 일상이라서요. :-)

    • BlogIcon 궁시렁 2009.09.30 00:07 신고      

      전 다시 물어보지도 못하고 혼자서 뭘까 뭐였을까 하면서 끙끙댄답니다. oTL

  7. BlogIcon 감은빛 2009.09.29 23:04 신고      

    재밌네요! 저도 그런 경험 굉장히 많아요! 특히 저는 서울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때 억양과 발음의 차이로 인해 사람들의 말을 잘 못알아들어서 무척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조금 적응이 되었지만요.

    • BlogIcon 궁시렁 2009.10.01 23:31 신고      

      반대의 경우는 없었나요?
      전 친구가 '그렇구나'라는 뜻으로 '아 맞나-' 라고 할 때(울산 앱니다 ㅋㅋㅋ) 이게 무슨 말인지 맞긴 뭐가 맞아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ㅋㄷ

    • BlogIcon 감은빛 2009.10.05 23:45 신고      

      반대 경우는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비교적 사투리를 안쓰는 편이라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 '경기도' 출신이라고 생각하던데요.

      '맞나!'라는 말은 경상남도에서 자주 쓰는 말 맞습니다! ^^ 지금 생각해보니 아내와 처음 연애할 당시에 아내가 지적했던 말이었네요. 제가 '맞아요!' 라고 할때마다 '그래요!'라고 말하곤 했지요.

  8. BlogIcon cANDor 2009.10.08 22:30 신고      

    정말,,,

    별일 아니고만요 뭘..

    에효,, 남일 같지 않아;;

    • BlogIcon 궁시렁 2009.10.10 10:19 신고      

      남 일 같지 않다는 말이 왠지 어색하지 않아...;;; ㄲㄲㄲ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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