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부류가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운영하는 고도원님도 그 중 한 명이다. 200만명의 아침을 여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그가 평소 책을 읽다가 밑줄을 그었던 좋은 글귀에서 끊임 없이 솟아나는 것이다. 이 방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책 읽고 밑줄 긋기 대회도 열린다.

책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방법의 하나가 책을 읽고 밑줄을 긋는 것입니다. 깊은 뜻과 감동, 영혼을 울리는 글을 놓치지 않고 밑줄을 그어 놓으면, 그 책과 밑줄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두고 두고 말을 해 줍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는 건 그 책이 자기 것일 때나 그러는 거지, 여러 사람이 같이 보는 도서관의 책을 그렇게 다루면 안 된다. 일단 자신의 책이 아닌 것을 자기 것인 마냥 함부로(라고 쓰고 무단으로 라고 읽는다) 다뤄서는 안 될 뿐더러,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읽을 때 자연스레 밑줄을 친 부분에 관심이 분산되어 눈의 흐름이 끊겨 독서에 방해가 된다. 아무리 그 부분이 글의 맥을 짚는 중요한 부분이어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책을 읽으며 지적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 뒤로 그 책을 읽는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남이 떠먹여주는 밥을 먹어야 한다.

누구를 위하여 밑줄을 긋나 묻지 말아야 하나? -_-


내가 빌린 에코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묻지 맙시다'는 심해도 너무 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이런 식이었다. (왜, 아예 밑줄로 도배를 하지 그랬어?) 몇 장 넘겨보고 너무 짜증이 나서 사물함에 처박았다가;;;, 반납 날짜가 다가와서 오만군데 출몰하는 밑줄의 습격을 하나 하나 피해가며 읽고 있다.

당신 책 아니라고 이렇게 막 줄 긋고 노트까지 해댔수?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제발 남들도 좀 배려해 가면서 사쇼.

, , ,
  1. BlogIcon 띠용 2008.09.19 19:57 신고      

    전 책에 줄을 그어놓으면 거기에 집중하게 되어서 가급적이면 줄을 안긋는 편이예요;

    • BlogIcon 궁시렁 2008.09.20 00:57 신고      

      저도 책은 깨끗하게 보는 편이에요. 교과서라면 낙서를 했겠지만. ㅋㅋㅋ

  2. BlogIcon sisuablo 2008.09.19 23:37 신고      

    전 누가 줄 그어놓은 걸 보면 "이 사람은 왜 여기다 줄을 그었을까" 궁금해져서 못 견디겠더군요 :D

    • BlogIcon 궁시렁 2008.09.20 01:02 신고      

      저 분(-_-;;;)은 내용의 맥을 콕콕 찝어 놓았더군요.
      판독할 수 없는 글씨로 필기도 하고 -_-;

  3. BlogIcon Odlinuf 2008.09.20 00:20 신고      

    읽어가며 지우개로 밑줄 지워주는 센스!를 발휘하기엔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죠? ;-)

    • BlogIcon 궁시렁 2008.09.20 01:03 신고      

      오드리(누군가 이렇게 부르길래;;;)님 반갑습니다!
      저 줄을 다 지우다간 책이 다 찢어지고 말 거에요. =ㅅ=

  4. BlogIcon 쿠나 2008.09.20 18:09 신고      

    저렇게 밑줄 많이 그으시기도 힘드셨겠네요..
    참. 가관입니다 =ㅅ=a

  5. BlogIcon 실버 2009.01.09 10:31 신고      

    자기책도 아닌데 왜 저런짓을..기가 막히네요. 저 책이 저분에겐 꽤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조금 웃었습니다. 저도 가끔 밑줄치는 책이 있긴 한데 보통은 그냥 읽는 편이라서요.

    • BlogIcon 궁시렁 2009.01.09 11:59 신고      

      버릇이 그렇게 들었겠죠? 뉴런의 상호작용보다 손이 더 빠르게 움직여 줄을 직직 긋고 있을 거에요.

댓글을 쓰고 무한 불가능확률 추진기 작동 버튼을 누르면 불안정한 시공간을 뚫고 댓글이 어딘가에 등록됩니다.