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ective perception

Life 2008. 11. 12. 03:31
고모 : 나가는 김에 국민은행에 들려서 돈 좀 찾아와.
궁시렁 : 응.
고모 : 참, 비밀번호 abcd로 바꿨어.
궁시렁 : 알았어.

은행에 가서 새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나온다.
내가 잘못 눌렀나 싶어, 다시 눌러봤지만 다시 나오는 오류메시지.
그래서 예전 비밀번호 eefe를 눌러봤는데, 그것도 아니다.
(당연히 비밀번호 3회 연속 오류로 거래 정지.)


집으로 돌아오면서 속으로 뭐야... 제대로 알려줘야지... 하고 투덜대는 상황을 상상함.


궁시렁 : 뭐야, 비밀번호 틀리다고 나오던데?
고모 : (카드를 보고) 제일은행 카드를 가져가면 어떡해! 국민은행 가서 찾아오라고 했잖아!
궁시렁 : (응???????) 카드 정지 먹었어. 내일 가서 풀어.
고모 : (급버럭) 이거 법인카드라서 내 맘대로 못한단 말이야! (이 뒤로는 내 정신건강을 위해 생략;;;)



여기서 문제는 나 역시 분명히 "국민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오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뇌의 할 일 목록에 "은행에 가서 돈 찾기"를 입력한 것이다. 그래서 어느 은행에 가야 하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평소에 자주 가던대로 제일은행 카드를 꺼내갔던 것이다. (뇌에서 정보가 제대로 처리되었다면 국민은행? 제일은행 말고? 라는 반응이 나왔어야 한다)
무슨 이유로 이런 정보의 왜곡 입력 현상이 (가끔, 하지만 꾸준히) 일어나는 걸까? ㅠㅠ


두 번째 문제는 비밀번호도 eefe가 아니라 efff였다는 것이다. -_-; 하지만 나는 원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으니 그걸 제대로 눌렀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비밀번호마저 잘못 기억하는 바람에 된통 일이 커졌다- 는 식으로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 문제다. 물론 정상적인 사람들은 단순히 원래 비밀번호도 다르게 기억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비밀번호를 두 번 연속해서 잘못 입력한 상태에서 섣불리 세 번째로 제멋대로 다른 비밀번호를 입력하려고 한 것을 두 번째 문제로 인식할 것이다.


결론 : 여러가지 이유로 속상함.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