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ard getting married

Life 2009. 9. 23. 17:20

대화 내용을 저장하지 않는 관계로 위의 대화 내용은 구멍이 뻥뻥 뚫린 궁시렁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러잖아도 어제 뭐 굳이 따지자면 남의 애정사업전선의 진척도까지 따질 필요는 또 굳이 없지만 그래도 워낙 일언반구 말이 없어서 펄펄 끓는 건지 뜨뜻미지근한 건지 촥 식었는지 굳이 궁금한 건 아니어도 살짜쿵 굳이(네, 맞아요. 일부러 얼토당토 않은 위치에 생뚱맞게 같은 부사를 굳이(!) 억지로 꾸역꾸역 넣고 있는 거에요. 재미 없으니까 이제 그만 할까 -_-;;;)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침에 신도림역을 향해 땅 속으로 들어가면서 짤깍 생각했었는데, 가뜩이나 오랜만에 메신저로 얘기하다가 뜬금없게 갑자기 느닷없이 물어본 것도 아닌데 결혼 폭탄을 터트렸따!!!!!!!!!!!!!!!!!!!!!!!!!!

나는 부적절하게 1.24초 정도(너무 김) 멍-하니 있다가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반사로 튀어나와야 할 것 같은 축하해 기타등등의 반응을 제치고 내가 그동안 궁금해했던 점을 푱 내던지고 말았다.
사실 너무 길어서 바람직하지 않은 반응 시간동안 드디어 올 게 왔다거나 흠 그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네나 회사도 휘청대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더니 결혼하기엔 좀 불안정한 시기 아닐까 이런 생각보다,



이런 일생일대의 중대사를,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물론 올해 들어서 파악할 수 없는 이유로 전화도 뜸하고 얼굴 보기는 더 뜸하고 내가 인천에 간다고 하면 이래서 안 되네 저래서 안 되네 하면서 빙빙 돌려 세우는 바람에 뭐 이래- 하면서 두 볼에 바람을 조금 넣고 보이지 않게 뾰로통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이런 적이 한두번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긴 해도, 그래도 그냥 '가장 친한 친구'라는 정의로는 좀 뭔가 모자라는 하워드가(아, 이제 아니야? -ㅅ-), 메신저로 휙 던지듯이 알려주는 게...



씁쓸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야 나 결혼한다!고 싱글벙글대며 얘기하거나 가장 행복한 목소리로 야 나 결혼한다-!고 방실방실대며 통화하거나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또 어디 출장가는 투로 휙 알려 주니 놀라움과 교차하는 이 씁쓸함-




- 아직 날짜도 많이 남았다면서요. 갑자기 결정된 거라서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알려주려고 했는데 마침 메신저 창이 뜬 김에 말해준 거 아뇨?
- 왜 뜸 들여요. 몰라.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